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제13차 공판] CCTV 화면, 운항중 영상 아니다
사고순간도 기록하지 못하는 CCTV를 돈들여 설치한 국방부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2-09-25)
어제 오후 2시 천안함 제13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서관 524호에서 열렸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김옥년(당시 중령. 합조단 과학수사분과 사이버영상팀장)으로, 천안함 사고에 관한 승조원 통화내역조사와 천안함 CCTV 영상복원 및 분석을 담당하였으며, 어제 검찰측 증인으로 재판정에 섰습니다.
검찰이 김옥년 중령을 증인석에 세운 이유는, 승조원의 전화통화 내역에 관한 수사와 복원된 CCTV 영상 분석을 책임졌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사고당시 천안함에는 어떠한 비상상황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재판을 통해 밝혀진 것은, 합조단의 통화내역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CCTV시스템의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1. 승조원의 전화통화 내역에 대한 부실 수사
사고를 전후하여 천안함 승조원들이 언제, 어느 위치에서, 누구와 통화를 하였으며, 그 통화내역이 무엇인지 여부는 사고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의 적절성을 밝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사항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해 "별 내용이 없었다"거나 "통상적인 안부 전화"라는 등의 말로 진실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론을 통해 이미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도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자료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모르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등 도대체 수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또한 모든 통화기록과 내역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를 남기게 됩니다.
다음의 내용은 차균석 하사가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한 검찰측 심문과 증인의 답변입니다.
검찰질문 : 하사 차균석이 여자친구와 3차례 문자를 송.수신한 내역이 확인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가요
증인답변 : 예, 그렇습니다.
검찰질문 : 위 문자 내역에 대해서 확인한 결과 특이한 사항은 없었으며, 두 사람 간 최종통화내역은 21:16:42에 차 하사가 문자를 발신한 것이고 이후 발신내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음성 통화 도중에 21:16분경 갑자기 전화가 끊긴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언론의 '천안함 승조원이 21시 16분경 여자친구와 통화도중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가요.
증인답변 : 예 |
그런데 위의 내용은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으며,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내용 역시 축소되었을 뿐만아니라 질문의 내용 또한 핵심을 벗어나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내용
연합뉴스는 사고 나흘 후인 2010년 3월 30일 오전 10시59분 기사로, 차균석 하사가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다가 중단된 정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으며, 타 언론매체들은 그 내용을 받아 송고를 하였습니다.
첫째, 차 하사는 그날 저녁 8시44분부터 문자를 시작하였으나 검찰의 질문에는 3개의 문자내용만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옥년 중령이 검찰에 제출한 내용이 부실하였는지, 아니면 검찰에서 그 내용을 축소하였는지 모를 일이나, 분명히 사건의 정황과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사(김옥년 중령) 혹은 조사(검찰) 그 모두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둘째,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차하사 문자 - 여자친구 문자 - 차하사 문자로 마치 정상적으로 대화가 마무리 된 것처럼 나타내고 있으나, 실은 차 하사 쪽에서 갑자기 중단되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여자친구가 전화를 하였으나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수사에 있어 중대한 오류인 것입니다.
셋째, 특히 여자친구가 전화를 하였으나 받지 않았다는 부분은 여자친구 핸드폰에는 발신으로 나왔을 것이고, 차 하사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로 찍혔을 터인데, 그러한 자료를 통신사 측에서 제공하지 않았다면 통신사의 과실일 것이고, 그 자료를 받았음에도 누락시켰다면 그것은 수사책임자인 김 중령의 중대한 과실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넷째, 보도내용에 정확하게 언급된 바와 같이 <문자를 주고 받다가 끊어졌다>는 것이 팩트임에도 <여자친구와 통화도중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일 뿐만아니라 '비열한 비틀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다음은 같은 날 한겨레 신문의 분석기사입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차 하사는 사고 당일 새벽에도 여자친구의 문자 소리에 잠이 깰 정도로 예민하며, 평소 문자메시지에 즉각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 차하사가 32분 동안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면, 그리고 그를 이상히 여긴 여자친구가 전화를 했음에도 받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이유를 밝히기는 커녕, 그러한 정황 뿐만아니라 문자를 주고 받은 회수 조차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면, 그것은 '수사'라는 명목 조차 걸기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희귀 제품' - CCTV
만약 어제 재판에서 증언한 김옥년 중령의 증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천안함에 CCTV를 납품한 회사는 멀지 않은 시간에 매우 중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아니 그 이전에 그 회사의 대표 혹은 기술진은 법정의 증언대에 서야 할 것입니다. 김옥년 중령의 진술 내용이 너무나 황당하기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인 신청'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 천안함 CCTV에는 사고 순간 포함 '마지막 1분의 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안함에 11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영상을 모두 저장하려면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가 되는데 사고 순간 전원이 차단되어 마지막 1분의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 이해하실 수 있습니까? 세상에 이런 CCTV 보신 적이 있습니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CCTV를 왜 달아야 할까요?
CCTV라는 것 자체가 사고순간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것이 그 기기의 존재이유인데, 그것이 되지 않는 기기를 왜 돈 들여 설치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CCTV라는 기계에 매우 익숙한 편입니다. 고속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정면으로 충돌하여 차가 완전 파괴되어도 CCTV에 마지막 영상이 잡힌 모습을 흔하게 보았으며,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는 순간이라도 전원이 차단되기 직전, 건물이 흔들리고 집기들이 넘어지는 마지막 순간의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전원이 나가서 마지막 순간 1분간의 영상이 저장되지 않아서 볼 수가 없다?
이런 걸 두고 '지나가던 소가 웃을 얘기'라고 합니다.
제조회사, 납품회사, CCTV 영상 복원회사의 대표와 기술진을 법정에 불러 물어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2) 설치한지 6개월 밖에 안된 기계에 시간오차가 4분이나 난다?
기록된 영상의 시간이 실제시간과 4분의 오차가 난다고 합니다. 천안함에 설치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CCTV가 말입니다.
물론 어떤 디지탈 장비든 GMT 시간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초 단위도 아니고 무려 4분이나 오차가 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불가능한 일입니다.
첫째, 설치한지 6개월만에 4분 오차가 났다면 CCTV 기기에 중대한 오류가 존재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제조회사는 중대한 과실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무려 6개월간 CCTV의 시간 오차가 있다는 것을 함내에서 모르고 있었다면 그 관리책임선상에 있는 모든 당사자들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위의 사안과는 별개로, 선박 내에 설치된 모든 디지탈 장비 내에 장착된 시계(Slave Clock)는 선내 중앙에 설치된 마스터클락(Master Clock)과 일치연동(Synchronizing)되도록 설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CCTV 시간만 유독 별개로 설치되었다?
구형 초계함에 추가로 설치하다보니 그렇게 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선박기기의 설비의 기준과 원칙에 벗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그 주장이 맞다면 그러한 무지와 부실에 대하여 해군본부 설비관련 부서와 CCTV 제조회사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될 것입니다.
선박은 바다위를 항해하고 국가를 넘나들며 다니는 교통수단이라 나라마다 시간이 다르고 그에 따라 항해중 매일 인위적인 시간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내 시계를 한 방에 조절하는 시스템이 개발된 것입니다.
그런 기계가 개발되기 전에는 마스터시계를 손에 들고 다니며 모든 시계를 조절하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만약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 CCTV의 시계가 선내 중앙시계와는 별개로 작동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천안함이 구축함과 함께 해사생도들을 싣고 해외로 순양항해를 나갈 경우, 태평양을 건너며 매일 일정시간에 시차조정을 할 때마다 함내의 모든 CCTV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온 배를 뛰어 다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의 시간이 오차가 있다는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거나, 해군본부와 CCTV 제조회사가 선박시스템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무지렁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3) 원본 CCTV 영상을 다시 촬영하여 제출하였다?
어제 김옥년 중령은 이해할 수 없는 증언을 하였습니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CTV 영상을 복원하였는데 그 영상은 조작이 불가능하여 뷰어프로그램으로 작동 후 그 영상을 다시 촬영하여 설명용 CD제작과 캡쳐에 활용하였다"
그 발언을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상을 복원하였으면 그 복원된 영상 그대로가 증거자료인 것이지요. 그런데 '조작이 불가능하여'라는 말은 무슨 얘기며, 그 영상을 다시 촬영하여 이런저런 용도로 편집해 사용했다는 것도 황당한 얘기인 것입니다.
디지탈영상 정보는 그 상태로 하드디스크에 수록, 복사,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은 요즘 어린아이들도 아는 상식입니다. 그것을 뭣하러 조작을 하고 편집을 했다는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영상복원 전문업체를 불러서 증언을 들어보아야 할 사안일 것 같습니다.
3. CCTV 안에서 운동하는 대원들 - 운항중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오늘의 글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천안함 사고 이후 처음으로 제기하는 새로운 문제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CCTV 영상은 '캡쳐화면' 즉 '스틸사진'이었습니다. 동영상이 아닌 정적인 상태의 화면(Still shot)이었기 때문에 사진의 내용만을 볼 수 있었지 함선의 움직이에 대해서는 판단할 근거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제 법원에 제출된 CCTV 복원 동영상, 특히 후타실에서 대원들이 운동하는 장면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재판정에서 틀었기 때문에 방청객들도 모두 보았으며 앞으로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될 것입니다.)
운항중인 선박에서 운동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바다 위에 떠서 달리는 배 안에서 10kg, 20kg 역기를 들어 올리면 사람의 몸동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달리는 배 위에서 운동을 해 보았습니다. 그것도 테니스를. 제가 테니스를 워낙 좋아해서 항해사 시절 테니스를 치고 싶은데 칠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날 후미 갑판에 바람쇠러 나갔는데 컨테이너가 적재된 상황이 기가막히게 되어 있더군요. 양쪽으로 평평한 컨테이너가 쌓여있고, 가운데 갑판이 텅 비어 있는 구조.
태평양을 건너는 9일간, 컨테이너 박스들이 에워싼 공간에서 태평양을 신나게 테니스(벽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배가 항해중이기 때문에 파도에 따라 배가 오르내리고 좌우로 흔들리고 기울어지기 때문에 그 상황을 몸의 움직임과 일치시키기 위한 몸동작이 필요하게 됩니다.
단언컨데, 복원된 CCTV 동영상 속에 나오는 후타실의 운동장면은 천안함이 정지된 상태 혹은 육지에 계류된 후, 완전하게 안정된 상태에서의 운동장면이라고 선언합니다.
국방부에서 복원하여 증거로 제출한 영상의 시간은 21:02:20~21:17:01까지이며, 국방부에서 주장하는 4분의 오차를 감안할 경우 21:06:20~21:21:01 사이의 영상인 셈입니다. 그 시간에 천안함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
천안함은 남동진하여 내려오다가 21:06경 급격히 좌회전하여 21:09 선회를 완료합니다. 당일 해상상태는 파고 2~3m로 다소 거친 편이었으며, 바람은 23~26노트 정도로 기상상황이 그리 양호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몸동작에는 그러한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배가 급선회를 할 경우에는 롤링(Rolling)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그 상황에서는 함내에 서있던 사람들은 무언가를 잡아야 정상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한 몸동작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천안함 후타실은 항해시 진동이 심하여 항해중에는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 대원들의 증언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무거운 역기를 들고 자유자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육상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박에서는 바닥에 내려놓은 둥그런 물체는 굴러가야 정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항해중이 아니거나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위에 얌전히 떠있었다는 뜻입니다.
신상철
덧글 : 이 주장은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논쟁을 야기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CCTV 영상은 언론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영상이 과연 운항중인 선박에서 가능한 모습인지에 대한 '집단지성의 검증'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