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2년 반을 훌쩍 넘긴 천안함 사건의 사고 처리과정과 원인에 대해 사고지역인 백령도의 현지 주민들도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고 있었다.
백령도 기상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 당일 지진파에 대해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처음엔 노이즈로 판단했다”고 말했으며, 용기포의 한 주민은 주민 대부분이 사고 다음날 아침 항구 앞에 떠있는 함수 뱃머리를 보면서 왜 그냥 저대로 가라앉게 놓아뒀는지 여전히 의문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와 변호인단(이영기·이강훈·김남주 변호사), 취재진(미디어오늘)이 지난 13~14일 백령도 현지를 방문해 현장답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백령도 용기포에서 민박업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13일과 14일 변호인단 및 취재진과 만나 사고 직후 상황에 대해 “아침까지도 배(함수)가 떠있었는데, 그걸 빨리 안건지고 뭐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다”며 “(특히) 계속 떠 있었는데, 이걸 건지는 게 늦어져 결국 가라앉게 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면사무소 사람 뿐 아니라 마을 사람 대부분이 나가서 함수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함수는 사고 이후 16~17시간 동안 떠 있었으며, 함수 뱃머리가 떠올라 있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으나 완전히 가라앉도록 군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백령도 연화리 사고지점 앞에설치된 천안함위령탑서 본 북쪽. 조현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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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에서 만난 백령도 기상대 직원 김아무개씨의 말은 군 또는 일각에서 전적으로 어뢰 폭발의 정황과 데이터로 제시하고 있는 지진규모에 대해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는 사고당일 백령도 기상대에서 근무했는데, 사고 시각에 아무런 ‘쾅’ 하는 소음이나 특이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며 (거리상) 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당시 지진규모 1.5에 대해 “이 정도 규모이면 사람이 감지할 수 없다. 규모에 대해서도 며칠 뒤에 나왔다”며 “그 때 내가 근무했었는데 ‘쾅’ 소리도 안났으며, 들릴 수도 없다. 우린 당시 이 지진이 노이즈인줄 알았다”고 밝혔다. 지진파 파형이 인공지진으로 볼 수 있는 P파의 형태였다는 사실에 대해 그는 “P파 형태 하나만 왔다. 추후 그 시각에 폭발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게 없으니 그랬지만(지진파를 폭발의 근거로 봤지만) 우린 당시엔 노이즈로 판단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 지진규모는 백령도 훈련중 포를 쏴도 나타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군과 합조단은 어뢰 폭발의 유일한 객관적 데이터를 지진파로 제시해왔으며, 폭발량까지도 추정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 등은 이 데이터를 토대로 천안함이 어뢰의 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요지의 논문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어뢰 폭발의 데이터로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인 1.5의 지진규모 만으로 의존할 수 있느냐는 것.
천안함 사고지점이 정면에 보이는 백령도 연화리 해병대 초소. 조현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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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두무진 북쪽에서 본 두무진 바위들. 조현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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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고지점에서 불과 18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함미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장 선장은 “바다에서 180m는 거리도 아니다”라고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변호인단과 취재진은 소형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 북쪽을 둘러본 결과 두무진 바위들로부터 북쪽 방향과 서쪽 방향으로 약 500m~1km 주변 곳곳에 어망 부표 수십개가 설치돼있었으며 커다란 암초도 눈에 띄었다. 북쪽에서 본 두무진 바위들 위쪽에는 초소들도 존재했다.
이날 현장답사를 동행한 이강훈 변호사는 “2년 반이나 지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백령도 주민들도 군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사고당일 사망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2함대에서 다 파악해놓았으면 신속하게 함미인양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백령도 연화리에 설치된 천안함위령탑 사고지점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조현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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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변호사도 “백령도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선뜻 공감하지 않았다”며 “두무진 돌출부에서 섬광을 봤다는 초병 증언의 경우 이것이 과연 폭발의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작 두무진 돌출부 부근에도 초소가 있었는데, 그 섬광을 봤다는 증언이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또 “배를 타보니 항해중에 배의 좌우현 바깥쪽 또는 선미 바깥쪽에 있으면 수많은 물보라에 몸이 젖는다”며 “그런데도 좌현 견시병이었던 황보상준 일병이 맞았다는 물보라가 과연 물기둥에 의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백령도 기상대 직원 발언에 대해 김 변호사는 “기상대 지진파의 경우 규모가 매우 적으며 오차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미세한 진동이었음을 밝힌 것”이라며 “이 지진파의 양으로 TNT 폭발의 양까지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합조단이 제시한 폭발의 유일한 정황증거로 내놓은 지진파가 과연 증거능력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함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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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기 변호사는 “주민들이 시간이 2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사건의 진실에 대해 여전히 나름 궁금증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진실에 다가갈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