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첨단 의료기기 검사의 허와 실

道雨 2014. 2. 12. 13:36

 

 

 

          첨단 의료기기 검사의 허와 실

암 진단 PET-CT, 방사선 조사량 높고 환자에 비용 부담…무분별 사용 말아야

 

 

대장암 수술을 받은 지 몇 달 되지 않은 할머니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내원했다.

진찰소견으론 단순 장염으로 판단돼 우선 입원토록 한 뒤, 암 수술 후의 일상적인 검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할머니의 두 딸이 진료실을 박차고 들어와 심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PET-CT(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를 판독한 의사가 오른쪽 어깨의 암이 의심이 돼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것이었다.

할머니는 평소 오른쪽 어깨가 아팠다고 하는 데다, 딸들은 할머니의 불편한 부분을 담당의사가 놓쳐 뼈에 생긴 암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항의한 것이었다.

 

보호자를 안심시키고 정밀검사를 시행한 끝에 판독소견은 암이 아니라 어깨 관절염으로 결론이 났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때 꿈의 암 진단기로 알려져 광풍처럼 인기몰이 했던 PET-CT. 전신의 암을 단 한 번의 검사로 발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1994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PET-CT는 1998년부터 종합건강검진에 선택항목으로 포함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상당히 활성화돼 많은 병원의 수익증진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병원은 경쟁적으로 도입해 웬만한 종합 병원에 널리 보급돼 있다.

 

과연 PET-CT 검사로 전신의 모든 암을 초기에 발견해 낼 수는 있는 것일까. 일반 검진에 활용할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PET-CT는 암의 병기나 위치를 결정하고, 재발 종양의 감별 및 추적, 치료 후 추적 관찰 및 암의 예후 결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원리는 '18F FDG'라는 포도당 유사체를 이용해 인체의 대사 상태를 촬영한다. 암세포는 포도당 대사의 증가에 따라 국소적으로 포도당 유사체의 섭취가 증가한다.

그러나 주변 조직에 비해 포도당 대사가 항진되는 악성 종양, 간질, 알츠하이머 병, 염증성 질환 등을 검사하는데도 유용하다.

 

따라서 모든 암을 PET-CT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큰 오류이고 과실이다.

암과 단순한 염증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해부학적 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신장·요관·방광·전립선암 등 비뇨 부인과계 종양에서 구분해 내지 못하거나, 대사도가 낮은 세 기관지 폐암, 반지 세포 위암 등 PET-CT로 발견하기 쉽지 않은 암도 있다.

그러나 PET-CT의 최대 단점으로는, 방사선 조사량이 높을 뿐 아니라, 검사 비용이 비싸고, 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위음성과 더불어, 염증을 암과 구분하지 못하는 위양성의 오류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병원에서 PET-CT를 일반 검진에까지 선동적으로 권유하여 무분별하다 싶을 정도로 검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고에 따르면, 검진에서 시행한 PET-CT만으로 판단이 어려워, 추가 검사를 권고하는 경우가 약 20%, 암이 있었던 경우 발견하지 못한 경우가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40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국가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국가가 운영하는 검진 프로그램의 원래 취지대로 검진센터를 운영하면, 거의 모든 검진 기관은 적자를 보게 돼 있다고 한다. 원가가 검진센터의 운영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검진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색내기용으로 부실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장암을 분변 잠혈 검사로 판단하는 집단 검진이다.

 

이는 결국 국가 예산 탓이다. 그럼에도 초대형 종합 병원까지 검진센터를 운영하며 일차 의료기관과 경쟁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초 검진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전남에서 경남으로 무리하게 출장검진을 가던 버스가 전복돼 애꿎은 젊은 여의사가 사망한 사고는 가슴 아픈 기억이다.

많은 병원에서 PET-CT를 도입하는 이유는 결국 구색 갖추기 용도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진단기기 자체 검사의 원래 목적보다 고가의 장비를 유지하기 위한 검진용으로 활용하는 수가 더 많은 듯하다.

 

높은 방사선 조사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의 병기 결정이나 추적을 위한 원래 목적보다, 수진자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경우나, 건강검진에 끼워 팔기식의 검사가 더 많은 이유는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황성환, 의사·안락항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