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이상휘 “사찰 진실 까발리는 일 없도록 돈 건넸다” 진술

道雨 2012. 12. 6. 11:23

 

 

 불법사찰 비호한 이 대통령 법적 책임 물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또 나왔다.

<한겨레>가 입수한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록을 보면,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비선’으로 지휘한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한테서 수시로 독대 보고를 받으며, 이 조직을 비호해줬다고 한다.

그동안 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이 불법사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으나, 이번 기록은 의혹 수준을 넘어 분명한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 결과를 보고받으며 비선 조직을 비호했다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쪽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얼버무리고 있으나, 명백한 진술과 자료가 나온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대선 국면에 묻혀 큰 쟁점은 되지 않고 있으나, 대선 전이든 후든 분명한 진상규명과 함께 응분의 법적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재수사 기록 가운데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공직윤리지원관실 거취 관련 VIP 보고결과’ 문건을 보면, 이 비서관이 경제수석실과 마찰을 빚어 소란을 피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 대통령은 2009년 10월30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몸 던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바꾸려고 인사공작을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비호했다고 한다.

전날엔 이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민정수석실이 공직윤리지원관을 교체하려는 것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또 민간인 사찰 사건의 발단이 된 김종익씨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이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들었다”는 지원관실 전아무개 사무관의 검찰 진술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상휘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이 “애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고 폭로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돈을 뿌렸다”며 사건 폭로 뒤 입막음을 시도한 것을 검찰에서 시인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이현동 국세청장이 이인규 지원관에게 1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진 전 과장 검찰 진술에서 드러났다.

한마디로 몸통인 대통령을 보호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청와대, 총리실은 물론 국세청까지 동원해 정권 차원에서 전방위로 뛰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야가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으나 여당의 무성의로 무산된 상태다. 불법사찰의 ‘깃털’들만 감옥에 가고 몸통은 건재하다면 불공평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가 명백한 인권유린과 권력의 불법행위는 모른체하면서 정치개혁과 비리척결을 약속하는 건 대국민 사기극이다.

 

[ 2012. 12. 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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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휘 “사찰 진실 까발리는 일 없도록 돈 건넸다” 진술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지난 5월30일 조사를 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사찰은폐 조직적 개입 의혹

“누구로부터 지시받았는지, 증거인멸에 관한 사실 등, 폭로하면 파장 커질 것 같아서”
검찰 조서에 돈전달 이유 밝혀

 

돈 받을 당시 진경락 메모, “상(上) 지시로 왔다는 것 직감”

 

 

이상휘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해 7~11월 민간인 사찰에 관여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에게 3400만~3500만원을 건넨 이유에 대해 “사찰의 진실을 까발리고 폭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검찰에서 여러 차례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등이 장진수·김충곤·원충연 등 지원관실 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돈을 전달한 때다. 이 비서관의 진술은, 당시 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입단속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록 가운데 이상휘 비서관의 5월28~30일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이 비서관은 지난해 7~11월 장진수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돈 600만~700만원을 건넨 이유에 대해 “혹시라도 정치권에서 접촉을 해서 장진수가 폭로를 하면 파장이 커지고 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검사가 어떤 폭로를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불법사찰을 했다는데 그 진실, 또 누구로부터 지시받았는지 그런 사실에 대해 폭로를 할 수도 있고, 장진수와 관련된 증거인멸에 관한 사실 등을 말한다”고 했다.

 

 

이 무렵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인 정황도 드러났다.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외장하드에 보관된 메모를 보면, 이상휘 비서관은 2011년 7월18일 진 과장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생활비로 쓰라고 500만원을 줬다.

진 과장은 “이상휘 비서관이 자기가 나를 만나는 것은 김희중 부속실장, 임태희 실장만이 안다고 했는데 상(上·이명박 대통령을 지칭)의 지시에 의해 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음”이라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 “상의 지시 이외에는 부속실장이 알 필요도 없는데다가 (이상휘가) 나를 만나기 전에 빨리 만날 것을 독촉했고 그것도 무슨 회의 스케줄을 잡듯 이인규·장진수(이상 19일) 김충곤·원충연(이상 20일) 만나기로 돼 있었고, 이상휘 비서관은 평소 스타일이 상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절대 나서지 않음”이라고 썼다. 진 과장이 자신과 접촉한 이 비서관을 이 대통령이 보낸 메신저로 인식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 과장을 만나기 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했고, 임 실장이 한번 만나보라고 허락했다. 이후 진 과장에게 돈을 준 사실을 보고하니, (임 실장이) ‘고생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비서관은 또 진 과장을 만난 사실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도 알렸고, 박 전 차관은 “애들 좀 잘 챙겨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진 과장은 최종석 행정관을 만난 7월31일치 메모에서 “최종석이 신빙성 있을 거라고 하면서, 이상휘 비서관이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다 만나고 난 후 상에게 보고했다 하더라는 얘기가 안에서 돌고 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최종석은 나에게 ‘형이 지금껏 형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랬겠지만, 이제는 이상휘를 통한 보고가 상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이 확인된 이상 구체적 요구사항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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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국세청장 불법사찰 재판 당시 지원관실에 ‘돈봉투’

 

재수사 기록 문건서 확인, “이영호 통해 2명에 전달”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직원들의 ‘입막음용’으로 쓰인 돈 가운데 일부가 이현동(56) 국세청장에게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해 이 청장을 서면조사하고도, 민간인 사찰 재수사 결과 발표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록 가운데 진경락(45·수감중) 당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지난해 7월31일 최종석(42·수감중)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난 뒤 작성한 문서를 보면, 진 과장은 “최종석이 나에게 이비(EB·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가 생활비조로 주는 것이라며 500만원을 주었고, 이어 이현동 청장이 이번 여름에 휴가를 다녀오라며 주는 것이라면서 봉투 하나(나중에 100만원임을 확인)와 또다른 봉투(비슷한 크기여서 100만원으로 추정됨)를 주면서 이것은 이 청장이 이인규 국장(공직윤리지원관)에게 주라고 하더라고 함”이라고 적었다.

 

 

이런 내용은 최종석 행정관의 검찰 진술 조서에서도 확인된다. 검사가 진 과장이 작성한 문건을 보여주며 ‘이현동 청장은 왜 100만원을 준 것이냐’고 묻자, 최 행정관은 “이영호 비서관이 이현동 청장이 주는 돈이라고 전달해 주라고 해서 전달해 줬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 청장의 봉투가 건네졌다는 지난해 7월은 이상휘(49)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진경락 과장 등 재판을 받고 있던 지원관실 직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3400만~35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여러 경로로 돈봉투가 전달되던 때다.

이상휘 비서관은 이처럼 돈을 뿌린 이유에 대해 “사찰의 진실을 까발리고 폭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처럼 청와대 등 ‘윗선’에 대한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용’ 돈의 일부가 이명박 정권 ‘대구·경북(TK) 라인’의 실세 중 한명인 이 청장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대구·경북 출신 핵심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청장은 올해 이뤄진 민간인 사찰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청장은 이영호 비서관을 통해 지원관실 직원들에게 돈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이영호 등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국세청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송경화 권은중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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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그룹 힘빼려는 S라인 감찰하라’ 치열한 암투

지원관실 스스로 ‘P그룹’ 지칭
“C대군(최시중)·SD(이상득)와 정보 보고등 스킨십 강화” 나서

*P그룹: 포항
*S라인: 서울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스스로를 ‘피(P)-그룹’으로 지칭했다. 흔히 ‘영포라인’이라고 불리던 경북 영일·포항 가운데 포항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야당 의원, ‘에스(S) 라인’ 등이 ‘피-그룹’ 힘빼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진경락 당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2009년 11월12일 완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운영 관련 동향 및 대응방향’ 문건은 “야당 의원과 일부 언론이 결탁해 이인규 지원관-이영호 비서관-박영준 국무차장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른바 ‘피-그룹’ 힘빼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호남 출신 기자들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원관실은 특히 ‘에스 라인’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에스 라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형성된 인맥으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으로 대표된다.

진 과장은 같은 보고서에서 “요즘 정두언이 무척 총리실에 인사운동을 하는 것 같더라. 청와대에 있는 ○○○을 총무비서관으로 밀고 있더라”라고 적었다.

 

이런 내용은 ‘티케이(TK·대구경북) 라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이를 보고받은 뒤 “자기 사람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심으려고 하면 쓰나”라며 앞으로 계속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진 과장은 기록했다.

 

 

결국 ‘피-그룹’은 ‘에스 라인’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1월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채널 변경사항’ 문건을 보면, ‘피-그룹’은 ‘에스 라인’에 대한 감찰을 공식화하고 있다. 2009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힘겨루기에서 이긴 뒤, 지원관실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이 문건에는 “활동내역 C대군(최시중 위원장으로 추정)·SD(이상득 의원으로 추정) 보고 및 정기 모임을 통해 스킨십 강화”, “에스 라인 정보 파악 및 비리 감찰”을 ‘에스 라인’ 견제 대책으로 꼽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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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개입의혹 짙은데…검찰, 윗선은 캐묻지도 않았다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 6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 입수 검찰 재수사 어땠기에

문건에 ‘이대통령 지칭’ 수두룩한데, 박영준·이영호 조사때 묻는 시늉만, 뜬금없는 답변에도 다시 추궁 안해
이상휘 ‘입막음용 돈살포’ 진술에도 한차례 참고인 조사만 한뒤 불입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권력 투쟁으로 위기에 몰렸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비선 보고’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독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덕분이었다.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지원관실 문건에는 ‘上(상)’, ‘VIP(브이아이피)’ 등 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가 수두룩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는 스스로 몸통임을 자처한 이영호 비서관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서 멈추고, 그 ‘윗선’으로 오르지 못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수만쪽에 이르는 재수사 기록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라인이 지원관실 활동에 개입했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박영준 차장에 대한 신문조서를 보면, 당시 검사는 “지원관실 문건 중 ‘조치결과’에 ‘인사개입 추가해서 VIP께 보고(박차)’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당시 피의자가 인사개입 정보 등을 추가해서 VIP께 보고하라고 재지시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박영준 차장이 내놓은 답변은 다소 뜬금없었다.

“당시 ○○○을 둘러싸고는 시끌벅적했습니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그런 안 좋은 얘기들이 있다는 얘기를 한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맥락에 맞지 않는 답변에도 검사의 추궁은 더 이상 없었다.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됐는지를 묻던 신문은 갑자기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아느냐’는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후 “사실과 다르다”는 박영준 차장의 답변이 나올 때마다, 검사는 또 다른 주제의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이영호 비서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습니다”라는 이 비서관의 거듭된 답변에, 근거를 들이대며 추궁하는 검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입막음용’ 돈 살포 수사에서도 이어졌다. 이상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까발리고 폭로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지원관실 직원들한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범인도피의 범죄 의사가 있었음을 실토한 꼴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상휘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또 검찰 수사는 이상휘 비서관이 진경락 과장, 원충연 팀장 등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돈의 출처도 파고들지 못했다. 이 비서관뿐만 아니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등도 돈 전달에 나서는 등 청와대의 조직적인 자금 조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 비서관은 “가지고 있던 돈과 후배에게 빌린 돈을 나눠줬다”는 등의 답변만 반복했다.

현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범인도피 혐의 적용을 지렛대 삼아 강하게 추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4월 검찰 재수사 당시에도 입막음용 돈봉투를 건넸던 청와대와 총리실 직원 가운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참고인이 있었으나,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접한 뒤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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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끝까지 밝힐 의지 있느냐” 진경락, 검사에 전화로 묻기도

 

진씨, 검찰조사때 묵비권 행사하다
이영호 기소뒤 태도 바꿔 수사협조

검사: 피의자는 3월25일 본 검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사에게 “이 사건의 실체를 끝까지 밝힐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억하는가요? 피의자는 구속돼 있던 기간 동안 피의자를 구속되게 만든 특정세력에 대해 분노를 표명하며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했던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는가요? 오늘 출석해 갑자기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요?

 

진경락: (눈을 감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키맨’으로 통했던 진경락(45·구속기소·사진)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는 수시로 변했다.

재수사 기록을 보면, 진 과장은 자신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검사에게 “이 사건의 실체를 끝까지 밝힐 의지가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검찰에 스스로 출석한 뒤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이영호(48·구속기소)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구속기소된 뒤 태도를 바꿔 수사에 협조했다.

 

검사의 전화 통화 이후 종적을 감춰 지명수배됐던 진 과장이 서울중앙지검을 스스로 찾아왔던 4월13일과 14일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진 과장은 각각 8시간이 넘는 조사 동안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사가 “진실에 대해 지금이라도 폭로할 생각이 없느냐”고 다그쳤는데도 눈을 감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진 과장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됐던 이영호 비서관이 기소된 4월20일 검찰의 3차 피의자 조사 때부터다. 이영호 비서관의 기소로 인해 마음이 움직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진 과장은 이후 지원관실의 ‘비선 보고’를 박영준 국무차장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놨고, 지원관실의 조직과 지휘체계에 대해 “나중에 대통령도 인정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과장은 4월23일 검사와 1시간여 동안 면담하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내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나만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하게 됐다”고 말했다.

24일과 29일에는 지원관실의 사찰 활동과 보고자료를 담은 문서를 변호인을 통해 ‘수사 협조 차원’으로 제출했다. 진 과장의 협조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그나마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진 과장의 변호인은 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영호 비서관이 기소된 날과 진경락 과장이 진술하기 시작한 날이 같은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인다. 진 과장은 이미 1차 수사에서 구속됐기 때문에 최대한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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