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이 대통령, 민간인 사찰 ‘비선 라인’ 알고도 비호, ‘피신시켜 놓은 주군의 비선 조직’

道雨 2012. 12. 5. 12:20

 

 

 

이 대통령, 민간인 사찰 ‘비선 라인’ 알고도 비호

 

 

이영호 전 비서관 수시로 독대
공직윤리지원관 교체 거론에
“VIP, 당장 인사 중지하라 지시”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을 ‘비선’으로 지휘했던 이영호(48·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독대’ 보고를 했으며, 이 대통령은 ‘비선 라인’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비호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가 4일 입수한 수만쪽의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록 가운데, 진경락(45·구속기소)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공직윤리지원관실 거취 관련 VIP(브이아이피) 보고 결과’ 문건을 보면, “2009.10.29 17:00, EB(이영호 비서관 지칭)가 ‘민정(수석실)에서 공직윤리지원관 교체를 보고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VIP(이명박 대통령 지칭)께서 놀라시며 ‘당장 인사비서관을 연결하라’고 하시고 인사비서관에게 ‘내 특명이 별도로 있을 때까지는 당장 공직윤리지원관 인사를 중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나와 있다.

 

또 다음날인 2009년 10월30일 이 대통령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런 사람들이 원래 목소리가 좀 큰데다 업무 열정이 있어서 협의 과정에서 시끄럽게 했다는 것을 밖(언론)에 퍼나르면서 중상모략하고… 몸 던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바꾸려고 인사공작을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문건에 소개돼 있다.

 

이영호 비서관이 비선으로 지원관실을 지휘한 사실을 이 대통령이 알고 있었고, 당시 이 비서관이 업무협조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마찰을 빚으며 소란을 피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오히려 이 비서관을 두둔하며 ‘비선 보고’에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같은 해 7월31일 진 과장이 작성한 ‘가볍게 보고드릴 내용’이라는 문건에는 “7월28일(화)에 EB가 上(상, 이 대통령 지칭)과 독대했음. 그 결과는 아직 모르는데 29일 EB가 하루종일 기분 좋았음. EB가 민정으로 가는 것은 上께서 만류하는 것으로 알려짐(당분간 현직에 그대로 있으라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된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을 이미 2008년 9월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지원관실 서무로 일했던 전아무개(39) 사무관(당시 6급)은 올해 5월2일 검찰 조사에서, ‘동자꽃 VIP 허위사실 유포 관련 조치’라는 문건에 대해 “이영호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동자꽃’은 김종익씨의 다음 블로그 아이디다.

 

전 사무관은 “2008년 9월 말 금요일, 진경락 과장이 동자꽃 관련 건을 포함해 10건 이상을 이영호 비서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지원관실 여직원) 유○○이 그 보고서 내용을 줄 간격 맞추고 편집하는 작업을 했고, 당시 진 과장이 내게 ‘그 보고서를 일요일 아침에 이영호 비서관이 대통령께 보고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영호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 안에는 ‘직보 보고서’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 대통령한테 보고할 수 있다”며 이 비서관의 독대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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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지원관실, 민정수석실·감사원과 ‘파워게임’

 

이영호, MB 독대 뒤 반격나서
“자리 욕심만 채워 인적쇄신 필요” 민정수석실 손볼 계획 세워

 

감사원이 총리실 감사 나서자,
“상의 명에 의해 만든 조직인데”
사무총장 면담 등 대책도 마련

공직자 직무감찰과 복무기강 점검은 애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감사원의 업무 영역이었다. 2008년 촛불집회 정국을 거친 뒤 거칠게 구성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은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과 함께 이들의 ‘영역’에도 끼어들었다. 감사원과 민정수석실의 눈길이 고왔을 리 없다. <한겨레>가 입수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 지원관실이 민정수석실·감사원과 벌인 권력게임의 일단이 드러난다.

 

■ 대통령 독대 뒤 민정수석실도 배제

 

민정수석실은 지원관실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진경락(45·구속기소) 당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민정수석실의 공직윤리지원관 죽이기 시나리오’ 문건을 보면, 권재진(59)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민정수석실 핵심 라인은 모두 이인규(56·구속기소) 공직윤리지원관을 직접 압박했다.

먼저 2009년 10월16일 김진모(46) 청와대 민정2비서관(현 부산지검 1차장)은 “공직윤리팀에서 촛불 정리, 전 정권 공기업 임원 정리(60여명), 장차관 스크린, 기타 특명을 수행한 것은 100% 인정하겠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스템으로 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계통도 절차도 없었던 지원관실 보고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 10월25일 권재진 수석은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이인규 지원관은 포항지역이라는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이인규 지원관이 직위를 떠나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장석명(48)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은 10월27일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보직을 변경하고자 하니 10월25일 오전까지 가고 싶은 곳 두군데를 알려달라”고 최종 통보했다. 그는 “이 지원관이 포항 출신이 아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며, 이러한 인사조처가 ‘영포라인’에 대한 파워게임의 일환임을 암시했다. 검찰·경찰 등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의 총공세인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이영호(48·구속기소)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10월29일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 뒤 일거에 반전됐다. 이 대통령이 다음날 확대비서관회의를 열고 “업무 열정이 있어서 협의 과정에서 시끄럽게 했다는 것을 밖(언론)에나 퍼나르면서 ‘중상모략’하고 그것도 모자라 몸 던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인규 지원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파악됨)을 바꾸려고 인사공작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발언 뒤 지원관실의 ‘비선 보고’ 라인은 더욱 정교해졌다. 공직자 감찰과 인사 스크린 등 5개 항목으로 보고 주제를 나눈 뒤, 대부분의 주제는 민정수석실을 아예 경유하지 않고 윗선에 보고하는 것으로 보고 체계를 수정한 것이다.

승기를 잡은 지원관실은 민정수석실을 ‘손볼’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진경락 과장은 문건에서 민정수석실에 대해 “촛불정국 때 본연의 일은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상황이 지나니까 정세 분석도 하지 않고 자리 욕심만 차린 민정라인 전체의 인적 쇄신이 요구됨”이라고 보고했다. 총리실 산하 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적 쇄신을 주장할 정도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 ‘우리는 VIP 친위 조직이다. 감사원 따위가…’

 

민정수석실과의 갈등에서 승리를 거둔 지원관실 직원들은 거침이 없었다. 감사원과도 ‘한판’ 붙었다.

진경락 과장이 작성한 ‘최근 일련의 사건 일지’를 보면, 지원관실 직원들은 2010년 3월15일 한 지방자치단체장 비리사건 감찰 과정에서 감사원 기동감찰과장과 면담을 하게 됐다. 자료 요청을 위한 자리였다. 이때 지원관실의 팀 구성을 묻는 감사원 과장의 질문에 지원관실 직원이 “그런 것을 묻는 것은 실례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감사원 과장은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라며 업무협조를 거절했다. 감사원 과장은 다음날인 3월16일 이인규 지원관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업무협조를 하러 왔는데 거친 매너 때문에 불쾌했다. 직원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지원관실은 감사원이 국무총리실을 감사할 계획을 세우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진경락 과장은 “감사기관이 다른 감사기관을 감사하는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감사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대응하겠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감사 대상이) 현재로서는 전체 예산 쓴 것을 감사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단계인데 (그러다 보니 우리가 돈 쓴 것도 자연스레 포함됨) 그 속에는 컴퓨터로 자동이체한 내역도 있고, 여기에는 우리 요원들 실명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돈 쓴 것을 지적하려 한다면 감사원 사무총장을 만나 ‘上’(이명박 대통령을 지칭)의 명에 의해 만든 조직을 감사하려 한다는 점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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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관실 전직원 “이명박 정부 성공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 충성서약

 
총리실 공직지원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구속수감중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 4월3일 저녁,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합법만 고집할 수 없고 요령껏”
불법적인 감찰에도 길 터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오직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존재했다는 사실은 지원관실 문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2008년 7월 신설된 지원관실은 외형적으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비선 라인’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이중 조직’이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문건(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을 작성하기 전에 만들어진 초안을 보면, 이들은 스스로를 ‘피신시켜 놓은 주군의 비선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에서 ‘주군’을 모셔야 하지만 총리실로 ‘피신’와 있다는 뜻이다.

지원관실 직원들은 2009년 2월19일, 경기도 양평 한화콘도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발제용으로 진경락 당시 기획총괄과장이 준비한 문건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찬양이 담겼다. “엠비는 역사적 선택인가?”라는 물음에 “예스(Yes). 경제만 시장주의가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도 시장주의 원리가 작동. 그 시대 환경이 그 정치, 그 사회를 선택”이라고 적었다. 또 “엠비는 어떤 사람이길래?”라는 물음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간 사람. 경제위기의 순간에 선택받았고 그래서 경제를 살리기만 하면 엠비는 성공한다”고 썼다.

또 진 과장은 “감찰과 정책은 균형있게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감찰은 자신있게, 합법만 고집할 수 없고 요령껏 어떤 행위도…내공과 위엄으로 제압”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 워크숍에는 지원관실의 ‘비선 지휘부’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행정관도 참여했다.

 

 

같은 해 4월 지원관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운영 쇄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충성심과 실력을 겸비한 조직으로 거듭나 4대강 정비사업 등 엠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원관실은 이를 위해 모든 직원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충성서약을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원관실은 스스로를 ‘이 정부와 운명을 함께할 코어그룹(Core Group·핵심조직)’, ‘오직 충성심 하나로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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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P·상(上)·어른…이명박 대통령 지칭

최시중엔 방통대군·C대군
정운찬은 PM·박영준은 PV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작성한 숱한 보고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보고 라인에 있던 인물들이 알파벳 약어로 등장한다. 이 대통령을 위해 ‘일심 충성’한다는 지원관실의 각종 보고와 사찰이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브이아이피(VIP)’ 외에도 한문으로 ‘상(上)’이나‘어른’으로 표기돼 있다.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2009년 7월에 작성한 문건을 보면, “7월29일 오전에 노동부에서 上께 현안 업무보고를 했음. 上께서 노동부의 노고에 대해 치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직윤리지원관(이인규) 보직변경 요구 경위’ 문건에서도 “권재진 수석이 어른(上)께 공직윤리지원관의 교체를 보고하니 허락하셨다”고 돼 있다.

지원관실이 만들어진 초기에 작성한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서에서는 지원관실의 정체성을 “VIP께 절대충성하는 친위조직” “VIP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조직”이라고 규정하며 이 대통령을 브이아이피로 표시했다. 그러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브이아이피가 대통령을 뜻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대통령을) ‘어르신’, ‘어른’이라고 부릅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군’, ‘방통대군, ‘C대군’이라고 표기했으며, 정운찬 국무총리는 ‘PM’(Prime Minister), 박영준 국무차장은 ‘PV’(Prime 또는 Park Vice)로 나타나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비서관의 ㅂ발음을 알파벳 ‘B’로 바꿔 표시해, 이영호 전 비서관은 ‘EB’,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JB’로 불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