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海圖)를 무시하고 항해한 선박의 최후는?
그날 밤 천안함은 왜 어망이 설치된 수역을 항해했을까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2-07-26)
오늘 글은 지난 번 포스트한 글 <해도(海圖) 수심분석으로 살펴 본 천안함 사고>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앞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래픽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글 역시 지나치게 길어져서 가장 중요한 내용 하나를 언급하지 않고 마무리를 지었었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담으면 주제 집중이 흐트러 질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오늘 분석할 내용은 단독으로 거론해야 할만큼 비중있는 내용이라 생각한 까닭이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로 어느 서프앙께서 천안함 사건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것을 보았는데 잠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천안함은 도색없이 원래대로라면 '좌초'가 아닌가요?
천안함보도가 처음 긴급뉴스로 자막으로 나왔을 때, KBS,MBC,SBS의 뉴스자막에는 좌초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아주 명확한 사실, 처음 보도가 나올 때는 인위적인 도색작업이나 정치적인 음모가 가미되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 더이상 어떤 상황을 연출하지 않은 처음 보도가 맞다. 분명 3사 방송사는 좌초라는 분명하고도 명확히 구별되는 말로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더구나 영해 밖이 아닌 우리 영해안에서 벌어진 사실이기에 좌초라는 말이 도색이 없는 사실로 나왔다. 그리고 백령도 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5m 이상되는 상당히 큰 지역으로 암초도 많고, 대형선박항해에 지장이 되는 불특정 암초지대도 있어 정해진 해로외에는 대형선박의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상식화 되어있다. 암초가 많은 해안에 무단으로 갈수 있는 선박은 군용선박 외에는 불가능하다. 일반어선이나 관광운송선, 상선은 암초지대를 절대로 침범하지 못한다. 단지 군용선박은 불특정 암초지대를 작전에 의하건 자의건 운항할수 있다. 더이상 뭐가 그리 궁금한가?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130429&table=seoprise_13 |
짧은 글이지만 짚어야 할 핵심은 모두 짚어 낸 대단히 명쾌한 글입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시고 차분히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1. 국방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개된 사고직전 천안함의 항적
위의 사진은 2010년 10월 15일 국방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사고직전 천안함이 U-턴을 한 항적이 공개된 사진입니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천안함의 스피드 관련 질의를 했었습니다만, 오늘은 두 개의 지점 A,B에 주목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5분 천안함은 A지점에서 변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4분 뒤인 9시 9분 천안함은 B 지점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B 지점 앞에 표기된 표기 하나가 보이십니까? 물고기 표시입니다.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고 하여 '물고기가 많으니 낚시하기 좋은 포인트'를 그려놓은 것이 아닙니다.
2. 천안함, 어망이 설치된 수역 위를 항해했을까?
천안함이 B 지점을 지난 것이 분명하고 당시 그 수역에 어망이 쳐져 있었다면 천안함의 샤프트와 프로펠러에는 어망이 감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선박이 어망을 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선박의 흘수가 길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함수보다는 함미가 더 깊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상태로 저수심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평소에는 별 문제없이 지나다녔던 저수심 지역이라도 그물을 끌고 갔을 경우엔 다를 것입니다. 깊어진 흘수만큼 좌초의 위험성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지난 번 글에서 제가 색칠해 넣은 백령도 해도 속에도 어망 표시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천안함 U-Turn 표식을 커다란 해도 위로 옮겨 넣어 사고 당일 천안함이 A 지점에서 변침하여 B 지점을 통과한 후 이동한 예상 항로를 추론해 보겠습니다.
천안함이 B 지점에서 어망을 탔을까요? 어망이 천안함의 스크류와 샤프트에 말려 올라갔을까요?
3. 2010. 4. 12 천안함 함미 인양시 저수심 이동
천안함 함미가 처음으로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던 날, 바로 인양해서 바지선 위에 싣고 곧장 평택으로 가면 된다고 주장하는 인양업체 '88수중개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군은 천안함을 수면 위로 들어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면 위로 일부 모습만을 드러낸 천안함을 크레인에 매단 채 저수심 지역으로 이동을 한 후 다시 물 속에 집고 몇 일을 보냅니다.
만약 가라앉은 천안함 스크류와 샤프트에 그물이 주렁주렁 감겨 있었다면 수면 위로 천안함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군은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방송사 생방송 카메라들이 돌아가고 있는 마당에 천안함 함미 스크류에 그물을 칭칭 감고 올라온다면 사고원인을 자백하는 꼴일테니 말이지요.
돌아가는 스크류에 그물이 단단하게 감겨 똘똘 말려 들어갔다면, 수중 다이버들이 최대한 끊어내고 잘라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터입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수중에서 그물을 끊어 내는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4. 천안함 스크류에 걸린 그물이 과연 '기뢰'를 끌었을까?
천안함이 A 지점에서 변침하여 B 지점을 지나면서 그물에 걸리고 그 그물이 인근의 기뢰를 끌었을까요? 그물에 끌리게 된 기뢰라면 프로펠러 한참 뒤쪽에서 터졌어야지 어찌하여 천안함 중간까지 달려와서 터졌을까요? 무엇보다도 백령도 어민들은 어망 주위에 기뢰를 두고 수십년을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천안함에 걸렸던 그물이 기뢰를 끌었는지 안 끌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당시 그 인근에 기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 날 밤 누군가 은밀히 달려와서 좌초한 상태에서 빠져나온 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쏘았는지 안쏘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은, 천안함 선체 손상 가운데 어뢰든 기뢰든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증거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상철
덧글 : 천안함 사고 원인을 분석하시는 분들 가운데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천안함 사고의 경우 암초에 좌초하였을 개연성을 폭발 만큼이나 희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암초에의 좌초 가능성을 배제하였던 이유>에 대해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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