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잘 나가는 불법사찰 주역들, 반성은 없다

道雨 2012. 9. 19. 14:33

 

 

 

 

 

       잘 나가는 불법사찰 주역들, 반성은 없다

 

                                                                (블로그'사람과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09-18)


 

 

시민을 감시하고 뒷조사 하라고 국민들이 권력을 정부에게 맡긴 게 아니다. 부여된 권력을 남용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국민주권이라는 민주국가의 기본이념을 훼손하는 파괴행위에 해당한다.

 

최악의 수사, 민간인 불법사찰

한동안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벌써 두 해가 지났다. 그 사건의 주역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불법사찰도 업무의 일부분이라는 듯이 말하는 정권이다. MB정권이 이들 ‘주역’들을 어떻게 대우했을까? 잘 보살펴 왔다면 정권 스스로 불법사찰 불감증에 걸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2010년 6월 MBC PD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숱한 의혹을 낳았다. 검찰은 작심하고 꼬리자르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증거인멸을 방조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도 정부를 비난했겠나.

 

 

그나마 진실의 일부가 밝혀지면서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행정관 등이 구속됐다. 이들 이외에도 정권의 핵심인물 여럿이 연루됐다는 증거와 사찰 내용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정황이 속속 나왔지만, 검찰은 이영호와 박영준의 ‘윗선’을 덮어버리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 중 일부는 구속 상태다. 형기 만료로 출소했거나 현재까지 재판 중인 이들도 있다. 불법 사찰에 직접 관여하고 진상을 덮을 목적으로 사건에 개입했으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람도 있다. 아예 조사조차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MB정권, 불법사찰 ‘주역들’ 어떻게 대우했을까?

권재진 법무부장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대통령에게 불법사찰 내용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있다. 보고 라인을 놓고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끝내 검찰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면 대통령실장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를 방증해 주는 정황이 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구속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지원관실 총괄과장에게 위로금을 전달한 게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진경락은 임 실장이 직접 자신의 부인을 찾아와 만났다고 주장했다. 진경락의 ‘폭로 위협’이 있은 직후였다.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진경락은 불법사찰의 진상을 폭로한 탄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적당한 선에서 무마될 줄 알았다가 실형이 선고된데다가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계위원회가 열리자, ‘증거인멸을 지시한 건 자신이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고 폭로했다.

 

진경락 폭로와 그 배경 증언한 안원구

진경락의 주장과 그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도 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주장했다가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쓴 ‘잃어버린 퍼즐’이다. 둘은 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썼고, 행정고시 선후배라서 서로 대화를 하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안원구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적고 있다. "진경락은 (윗선’이 자신을 봐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럴 수 있느냐? 청와대 수석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 탄원서로 압박하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고위 인사들이 동원돼 세가지 회유책을 제시했다는 진경락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진경락은 '내게 특별면회를 온 사람들이 2심에서는 나를 반드시 출소시키고, 출소 후에는 대통령과 독대하게 하고, 대기업 상무 이상의 직급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잃어버린 퍼즐> 247쪽

세가지 회유책 중 한 가지는 이미 이루어졌다. 진경락은 2011년 4월 2심 재판에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출소했다. 내년 4월이면 집행유예가 만료된다. 나머지 약속도 이루어질까?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연루자들 복귀, 복직, 고위직으로 발탁되기도

불법사찰 실무자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충곤 지원관실 팀장은 지난 4월 “해임 처분의 근거가 부당하다”며 국무총리실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복직 소송을 냈다. 경찰출신인 김충곤은 2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한 상태다. YTN노조를 사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그다. 복직이 불가능할 경우 그의 입에서 폭로성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원충연 지원관실 조사관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재판중이다. 현재에는 노동부로 복귀해 고용보험 심사관실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중기 조사관 역시 경찰에 복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루된 자가 영전하거나 승진한 경우도 있다. 하드디스크 파괴 등 증거인멸의 행동책이었던 장진수 지원관실 주무관의 입을 막기위해 4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있는 이동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이 경남지방노동위원장으로 임용된 사실이 지난 14일 밝혀졌다. 3급 전문계약직에서 2급 별정직 고위공무원이 됐으니 확실한 ‘발탁인사’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돼 자진해서 보좌관직을 그만뒀던 사람이 사표를 낸지 4일 만에 영전을 한 것이다. 이동걸은 KT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7년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며 MB진영의 임태희, 박재완 등을 보좌해왔다. 구속된 이영호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건재, 되레 승진한 경우도 있어

‘장진수 입막음’에 가담했던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멀쩡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류충렬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5000만원을 장진수에게 전달하고,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장진수의 취업 알선을 지시한 혐의가 있는 인물이다. 또 장진수에게 10억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의혹도 있다.

류충렬도 자리만 옮겼을 뿐 건재한 상태다. 장석명의 심부름으로 ‘관봉 돈다발’을 장진수에 전달한 사람이다. 장진수에게 입을 다물어 달라고 간곡하게 설득하는 전화 통화내용이 공개돼 의혹의 한복판에 섰던 적도 있다. 검찰도 그의 의혹을 인정한 바 있다. 그의 현재 직함은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이다.

<그때의 '주역들', 지금은?>   

 

승진해서 요직을 차지하거나, 이전 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 고검 검사신분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다. 불법사찰 1차 수사(2010년)와 관련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구속된 최종선은 “김진모에게 ‘내가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진모가) 검찰 관계자를 질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라고 지시한 민정수석실 인물이 바로 김진모라는 진술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소환해 한 차례 비공개로 조사했을 뿐이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자칫하면 권재진 수석이 곤경에 처할 상황이었다.

당시 김진모가 보호했던 상관이 현재 법무부장관이어서 일까? 그를 확실하게 챙긴 인사명령이 지난 7월에 있었다. 부장검사 급에서 차관급 검사장으로 승진해 부산지검 1차장 검사로 부임한다.

 

청와대 입에 올리지 말라 윽박질렀던 사람, 법무법인 ‘바른’ 대표돼

장진수에게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던 강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가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간 정부의 소송을 싹쓸이 해온 것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바른’에는 유독 검찰 출신이 많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 문성우 전 대검차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정동기 전 감사원장 내정자 등의 이름이 눈에 띤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중인 장진수, 원충연 두 사람의 공직 유지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좌우한다. 국가공무원법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게 되면 ‘당연 퇴직’ 사유가 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는 공무원이 제39조(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못박아 두고 있다. 

 

제69조(당연 퇴직) 공무원이 제33조 각호의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4.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5.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원충연과 장진수 두 사람에게 금고형 이상이 확정될까?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원충연보다 장진수가 불리해 보인다. 원충연은 이미 노동부로 복귀한 상태지만, 웬일인지 장진수는 아직도 대기발령 중이다.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폭로성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보복일까?

 

정권의 불법 불감증, 심각하다

요란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박영준 왕차관과 이영호, 이인규, 최종석 등 4명을 구속하는 것으로 끝났다. 꼬리자르기가 바로 이런 것이란 듯이 그 전형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국정조사가 예고돼 있다. 전모가 밝혀질까? “민간인 사찰 비선 보고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진경락 서신이 공판 과정에서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이인규 지원관 측 변호인은 검찰 수사자료 중 진경락이 작성한 서신을 공개했다. 비선 보고라인이 혼선을 빚자, 이영호와 박영준에게 보고를 해온 이유를 이인규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으로 보인다.

 

불법사찰 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이 없는 정권이다. 불법의 주역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니 황당할 뿐이다. 정권의 불법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