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군 “천안함장 명의로 상영금지 신청” 정지영 “영화지연 손배소”

道雨 2013. 5. 20. 19:00

 

 

 

군 “천안함장 명의로 상영금지 신청”, 정지영 “영화지연 손배소”

국방부 법무관리관 “상영관 정해지면 곧장 내기로 장관에 보고” 제작진 “영화같은 상황…극장 올릴 것”

 

 

천안함 침몰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국방부가 영화에 등장하는 군 장교를 내세워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은 영화같은 상황이 다큐 제작 이후에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극장에 올릴 작정이다. 특히 이들은 국방부가 가처분신청으로 논란을 부추겨 영화상영을 지연시킨데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등 맞대응할 방침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 출장중인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19일 밤 국제전화에서 “지난 7일 회의에서 큰틀의 대응방침을 정한 뒤 10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영화 상영관이 정해지면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구두 보고했다”며 “현재까지 영화배급사 가운데 상영하겠다는 곳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영화상영계획이) 등록되는 것이 파악되면 바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히 가처분신청 주체를 국방부를 대표하는 장관 명의가 아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3~4명(법정신에 나오는 심승섭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 김진황 해난구조대장, 최영순 소령, 최원일 전 천안함장 등)과 유족 1~2명 명의로 내기로 해 법적대응까지 조직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임 관리관은 “영화에 나오는 법정증인으로 출석한 3명과 천안함장 등 2~3명, 유족은 유족대표 1~2명 정도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현재 당사자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임 관리관은 법적 대응까지 결정한 배경에 대해 “북한 어뢰에 의해 장병이 전사했는데 좌초나 돼서 죽은 것으로 비춰지도록 영화를 제작해 명예를 훼손했으니 법정에서 사실여부를 다퉈보자는 차원”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의해 제작해야 하는 다큐 형식의 영화인데 군에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임 관리관은 “소통하자는 영화라 주장하지만 우리 반론을 안담은 게 오히려 소통에 저해된다”며 “군에게 왜 구조를 제대로 안했느냐는 비판은 당사자에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상영관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기획·제작자인 정지영 감독은 “군이 가처분신청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으니 대응을 잘할 수밖에 없다”며 “가처분 신청 대상 자체도 안 될 것으로 보지만, 최대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 문제로 보고 변호사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명예훼손이라는 군의 주장에 “(천안함 장병이) 북한한테 죽으면 괜찮고, 다른 이유로 그렇게 되면 나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다큐가 공정해야 하며 반론권을 줬어야 한다’는 군의 주장에 대해 “영화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로, 자신들의 반론은 모두 천안함 보고서와 백서 안에 다 있는데 무슨 반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어차피 똑같은 반론인데 더 설명하겠다고 군이 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군 내부 회의에서 가처분 신청인을 결정한 것을 두고 정 감독은 “가장 웃기는 부분”이라며 “군에서 명예훼손 당했다고 하고 싶은데 직접 못하니 구성원들에게 해달라고 유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명예훼손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등장인물의 대사는 재판과정에서 증언한 것을 객관적으로 재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정 감독은 영화 상영이 지연돼 적잖이 손해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제작에 들어간 비용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손해가 난다”며 “수출과 같은 것도 생각해보고 있고, 회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애초 우리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난 뒤 곧바로 상영하려 했는데, 군이 이렇게 나오니 당장 상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며 “이렇게 피해본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사(아우라픽쳐스)는 영화제 전후로 몇군데 배급사로부터 상영 의사타진을 받았으나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영화 연출과 편집을 담당한 백승우 감독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짜로 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며 “왜 군이 민간 영화를 내리라 말라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군의 발표와 대응 자체가 영화 다큐멘터리 2부를 보는 것 같다”며 “군의 명예를 군 스스로가 이렇게 깎아먹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 조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