천안함 관련

천안함이 '암초 좌초'가 아니라 결론내린 이유

道雨 2012. 7. 30. 16:10

 

 

 

 

 천안함이 '암초 좌초'가 아니라 결론내린 이유

 

다져진 규조토와 패각, 돌, 자갈이 혼재한 모래톱에 좌초하였다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2-07-28)


1. '좌초 = 암초' 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좌초(坐礁)'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면 '배가 암초에 얹힘'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좌(坐)는 얹히는 것이고 초(礁)는 암초를 뜻하니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배가 반드시 암초에 얹혀야만 '좌초'인 것은 아닙니다. 모래에 얹혀도 좌초요, 뻘에 앉아도 좌초입니다. 따라서 좌초를 했지만 전혀 손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박이 육지(해저지반)와 만나는 모든 경우를 좌초라고 일컫습니다. 물 속이든 물 위에 튀어 나와 있든 반드시 지반과 접촉해야 좌초라고 부릅니다. 빙산과 조우하여 침몰한 타이타닉 호의 경우 좌초라고 하지 않습니다. 빙산이 육지에 고착된 형태가 아니고 떠다니는 형태(유빙)라면 '빙산과의 충돌'이라고 말합니다.

좌초의 유형은 참으로 다양한 만큼, 그 손상의 형태 역시 대단히 광범위합니다. 전혀 손상이 없을 수도 있고, 완전히 반파되어 가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촤초된 선박의 선저하부 어느 지점이 지반과 어떻게 만나 어떤 손상이 발생할지는 오로지 하나님만 아시는 영역입니다. 

이제 좌초에는 어떤 유형이 있을 수 있는지, 모든 케이스를 다루자면 사고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천안함 사고를 분석하는 데에 참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암초의 존재 유무로 나누어 다루어 보겠습니다.  


2. 극단적인 두 가지 유형의 좌초

우선 손상이 전혀없는 좌초와 완전히 반파에 이르는 대형 좌초 두 가지 케이스에 대하여 먼저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1) 손상이 전혀(거의) 없는 '행운의' 좌초 - 암초가 없는 경우

좌측의 사진은 알래스카 글레이셔 만(Glaicer Bay)에서 물때를 놓쳐 졸지에  좌초된 경우인데, 부드러운 갯뻘에 앉았으니 선체손상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만약 저 배가 뻘 속에 있는 단단한 조개나 돌을 짓눌렀다면 선저 바닥의 페인트에 손상을 입혔을 수도 있고, 그러면 손상된 부위를 중심으로 부식이 확산되어 페인트가 원형으로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천안함 선저하부의 동그랑땡 손상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저 크루즈선의 이름이 'Spirit of Glaicer Bay 號'라고 합니다. 그 동네를 다니는 토박이 여객선이라 밀물과 썰물의 시간체크를 생명처럼 했을 터인데 홈그라운드에서 저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군요. (출처: 동아일보, '크루즈선의 굴욕') 

위의 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에 폭풍우로 좌초된 선박의 사례인데, 이처럼 경사가 완만하고 지질이 모래인 해안에 떠밀려와 좌초된 경우엔 선체손상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사진 속 세 남자는 케이프타운의 피자 전문점 직원들로 배고픈 선원들을 위해 피자를 배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2) 손상이 반파(침몰,전복)에 이르는 대형사고 - 암초에 좌초한 경우

선박이 반파에 이르는 대형사고인 경우 대부분 '황천(荒天, 거친바다)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선박이란 것이 태풍을 뚫고도 다니도록 설계되어 있긴 하지만 한계에 부닥치면 기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근의 저수심이 있거나 육지가 있을 경우 떠밀려와 바뒤나 암초에 부딫게 되면 반토막이 날 수 있는 거지요.

  • 좌상 : 육지를 올라타는 바람에 반토막이 난데다가 함미가 밀고 올라온 좌초
  • 우상 : 거친 파도에 밀려 우현 좌초로 인한 반파
  • 좌중 : 해저지형의 굴곡으로 인한 피로파괴로 유추되는 좌초
  • 중상 : 산호초에 좌초되어 반파된 상황
  • 좌하 : 뉴질랜드 앞바다에서 좌초된 이후 태풍에 반파된 상황
  • 우하 :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좌초한 어선 (소형 어선도 좌초로 반파된 사례)

위에서 든 사례들과 같이 손상이 전혀 없든, 반파에 이르든 선박이 육지와 만나 사고을 당한(정상 기동에 제약을 받게 된) 모든 경우를 '좌초(坐礁)'라고 부릅니다.


3. <의도적인 좌초>가 목적인 상륙함의 예기치 않은 '좌초 사고' 사례

좌초관련 자료를 모으다가 귀한 사진 한장을 발견하여 소개합니다. 1950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이끈 양동 군사작전으로 영덕 장사리에 상륙작전을 펼쳤던 문산호(LST)의 좌초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입니다.

LST(Landing Ship Tank)는 해안에 선체로 밀고 들어가 탱크와 병력을 수송하는 것이 목적인 상륙함입니다. 하지만 문산호는 태풍에 떠밀려 정상 접안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맙니다. 물론 수송하였던 학도병 772명을 성공적으로 내리고 전투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만, 좌초된 문산호는 이후 침몰하여 1997년 물 속에서 발견됩니다. (영덕 장사상륙작전 기념관)

상륙함이 해안에 상륙할 때, 물이 높은 만조를 기다려 적정 위치에 후미 닻을 바다에 던지고 상당한 속도를 유지한 채 해안으로 돌진합니다. 더 이상 전진이 되지 않을만큼 배를 밀어 붙인 후 좌우 홋줄을 걸고 앞 램프를 열어 탱크와 병력을 풀게 됩니다. 반대로 상륙함을 뺄 때는 역시 만조 때 후미 닻을 윈치로 감으면서 배를 뒤로 빼내게 됩니다.

상륙함은 말하자면 <의도적인 좌초>를 수없이 반복하는 특수목적함입니다. 저는 해군 중위 때 상륙함의 항해장교(겸 갑판사관, 포술장)로 근무하면서 백령도를 포함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개 도서 수송업무를 하는 동안 사구해안에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의도적인 좌초>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4. '암초 좌초'는 대부분 심각한 손상을 야기한다

<그래 알아, 암초좌초는 대부분 심각한 손상을 야기하는 것 알아. 그러니 천안함 가운데가 터지고 반토막 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들으시고 스스로 어떤 논리적 함정에 빠져있는지 돌아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암초든 모래톱이든 '좌초(坐礁)'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폭발(爆發)'을 부정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입니다만, 우선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하여 반파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자신의 열정 모든 것을 걸고 계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전 편의 글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하여 한방에 부러졌을 개연성은 폭발 만큼이나 희박하다>고 분석하였으며 그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암초'의 주장은 '폭발'의 주장 만큼이나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까다롭고 제한적인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최소한 좌초지점이 획정(추정)되어야 한다

'확정'이 아니라 '획정'입니다. 최소한 가능한 몇 개의 추정된 구획이라도 범위가 좁혀져 있어야 합니다. 국방부와 해군 그리고 좌초 당사자들은 정확한 좌초지점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 대해 철저히 감추거나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존의 모든 정황을 무시하고,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했다>라고 가정을 하고, 암초좌초가 예상되는 지점을 추려보기로 합시다. 

① '암초좌초' 후보지 1순위 : 단연코 희생자 가족인 이용기씨가 22전대장으로부터 <천안함이 좌초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작전관에게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좌초했느냐?>라고 묻자 손가락으로 찍어 주었다는 바로 그 <최초좌초> 지점이 1순위 후보지입니다. 

천안함이 이곳에서 '암초 좌초'하였을까요? 설사 천안함이 이곳에서 '암초'에 좌초하여 선체 중앙부가 파손되고 반토막이 났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거나 그 조건에 따른 현상이 있어야 설득력을 얻습니다. 

첫째, 이 지역에 그 정도 손상을 입힐 만한 '암초'(R: Rock)가 명기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해도가 오래 전에 만들어져 허접하고 갱신이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손상을 입힐만큼의 대형 암초는 벌써 명기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혹시 그동안 아무도 모르는 소규모 화산폭발로 없던 암초가 생겼을까요? 

둘째, 해당 지역의 지질은 S(Sand. 모래․규조토)이며, Sh(Shell. 조개무덤)이 쌓여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수천년 동안 서해바다로 떠내려온 고운 입자의 모래들이 백령도를 휘감아 돌면서 유속이 느려지자 가라앉아 퇴적된 지형이니다. 'S' 나 'Sh' 처럼 항해에 위험성이 낮은 것을 명기하면서 항해에 위험한 암초가 존재하는데도 'R'을 누락시켰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저 지점에 암초가 있었고, 천안함 중앙부에 구멍이 크게 뚫렸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천안함은 구멍이 뚫렸든 반토막이 났든 상관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어야 합니다. 그 일대의 수심은 8~12m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수가 유입되어 더 무거워진 천안함은 함수든 함미든 어디론가 떠내려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최초좌초> 지점에서 '암초좌초'되었다면 천안함은 그 지점에 있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천안함 함수.함미 모두 그곳에 없었으므로, 그 지점에서 천안함이 암초를 만나 반토막이 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즉 '암초 좌초'는 없다고 결론내렸던 것입니다. 

② '암초좌초' 후보지 2순위 : 두 번째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천안함 함미가 가라앉아 있는 지점 인근의 해역입니다. 천안함 가운데가 그 정도로 터지고 결국 반파에 이를만큼 손상을 입히는 암초가 존재한다면, 천안함 함미는 그 암초와 매우 가까운 거리(불과 몇 백 미터) 이내에 가라앉아야 합니다.

설마 천안함이 백령도와 대청도 중간에 있는 어느 암초에 좌초하여 반파되었는데 침몰지점까지 반파된 채로 항해해서 거기서 가라앉았다거나, 다른 곳에서 좌초했는데 하루만에 침몰지점으로 몰래 이동시켰을 거라는 유형의 SF소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반파될 정도의 손상은 급격한 침수와 침몰로 이어져 그리 멀리 떠내려 갈 수가 없습니다.

단, 천안함 함수는 함수제일 앞에 절대 밀폐구획이 존재하여 16시간22분이나 떠 있었기 때문에 조류에 떠내려 갈 수 있었지만, 함미는 불과 수분만에 가라앉았다는 것이 TOD 영상을 비롯 모든 정황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므로 천안함이 암초에 침몰하였다면 함미침몰지점으로부터 불과 수 분 거리 이내에 암초가 존재해야 합니다.

천안함 함미가 가라앉아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몇백미터 이내에 천안함을 반파시킬만한 암초가 존재할까요? 만약 그 암초를 찾지 못하면 '암초 좌초' 주장은 완전히 허공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암초의 존재는 확인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해도상에 암초의 존재여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고지점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가 오락가락하고 이후 수정 발표되기도 하여 침몰 포인트가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사고지점들 인근에 의혹을 둘만한 암초지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해도에 기재되지 않은 특수한 암초가 있는지 이번에는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해도와 비교하며 살펴보겠습니다.

암초라는 것이 남산타워처럼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해저에 기반을 두고 수면가까이까지 이어져 존재하는 것이어서 한국해양연구원에서 탐사자료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첫째, 함미침몰지점을 중심으로 수백미터 범위내 해도와 해저지형도 상에 천안함을 반파시킬만한 암초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암초 혹은 암초가 있을만한 유사한 지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둘째, 해도에 존재하지 않는 수중여(홍합여) 등이 존재 가능한가? 백령도 주민이 이야기 하는 수중여는 적어도 육지 가까이에 있는 곳을 말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해도에 모든 수중여를 다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어촌 어느 지역이나 해도에 존재하지 않는 수중여는 산재해 있습니다. 따라서 불특정 '수중여'를 기대하고 '암초 좌초'를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오류의 폭이 클 것입니다. 

(2) 선박이 암초에 좌초하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실 제가 천안함이 '암초 좌초'를 하지 않고 '모래톱 좌초'를 했다고 판단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소형 고속정이 전속으로 항해중 암초를 들이받고 튕겨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중대형급 선박들이 암초를 타면 거의 대부분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소형 선박도 아니고 천 톤이 넘는 중대형 선박이 거친 바다에서 암초를 탔다면 십중팔구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암초를 만나는 순간 제일 먼저 발생하는 현상이 큰 파공과 크랙이고 그 다음은 급격한 침수입니다. 선내 비어있는 공간을 바닷물이 급속히 채우며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결국 밀려 들어오는 해수와 선체하중이 합쳐져 암초를 더 강하게 짓누르게 되고 암초는 선체를 더욱 파고 들게 되며, 결국 꼼짝달싹 못하고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선저바닥은 이리저리 찢기면서 거의 걸레가 되기때문에 선저바닥의 손상을 보면 암초에 걸렸는지, 모래를 밀었는지 뱃사람들은 구분해 냅니다.  

중대형 선박이 잔잔한 호수가 아닌 바다에서 암초에 올라 탔다가 빠져나올 수 있는 확률은, 일반인이 '표도르'와 격투기를 벌여 맨정신으로 살아 남을 확률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앞에 사진과 함께 예를 든 반파,침몰,전복을 유발하는 좌초의 경우 암초에 걸렸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손상이 더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 남해안에 좌초한 배, 제주 앞바다에 좌초한 배, 뉴질랜드 해안에 좌초한 화물선 모두 암초에 좌초했다가 시간이 흘러 태풍이나 파도에 의해 반토막이 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암초가 무슨 몽돌해변의 너럭바위쯤 되는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암초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입니다. 

좌초가 되었음에도 그곳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은 비교적 경미한 손상에 그쳤다는 뜻입니다. 역으로 손상이 크게 발생했다면 암초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고 물리는 필요충분조건의 딜레마이지요. 그런데 <천안함이 크게 파손되었지만 빠져나왔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논리 자체가 '모순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핵미사일 순양함 'Port Royal'호가 하와이 앞바다에서 산호초에 걸려 좌초했던 사건을 살펴보면 천안함 사고를 유추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CG-73 USS Port Royal 진주만에서 좌초

2009년 2월 5일 미해군 순양함 ‘포트로열’(CG-73 USS Port Royal)함이 정기수리를 마치고 시운전을 나갔다가 진주만으로 복귀하던 중 항로데이터 입력을 잘못하여 연안에서 불과 800미터 떨어진 저수심 산호초에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포트로열함이 좌초하자 당황한 함장은 좌초된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엔진을 써서 프로펠러를 돌리지만 배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프로펠러만 부러지고 휘어지는 손상을 입게 됩니다.

포트로열함의 인양을 위해 그 유명한 '살보함'(천안함 사고 당시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던 바로 그 배)이 긴급 투입되어 포트로열호를 끌어당겼지만 배가 끄덕도 않자, 발라스트와 연료, 심지어 식수와 오물들 까지 모두 퍼내고 인양을 시도합니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아예 대원들을 모두 하선시키고 앵커(닻)까지 뜯어내고 나서야 겨우 배를 빼내는데 성공합니다.

좌조된 순간 해수가 침입하여 선체가 더욱 무거워지고 암초에 단단하게 박혀버려 인양이 어려웠던 겁니다. 포트로열호 역시 좌초한 함장들의 공통점인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인해 자력으로 빠져 나오려고 프로펠러를 양껏 돌리지만 그 결과 스크류 블레이드가 휘어지고 몇 개는 부러져 나가는 등 손실만 더욱 키우는 꼴이 되고 맙니다.

손상의 형태를 보시면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과 매우 유사합니다만, 천안함의 경우 모래톱에 좌초하였기에 자력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으며 프로펠러의 휘어진 부분을 보면 모래톱을 파면서 빠져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스크류가 모래톱에 파묻혀 회전하는 과정에서 그라인딩되어 따개비들어 떨어져 나가고 반질반질해 진 모양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5. 모래톱에 좌초한 경우 - 경미한 손상

천안함의 경우 최초, 조개무덤이 있는 모래톱(S, Sh)에 좌초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천안함은 첫 사고를 당하면서 선박사고 치고는 비교적 경미한 손상을 입게 됩니다. 경미하다고는 하지만, 선체 하부가 찢어지고 부분적으로 파공이 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선저하부에 나타난 파공과 크랙 그리고 빌지킬 모서리에 발생한 파공 등이 육안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천안함이 모래톱 정도에 좌초했던 것은 운이 좋았던 셈입니다. 그런데 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천안함의 당직사관은 함장과 함대와 사령부에 좌초보고를 한 후 절대로 배를 빼내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어야 합니다. 마치 교통사고 환자 목과 허리 함부로 손대지 말고 가만히 눕혀 놓고 119 불러야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기다렸어야 합니다. 

아무리 Soft Grounding(부드러운 좌초)을 했다고 해도 지질이 뻘이 아닌 이상 돌, 조개껍데기, 자갈, 어구로 인해 선저바닥이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해수가 유입되기 때문에 배를 다시 빼내어 깊은 수심으로 가는 것은 여간 위험천만한 일이 아닙니다. 배가 다시 물로 돌아가면 선체 하중으로 인해 수압이 높아져 해수 유입이 더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좌초된 위치에 그대로 두었다면 천안함 대원들은 단 한명도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저손상부위는 모래톱이 반창고 역할을 해줘 침수 속도도 느릴 것이고, 만조가 된다 해도 해수면은 기껏 주갑판을 넘어 오르지 못할 것이니 갑판하부에 침실이 있는 대원들은 상부갑판으로 이동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고속정을 불러 평택으로 타고 나가면 되었을 일입니다.

비록 함은 좌초된 채 인양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좌초를 유발한 장교들과 책임선상에 있는 지휘관들은 징계와 문책을 피할 수 없겠지만 소중한 인명피해는 단 한명도 발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란 얘깁니다. 그런데 좌초된 배를 다시 빼 낸 것이 화근이요, 씻을 수없는 중대한 과실입니다. 배를 빼낸 과정은 선저바닥과 프로펠러에 역사처럼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치 나무 나이테 속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6. 커다란 충격을 동반한 제2의 사고는 '충돌'   

모래톱에 좌초하는 정도로는 선체 중앙이 터지거나, 선체가 반파되거나, 진도 1.5 규모의 지진파가 발생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지진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연히 과학적인 데이타임에 틀림이 없고 그것은 당일 발생한 사고의 증거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진도 1.5의 규모는 비록 사람이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충격이 발생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암초좌초'라면 천안함이 전속으로 달려와 암초를 정면으로 들이받지 않는 한, 그 정도의 진도가 관측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천안함이 직진이 아닌 측면으로 암초를 탔다고 보는 경우엔 더더욱 지진파 부분을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지진파의 존재가 거짓이 아니라면 '암초 좌초'의 가능성을 배척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됩니다. 그러면 지진파가 기뢰나 어뢰의 폭발만을 뜻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폭발'이 지진파 외에 산재해 있는 다른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역시 배척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과학의 이름표를 달고 거론되면 무게있는 신뢰를 보내면서도, 상식에 근거한 판단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진파라는 데이터는 무조건 신뢰할만한 것이고, 인간의 감각 - 시각(물기둥 없었다, 물고기 떼죽음 없었다, 그을음 없었다), 청각('쿵'하는 충격음), 후각(화약냄새없었다)의 판단은 별 것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닙니다. 그 또한 과학적인 근거로서 우리 피부에 더 와닿는 증거인 것이지요.

360kg TNT 규모의 어뢰가 인근 바다에서 폭발했다면서 그 소리를 들은 백령도 대청도 주민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그러한 '폭발의 존재 사실' 자체를 배척합니다. 이후 어뢰에 비하면 모기소리에 불과한 76mm 함포 소리에 백령도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튀어 나왔다고 하니 상식적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지요. 흡착물질과 관련한 유수한 과학자 분들의 견해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5 진도의 지진파를 입증해 줄 수 있는 것은 '폭발'과 '강한 충돌'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저는 폭발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줄만한 증거가 전무하다는 점, 과학적 근거는 커녕 상식의 수준도 부합시키지 못하는 여러 합리적 분석에 의하여 '폭발의 존재'를 배척하였고, 충돌에 집중하여 근거자료를 자신있게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주장하고 확신하는 바, '제2의 사고(충돌)'은 '제1의 사고(모래톱 좌초)'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요건에 부합합니다. TOD 영상에 나타나는 물체, 제3의 부표 아래에 가라앉았던 물체, 당시의 훈련상황, UDT 대원들의 증언, KBS 기자들의 취재내용 등이 모두 그 정황을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선체 외판이 손상된 형태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충돌에 의한 손상'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철판이 찌그러지고 휘어지는 매카니즘은 '희망사항'이 아니고 철저한 '과학'입니다. 철판과 알루미늄이 부식되는 원리는 '통밥'이 아닌 '환경과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이지요.

참고로, 사건 초기 천안함이 무언가 '원인미상의 물체와 충돌하여 침몰하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사고후 불과 한 시간여 만에 보도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저 기자는 누구에게 취재를 했던 걸까요? 해군측 인사는 누구일까요? 그 인사는 누구에게 보고를 받았을까요? 문제는 그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침묵을 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 우리는 그에 맞서 진실을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고 순간과 사고 현장에 그리고 거짓과 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초기 상황 속에 진실의 대부분이 들어있다는 것은 '범죄 수사'의 기본이요 원칙이라고 하지요. 사실 천안함의 진실은 2010년 3월 26일~31일 사이에 발생한 정황 속에 대부분 고스란히 다 들어 있습니다.


7. 맺으며

그리 머지않아 금속공학, 폭발공학, 화공학, 열역학, 구조역학, 조선공학, 해양학, 항해학, 전자.전기공학, 해양생물학등 다방면의 전문가 분들이 별 부담없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천안함, 그 조작과 거짓의 역사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겠지요. 

글을 맺으며 오늘글의 주제를 다시한번 요약하지면, '선박이 암초에 걸리면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공연히 암초 찾으러 나섰다가 함미 침몰지점 부근에서 암초 찾지 못해 낭패보실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실, 해군 2함대의 작전상황도에 정답이 기재되어 있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작전도 좌상부에 적혀있는 내용은 심심해서 적은 낙서가 아닙니다.

평균수면 6.4m라 적혀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특히 별표(★) 왼쪽에 '최초좌초'라 적혀 있고, 바로 그 밑에 6.4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물결표시 세개가 나란히 있지 않습니까?

가운데 물결이 평균수면으로 6.4m란 뜻이고 위에 물결표시가 고조, 아래 물결표시가 저조를 뜻합니다. 저조에는 4m라고 적혀 있습니다. 최초좌초지점의 수심이 그렇다는 뜻으로, 이것은 누군가의 설명이나 확인을 거쳐 기록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국민들이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할까봐, 무슨 유치원생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들은 딴청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오늘 글도 긴 글이 되었습니다만, 천안함 사건은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해답이 나오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바다와 배를 잘 아시는 분들이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게 여겨지는 요즈음입니다.

[참고] 본 글과 관련이 있는 주제의 글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