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김용판에 수 차례 전화 '수사상황' 물어

 

 

 

 이종명, 김용판에 수 차례 전화 '수사상황' 물어

 

 

 

※ 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댓글사건 발생 당일 함께 식사
이후 “김씨 현행범 아니다” 주장
경찰 중간수사 발표한 날도 통화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지난해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중일 때, 김용판(55)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국정원 직원 김하영(29)씨가 ‘현행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수사 상황 등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용판 전 청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당시 국정원 쪽과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단 한차례 통화한 사실만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세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종명 전 3차장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11일 김 전 청장과 식사를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사건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 전 차장은 “서울시 통합방위 관련 논의를 위해 2~3주 전부터 약속이 잡혀 그날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이후 이날 밤 9시59분 이 전 차장은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 전 차장은 공판에서 “김하영씨가 현행범이란 얘기가 있어 확인해보니 현행범이 아니고, 문제의 오피스텔은 김씨 개인의 집으로 파악했다. (경찰에선) 어떻게 확인하고 있는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씨가 현행범이 아니라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이냐”고 묻자, 이 전 차장은 “내 의견을 표명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준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이 밝힌 김 전 청장의 검찰 진술 내용을 보면, 이 전 차장은 김 전 청장에게 “컴퓨터를 임의제출 안 하면, 경찰에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청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강제수사를 포함해 모든 수사를 한다”고 답했다.

이 전 차장은 사흘 뒤인 14일 저녁 8시25분에도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해, 전날 김씨가 컴퓨터를 경찰에 제출한 상황을 얘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16일 오후에도 이 전 차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은 증인(이 전 차장)이 ‘우리 일 때문에 청장님과 경찰에 죄송하다. 우리도 컴퓨터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른다. 뭐 나오는 거 없느냐’고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차장은 “그날 통화한 사실 자체가 전혀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한두 시간 뒤 박원동 국익정보국장의 전화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지난해 12월11~16일 원세훈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관계자 및 경찰 관계자, 정치인 등 10여명의 통화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