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보도 통제와 언론의 ‘신보도지침’
날치기가 아니라 단독처리? 제목,기사,사진까지 관리하는 보도 지침
임병도 | 2013-06-25 08:52:01
국정원 사건과 관련하여 6월 20일 YTN은 단독으로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건 포착>이라는 뉴스를 보도합니다. 이 리포트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MB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대선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의 선거에도 개입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 특종 중의 특종이었습니다.
YTN은 6월 20일 오전 5시 2분에 이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오전 10시 뉴스를 끝으로 가장 피크 시간인 12시 뉴스와 오후 1시 뉴스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후 2시 뉴스에서 단신 기사가 한 차례 더 방송된 이후 더는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특종은 언론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남이 취재하지 않은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사의 역량과 실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많은 트래픽과 시청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특종을 하고도 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 어리둥절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편집국 간부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YTN은 오전 5시 특종 리포트를 내보내고 보도국 회의를 진행합니다. 이 자리에서 간부들은 '기사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는 전혀 생뚱맞은 지적을 합니다. 보도국 회의가 끝나고 오전 10시 뉴스 방송 전에 YTN 기자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 입장도 반영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보도국 회의에서도 해당 기자의 리포트에 대해 기사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하다는 지적들이 있었고, 과연 단독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하니 참고하라'고 했습니다.
언론사 보도국 회의 내용을 불과 몇 시간도 안 된 상황에서 어떻게 국정원 직원이 알았을까요? 보도국 회의에 참석한 누군가가 국정원에 보고했을까요? 아니면 국정원 직원이 언론사 보도국 회의를 도청이라도 했을까요?
국정원 직원이 전화를 건 후, 오전 10시 방송을 끝으로 YTN이 단독 보도한 '국정원 SNS 박원순 시장 비하 글 2만건'기사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후 5시 뉴스에서는 국정원 사태 관련 전문가 대담까지 있었지만, 자사가 특종 보도한 국정원 SNS 기사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 날치기가 아니라 단독처리? 제목,기사,사진까지 관리하는 보도 지침'
이번 YTN의 국정원 보도 통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5공 시절 나왔던'보도지침'입니다. 전두환이 지배하던 5공 시절, 청와대는 문화공보부 내 홍보조정실을 통해 매일 각 신문사로 보도지침(당시 용어로는 홍보조정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보도지침을 보면, <야당 질문내용은 빼고, '그저 했다'라고만 보도할 것>, <'농촌 파멸 직전 표현 쓰지 말 것'> 등 직접적인 삭제는 물론이고, '눈에 띄게','크지 않게' '돋보이게'등을 거론하며 일일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 11월 25일 동아일보 기사
1985년 11월 18일에 언론사에 내려온 보도 지침에는 <학생시위 ‘적군파식 모방’으로 쓸 것. 대학생들 민정당사 난입사건은 사회면에 다루되 비판적 시각으로 할 것. 구호나 격렬한 프랑카드(플래카드) 사진 피할 것. 치안본부 발표 ‘최근 학생시위 적군파식 모방’ 발표문은 크게 하되 ‘적군파식 수법’이라는 제목으로 뽑을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1985년 11월 25일 동아일보에는 '시위차원 떠나 폭력시위 목표'라는 제목의 기사 안에 '투쟁방법으로서는 일본의 적군파식으로 방화,쇠파이프,벽돌,솜방망이등을 사용하는 도시게릴라식 폭력수법'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1985년 12월 2일 경향신문
1985년 12월 2일 보도지침은 <예산안 변칙통과 책임은 야당에 있다. 국회 여 단독으로 예산안 통과 관련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제작 바람. 여당은 정치의안과 예산안을 일괄타결하려 했으나 야측, 특히 김대중의 반대로 결렬됐음. ‘변칙 날치기통과’라고 하지 말고 ‘여 단독처리 강행’ 식으로 할 것>으로 내려옵니다.
1985년 12월 2일자 신문을 보면 대부분 '단독처리 강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나옵니다. 날치기 통과라는 말은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여당은 열심히 일하려고 했는데, 야당의 반대로 어쩔 수 없어라는 기막힌 작문까지도 동원됩니다.
▲1986년 7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
보도지침을 보면 아예 사건의 제목을 정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도 보도지침에는 단순히 '부천서 사건'으로 되어 있습니다. 1986년 7월 17일 보도지침을 보면 <성고문사건 검찰 조사결과 발표 내용만 쓰고 시중에 나도는 반체제측 고소장 내용 일체 보도하지 말 것. 발표 이외 독자적 취재는 불가>라며 아예 취재까지 하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1986년 7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검찰, 성적모욕 없었다. 발표'라는 제목을 통해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서 성고문은 아예 있지도 않은 사실로 둔갑해버립니다. 또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부천서 사건'으로 표기하는 등 충실히 보도지침에 따라 기사를 작성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김근태 첫 공판 스케치 기사나 사진 쓰지 말고, 1단 처리>
<고대 교수들 개헌지지 성명 사회면 1단 처리>
<김영삼 김대중 야욕 버려야 발언은 눈에 띄게>
<미 국무성 '성고문 사건에 개판 표명' 보도 금지>
보도지침에 따른 언론사들의 기사는 수천 건에 달합니다. 아마 세계 각국 저널리즘 대회에서 이런 사례를 발표하면 저널리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아이엠피터가 나이 먹으면 꼭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현주소이자, 왜 언론을 언론이라 부르지 못하는지, 그 이유로 충분할 것입니다.
' 2013년 언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신 보도 지침'
6월 24일 국정원은 자신들 멋대로 대통령 기록물을 공공기록물로 바꾸어 공개했습니다. 스스로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통령기록물과 같은 사안은 누군가의 인터뷰가 아닌 이상 외국 기자들도 정보 공개 연한을 기다립니다. 아무리 언론이 진실을 알기 원한다고 법을 위반한다면 그 또한 올바른 저널리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6월 24일자 언론들을 보면 가관입니다. 정보기관이 스스로 비밀문서를 유출한 경위와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곳은 없고, 오로지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 아닌지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 6월 24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8시 뉴스데스크에서 국정원의 NLL 대화록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앵커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라는 문구를 강조하는 화면을 내보냅니다. 뉴스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마치 '북한 대변인'처럼 보이는 화면 구성입니다.
종편채널은 더 심합니다. 아예 NLL 특집을 다루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지키지 못한 사람으로 규정지어 버립니다.
▲2013년 6월24일 TV조선 화면
TV조선은 'NLL 피로 지킨 영토다'라는 문구를 화면 우측 상단에 고정해 놓고, 뉴스 속보로 '국정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국정원의 공개결정이 어떤 법적 문제점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저 피로 지킨 NLL을 사수하기 위해 국정원이 숭고한 뜻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2013년 6월 24일 조선일보 인터넷판 화면
조선일보는 더 가관입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나온 문구에서 일부 단어만 강조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훼손, 왜곡해버립니다.
<NLL 괴물>
<나라 한복판에 외국군대>
<북측 입장 변호>
<미국이 잘못한 건데>
<못 알아듣겠다>
조선일보가 사용한 단어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무식한 종북주의자에 북측 대변인이 되어 버립니다. 참여정부 시절 그토록 노무현 대통령을 괴롭히더니, 죽은 그를 무덤에서 꺼내 난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MBC 이호찬 기자가 올린 트윗, 6월23일 방송 예정이었던 시사매거진 2580 내용
MBC '시사매거진2580'은 6월 23일 방송에서 '국정원에 무슨 일이'라는 국정원 사건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사매거진2580'은 평소 40분 방송분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23분 만에 끝났습니다.
MBC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에게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발언' 등의 내용을 삭제토록 지시했으며, 제작진이 최대한 편집을 했는데, 그마저도 방송 자체를 독단적으로 불방시켰습니다.
▲EBS 지식채널e 화면
국정원 부정선거 촛불집회와 국정원 관련 증거는 방송하지 않거나 소극적이면서, 유독 NLL 대화록만 강조하는 미디어,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우리에게서 '국정원 부정 선거'를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국정원 부정 선거'를 빼앗아 가고 'NLL 대화록'이라는 법을 위반한 불법적이면서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만 던져주고 먹으라고 합니다.
▲오늘자 조선,중앙,동아 일보 1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주일이면 사람들의 관심이 '국정원 부정 선거'에서 'NLL 포기'라는 이슈로 넘어갈 것이라며, 믿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토록 많은 언론이 그들의 입맛대로 친절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바꿔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이 자신들의 불법을 세상이 모르도록 했던 '보도 통제'와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신보도지침', 이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일이자, 진실을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여배우의 벌거벗은 사진을 잔뜩 보여주는 언론이 진정한 언론이며, 그들이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믿으십니까?
정치가 어떻게 되든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당신의 억울함과 진실을 그들이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은 없습니까?
'오직 한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갈증이 납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아니라 오로지 진실을 알기 위한 갈증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신새벽에 남이 뭐라해도 누가 읽지 않아도 '아이엠피터'는 글을 씁니다.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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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범죄' 2120페이지 전문 공개
MB 정부 결정적 시기에 심리전단은 바쁘게 움직였다
[단독]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인터넷 여론 조작의 전모
What's New?
o...검찰 수사 결과 범죄혐의가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직접 게시글 1977건과 찬반 클릭 행위 1711건이 수록된 2120페이지에 이르는 '범죄일람표'를 모두 스캔 떠서 공개.
o...노 전 대통령 서거, 세종시 대치,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 G20 서울 정상회의 등 주요 정국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정치개입 활동이 대폭 증가했음.
o...심리전단 요원들은 가끔 게시글의 내용은 보지 않고 제목만 본 채 찬성 반대를 클릭해 임무와 배치되는 행위를 함.
o...심리전단 요원들은 극우 매체의 글들을 계속 불법 펌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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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0페이지 분량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A4용지 212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이 문서에는 지난 정부 국정원이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범죄적 행위를 저질렀는지 적나라하게 나와있다. | |
ⓒ 권우성 |
<오마이뉴스>는 어제(26일) 검찰이 작성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중 일부를 입수해, 국정원이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 등에서 대대적인 추모열기를 비판하거나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유포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보기). 이후 <오마이뉴스>는 검찰의 해당 문서 전체를 입수했다. 전체 A4용지 212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이 문서에는 지난 정부 국정원이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범죄적 행위를 저질렀는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원의 심리전단 요원들이 인터넷에서 어떤 게시글을 직접 달았고 또는 어떤 게시글에 찬성과 반대 클릭 통해 노출을 조작했는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 문서 전체를 공개한다. 그동안 각종 보도를 통해 국정원의 행위가 단편적으로 보도됐지만,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죄일람표'는 검찰의 공소장 뒤에 첨부된 서류로, 검찰이 범죄라고 판단한 행위가 망라되어 있다. 검찰은 14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이 등록한 게시글 5179건을 확보했고, 하나하나 분석을 통해 순수한 신변잡기나 북한, 종북 등 내용을 제외하고, 정치관여와 선거운동 혐의가 있는 게시글 1977건을 가려내 범죄일람표에 수록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한 5169건의 찬성 반대 클릭 행위를 확인했는데, 역시 분석 작업을 거쳐 1346개의 대상글에 1711건의 찬반 행위가 정치나 선거 개입 혐의가 있다고 보고 범죄일람표에 올렸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위반 및 국가정보원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물론 이것은 아직은 재판을 통해 범죄행위라고 확정되지 않은, 검찰의 시각을 담은 문서일 뿐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통해 이중 어떤 것은 범죄행위로 인정되고 어떤 것은 아니라고 배척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법률적 차원의 문제일 뿐. 언론과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 문서를 통해 최소한 다음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 문서에 수록된 게시글 또는 찬반 행위의 주체가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이 확실하다는 점과
▲ 심리전단 요원들이 그동안 인터넷에서 벌인 행위의 전모다.
아, 이게 국정원이 올린 거였어? 문서에 수록된 게시글들은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 최소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내용들이다. 파편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요소들도 한데 모으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 있다.
이게 국정원이 했던 행위의 전부는 아니다. 검찰은 지난 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음 아고라의 경우 2012년 7월 이후 글이 모두 삭제되어 확인이 불가능했고, 나머지 포털에서도 글 삭제 등이 이루어져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SNS를 통한 행위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전체의 극히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기까지다.
검찰은 국회 몇몇 의원실의 요청을 받은 범죄일람표를 지난주 프린트 해서 한장한장 '국회제출용'이라는 도장을 찍은 문서 형태로 제출했다. <오마이뉴스>는 국회를 통해 문서를 입수했고, 하나하나 모두 스캔을 떴다.
<오마이뉴스>가 이를 전체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개별 게시글 하나하나는 인터넷에 이미 다 올려져 있는 공개 정보라는 점 ▲게시자의 이름이나 아이디 등 개인정보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여권 일부는 비밀 기간 30년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6년 만에 전격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원의 명예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은 이런 공개에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은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이 인터넷에서 어떤 범죄적 행위를 했는지 낱낱이 알 권리가 있다.
▲ 2,120페이지 분량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오마이뉴스>는 이 문서 전체를 공개한다. 그동안 각종 보도를 통해 국정원의 행위가 단편적으로 보도됐지만,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 권우성 |
범죄일람표는 모두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번과 (2)번은 찬성과 반대 클릭에 대한 내용이다. (3-1)부터 (3-3)까지는 직접 게시글을 등록한 사항인데, (3-1)은 다음 아고라를 제외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게시글이고, (3-2)는 다음 아고라, (3-3)은 안티 MBC라는 다음 카페에 올려진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4)번은 (3-1)번에 수록된 게시글 중 불법 선거운동에 직접 관련된 글 73건을 따로 뽑은 것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의 근거가 된 내용들이다.
* [클릭!]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인터넷 공작' 2120페이지(범죄일람표) 전문 보기
6개 부분별 내용 요약
범죄일람표(1) [정치관여(선거운동 부분 별도)] :
범죄일람표(2) [선거운동] :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인터넷상에서 어떤 게시물에 찬성(추천) 또는 반대 행위를 함으로써 정치와 선거에 관여했는지가 수록되어 있다. 일관되게 이명박 대통령 및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글에는 반대를, 지지하는 게시글에는 찬성 클릭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거꾸로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글에는 반대를, 반대하는 글에는 찬성을 했다.
이런 방향성에서 어긋나는 찬반 행위가 극히 일부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2012년 8월 16일 오전 8시 9분 "일황이라는 표현을 천황으로 바꾸고 일왕 뒈졌을 때 가서 통곡한... 일본밖에 몰랐던 바보..."라는 내용의 이 전 대통령 반대 글에 추천 클릭을 했다. 어찌 된 일일까? 검찰은 심리전단 요원이 글 제목이나 첫 문장만 보고 대상 글의 취지를 오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범죄일람표(3-1)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다음 아고라' 등 별도)에서의 정치관여] :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검찰 작성 총2,120페이지 분량) 중에서 오늘의유머(오유), 네이버, 다음, 네이트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디시인사이드, 뽐뿌, 보배드림, 82쿡에 올린 글의 일부. | |
ⓒ 자료사진 |
범죄일람표 3-1에 담긴 게시글 518건은 크게 여권 옹호(316개)와 야권 비판(202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수록된 첫 글은 2009년 5월 11일이고, 마지막 글은 지난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7일이다. 대상 사이트는 오늘의 유머와 네이버 뉴스와 지식인·카페·블로그, 다음 뉴스와 아고라, 네이트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디시인사이드, 뽐뿌, 보배드림, 82쿡까지 13개다.
여권 옹호의 대표적인 내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박근혜 의원에 대해 별로 호불호가 없긴 했는데, 개인적 가정사를 듣고 나니 왠지 안됐기도 하다"며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22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50건), 박원순 서울시장(15건),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7건), 정봉주 전 의원(8건) 등은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들은 2010년 6월 1일 다음 뉴스에 "비리 저지르고 벌 받기 싫다고 자살하신 그 노통령님??"이란 제목의 댓글을 달았다. 문재인 후보는 '문죄인', 박원순 시장은 '원숭이'라고 희화했고, 안철수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두고는 "이중인격, 역겹다"고 비난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 역시 공격 대상이었다. 이들은 27개의 글에서 "학생인권을 위한 조례안이 오히려 (학교 폭력 피해)학생들을 괴롭힐까 우려된다", "동성애 허용이 학생 자살 방지보다 더 중요한가?"라며 학생인권조례를 적극 반대했다.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킨 2011년 12월 19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조례를 공포한 1월 26일 사이에 관련 글 17건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범죄일람표(3-2) ['다음 아고라'에서의 정치관여] :
▲ 검찰이 다음 아고라에서 찾아낸 국정원의 정치개입 관련 게시글을 월별로 보면 유난히 많은 달을 볼 수 있다. 이 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터졌거나, 호재가 터진 시기였다. | |
ⓒ 고정미 |
이 부분은 1396페이지로 가장 방대하다. 다음 아고라에 올려진 게시글이 다른 사이트 게시글에 비해 장문이기도 하지만, 건수도 1415건으로 가장 많다. 수록된 첫 게시글은 2009년 2월 14일 오후 8시 28분이고, 마지막 게시글은 2012년 2월 19일 오후 1시 55분이다. 원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했다. 취임 직후부터 심리전단 요원들의 인터넷을 통한 국내 여론 공작이 시작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살피다 보면 유독 게시글이 많은 달을 볼 수 있다. 2009년 6월과 11월, 2010년 4월과 11월이 대표적이다. 각각 100건이 넘는다. 2010년 10월과 12월, 2011년 6월과 7월도 100건에 근접하고 있다. 둘 중 하나다. 이 시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터졌거나, 아니면 호재가 생겼거나. 결정적 시기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정국은 출렁였다. 야당은 물론 이 전 대통령과 여당까지 비극적인 상황에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아고라에 "노무현이가 지옥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놈현이가 저 세상에 와서 보니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통크게 뇌물먹고 자살한 자는 순교자지?" 등 폄하하는 글을 올리느라 매우 바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동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보내드려야 하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그해 11월에는 세종시와 4대강 문제로 정국이 매우 경색될 때였다. 심리전단 요원들은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강행 입장을 밝히는 이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들의 활동은 27일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 시기에 정점에 달한다. "이명박 대통령 금세기 최고의 대통령입니다, 존경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4대강 사업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대통령 말씀이 딱~ 맞네! 반대하는 놈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쇠귀에 경읽기' 밖에 되지 않으니... 쯧~쯔~" 등 일방적으로 이 전 대통령은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천안함 사건(2010년 3월 26일) 직후였던 2010년 4월은 6·2 지방선거가 코앞인데다 여권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일 한명숙 전 총리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명숙이 9억 원 꿀꺽? 본인이 직접 해명하라!", "증거가 있어야 유죄라지만 이 정도면 너무 쪽팔리는 상황이 아닌가? 언제까지 발뺌하며 남 핑계를 대며 살 것인가." 이 시기 심리전단 요원들의 악성 글 대상은 한 전 총리였다.
위에서 살펴본 세 시기가 이 전 대통령과 여권에 수세국면이라면, 2011년 11월 즈음은 공세 국면이다. 이 시기 화두는 단연 11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였다. "온 국민 힘 모아 G20서밋을 국격 상승 도약대로 해야 한다", "G20 개회 당일 금속노조 총파업 철없다", "G20 정상회의 성공 국민의 협조에 달렸다" 등의 선동성 게시글이 아고라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모두 심리전단 요원들의 행위였다.
범죄일람표(3-3) ['다음 카페 안티MBC'에서의 정치관여] :
여기에 수록된 게시글은 모두 '안티MBC'라는 특정 카페에 올라있는 소위 '펌글'이다. 주로 독립신문, 뉴데일리, 프리존뉴스, 올인코리아 등 극우 매체의 글들을 그대로 복사해다가 올렸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이 특정 방송사를 반대하는 인터넷 카페에 터를 잡아, 밑도끝도 없이 불법 펌질을 해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 카페 자체를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카페와 게시글은 지금도 살아있다.
범죄일람표(4) :
앞에서도 밝혔듯이, 범죄일람표(3-1)에 수록된 정치관여 게시글 중 대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글 73건을 따로 뽑은 것이다. 원 전 국정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핵심 근거들이다.
[ 이병한, 박소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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