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대선개입 아니라는 망발, 민심이 꺾는다

道雨 2013. 8. 23. 11:21

 

 

 

   대선개입 아니라는 망발, 민심이 꺾는다
 민심이라는 큰 하늘과 도도한 물길 막을 수 없을 것
육근성 | 2013-08-23 10:40: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정조사를 통해 아무 것도 밝혀낸 게 없다며 국정조사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많이 아쉬운 국정조사였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청와대와 국정원,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을 철저하게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짓과 위증의 진흙탕 속에서도 진실은 빛났다  

 

국정원 의혹의 핵심인 원세훈·김용판 두 사람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위증죄로 고발당할 게 뻔한 상황이니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선서를 거부한 것이다. 이 행동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 거나 다름없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두 사실을 부인했지만 그래도 진실을 말해준 증인이 있었다. 권은희 과장은 수사에 외압이 있었으며,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수사 축소 지시를 했고, 당시 상관인 김용판 전 청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중간수사발표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회를 피력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 당시 나온 자료는 객관적이지 않다. 공직선거법 관련 자료는 은폐·축소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수백만건 리트윗, SNS에서도 조직적 대선 개입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대선 개입을 해왔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열 검사)은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등 SNS에 정치개입 관련 글을 수백만건 올린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글 하나에 대해서 동시에 1초도 안 틀리고 리트윗됐다”며 “수백개 계정을 동원해 자동으로 리트윗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아이디들이 국정원 직원의 것인지 미국의 트위터 서버에서 재확인하기 위해 미국 법무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인 김하영씨가 속한 ‘그룹’이 73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문재인 후보의 긍정적 이미지나 강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반대’를 클릭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김하영 그룹’, 문재인 유리한 글 ‘반대’ 눌러 베스트 등재 차단 

 

‘김하영 그룹’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씨와 민간인 이정복씨 등 3명은 수십개의 아이디로 갈아타며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글에 ‘반대’를 눌러 베스트나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해 많은 사람에게 글이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글은 ‘찬성’을 눌러 글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도록 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 의원의 주장에 의하면 김하영씨는 닉네임 jinjia(진짜진짜라묜), ariarirang33(숲속의 참치) 등 11개의 아이디를, 국정원 직원 이씨는 wanwan0047(행복한 농부) 등 16개의 아이디를, 민간인 이정복씨는 cometome2(강철봉) 등 37개 아이디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하영 그룹’에서 총 4137회의 추천-반대 행위가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과 이들을 도운 외부의 민간인 조력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백 수천에 이른다. 여태껏 밝혀진 국정원 관련 아이디와 대선 관련 댓글·게시글, 찬반 행위는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빙산의 일각도 못돼...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대선개입 정황으로 보이기엔 댓글·게시글 수가 너무 적다”는 변명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대선 개입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정도의 증거들이 수집됐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경찰청 디지털분석팀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노트북에서 나온 아이디·닉네임 40개와 분석팀이 임의로 추출한 키워드 4개 등 44개 단어만으로 김씨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틀 후 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100개의 키워드를 분석해달라고 서울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김용판이 청장으로 있던 서울경찰청이 이를 거절하고 4개로 축소한것이다. 100개의 키워드로 김 씨의 하드와 구글링 검색이라도 했더라면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이 필요한 것이다. 

 

 

지매크로’ 이용해 조회수 늘리기도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씨의 인터넷 로그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대선 전날인 12월 18일까지 이씨의 인터넷 로그기록 1935건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지매크로(G Macro)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특정 게시글의 조회수를 늘려온 사실을 확인했다.  

‘지매크로’를 통해 마우스와 키보드의 움직임을 설정해 놓아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함으로써 조회수를 늘렸다. 이 프로그램은 ‘네이트판’에서 주로 활용됐으며 조회수를 늘려 ‘네이트판’ 메인 화면인 ‘톡커들의 선택’에 노출되도록 했다.

 

<조회수 늘리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메인에 글이 오르도록 조작했다/사진은 네이트판 메인화면> 

 

 

한 예로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네이트판’에 게재된 민주당 비방 글을 소개했다. “혼자 사는 여성분들 필독! ㅎㄷㄷ”이라는 글을 펼쳐 놓고 3시간 50분 동안 ‘지메크로’를 실행해 조회수를 6만2338회까지 올렸다. 민주당이 국정원 김씨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한 새누리당의 입장과 같은 내용의 글이다. 이런 식으로 ‘지메크로’ 프로그램을 구동한 횟수는 544회에 달한다.  

 

 

포털, SNS, 블로그, 유튜브 등과 비공개 커뮤니티 카페에서도 활동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그 실상을 공개했다. “경찰 수사는 ‘오늘의 유머’에 한정해 이뤄진 것”이라며 “‘오늘의 유머’에서만 73개의 아이디로 글쓰기 390회, 타인의 글 추천-반대 3399개, 자신들의 쓴 글에 대한 추천-반대 4137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이트 하나에서만 이 정도라니 전체를 집계한다면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다.  

또 진 의원은 “포털과 블로그, 카페 등 나머지 사이트에 대한 수사는 경찰 단계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 발표와 범죄일람표 등을 통해 확인해 보면 “네이버 뉴스, 다음 아고라,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까지 국정원 직원들이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다음 블로그’ 등을 개설하고 안티 MBC 카페, 네이트판, 오늘의 유머,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뽐뿌, SLR클럽, 레몬테라스 등 대형 포털 뿐아니라 비공개 커뮤니티 카페까지 가입해 정치적 글을 올리고 찬반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 ‘아프리카’와 ‘유튜브’에서도 국정원 아이디가 활동한 정황이 있다는 게 진 의원의 주장이다.

 

 

 

‘티끌’ 밖에 안 되는 것을 전부라고 우기는 저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공간에서 ‘오늘의 유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티끌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은 이 ‘티끌’에서 ‘김하영 그룹’의 아이디 몇 개로 검색한 결과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의 전부라고 우긴다. 망발도 이런 망발은 없다.  

답답한 민심이 진실로 향해 뭉치고 있다. 국정조사를 방해한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 눈에 민심과 여론을 읽을 수 있는 확실한 곳이 있다. 용기 있는 증언을 한 권은희 과장의 사무실(송파경찰서 수사과)이 바로 그곳이다. 

칭찬과 응원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19일 청문회 이후 익명의 시민들이 보낸 수십개의 화분이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배달됐고, 21일 오후에는 한 중년 여성이 보낸 치킨 15마리도 도착했다.

 

  <빵을 사들고 송파서로 권 과장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고교생들>

 

 

민심이라는 큰 하늘과 도도한 물길 막을 수 없을 것 

 

고등학생들도 권 과장을 응원했다. 21일 오후 대원외고 등 수도권 고등학생 7명이 송파서 수사과장실을 찾아 응원메세지가 적힌 편지와 빵 100여개를 권 과장에게 전달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권과장 증언 모음’ 영상은 30만 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동영상 "권 과장의 용기있는 증언 모음" (출처: 미디어몽구)>

 

충남 공주의 ‘촌로’가 보낸 난초 화분, 더위를 식히라고 보낸 스탠드형 선풍기까지 진실을 말한 권 과장의 용기에 감명 받은 시민들의 성원이 줄을 있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작은 돌맹이로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민심이라는 큰 하늘과 도도한 물길을 어찌 가리고 막을 수 있겠는가. 민심이 저들의 억지와 거짓을 벗겨내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