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정원 ‘블랙리스트 연예인’ 광고주까지 압박했다
한겨레21, 14개 문건 내용 입수
2009년 ‘연예인 건전화TF’ 구성
김미화·김제동 등 겨냥 퇴출공작
‘광고서 배제’ 문구 수차례 적혀
2009년 ‘연예인 건전화TF’ 구성
김미화·김제동 등 겨냥 퇴출공작
‘광고서 배제’ 문구 수차례 적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고개를 숙인 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청와대 기록이 나오는 등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관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정부와 방송사는 물론 광고주인 기업들까지 압박해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작업을 주도한 사실이 국정원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한겨레21>은 2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확보한 연예인 블랙리스트 관련 국정원 문건 14건(2009년 12월~2011년 7월 생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
국정원이 2009년 12월24일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을 보면, 국정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연예인들을 겨냥해 “(2010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 비판 급증 예상”이라며 “방송사 행정제재, 경영진 주의 환기” 등을 지적했다.
같은 문건에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의 진행자였던 손석희씨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코미디언 김미화씨에 대해 “퇴출, (경영진에) 교체권고, 프로그램은 개편으로 폐지” 등 구체적인 지침까지 등장한다.
특히 2010년 1월19일 작성된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 사업 계획’을 보면, 국정원은 2009년 기조실장 산하에 ‘연예인건전화사업 티에프’를 만들어, 김미화씨를 포함해 개그맨 김제동씨, 배우 권해효씨, 가수 신해철씨 등을 직접 퇴출 대상으로 삼고 “방송사 간부,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이들을) 배제하도록 하고, 그들의 비리를 적출하여 사회적 공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건에는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배제하도록 하고’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또 같은 해 8월24일 생산된 ‘좌파 연예인 활동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보면, “포용 불가 연예인은 방송 차단 등 직접 제재 말고 무대응을 기본으로” 하되 “간접 제재로 분량 축소”하고 “각 부처나 지자체, 경제단체를 통해 대기업이 (이들을) 활용 안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국정원은 김미화씨가 진행한 프로그램에 여성부가 공익광고를 낸 데 대해 “여성부 실무진들이 홍보효과 제고에 연연하여 공공기관의 책무를 간과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며 “여성부에 광고를 즉시 중단토록 하고 강력경고하여 재발방지”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2011년 7월 ‘엠비시(MBC) 좌편향 출연자 조기퇴출 확행’ 보고서 등을 통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가수 윤도현씨 등의 퇴출 작업을 계획했고 이들은 실제로 방송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김완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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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8월경, 김어준 10월 물갈이”…국정원 예고대로 퇴출
한겨레21, 국정원 문건 내용 확인
‘4월 김미화’ ‘7월 김여진’도 거론
연예인 퇴출시기 등 세세히 적혀
온·오프 ‘여론공작’ 시도 정황도
보수언론 협조하에 비리의혹 부각
“김장훈·김구라는 안티세력 활용
박미선·이하늘은 광고주 압박”
“박찬욱·봉준호, 좌성향 영상
윤도현, 젊은층 좀비화” 지적도
‘4월 김미화’ ‘7월 김여진’도 거론
연예인 퇴출시기 등 세세히 적혀
온·오프 ‘여론공작’ 시도 정황도
보수언론 협조하에 비리의혹 부각
“김장훈·김구라는 안티세력 활용
박미선·이하늘은 광고주 압박”
“박찬욱·봉준호, 좌성향 영상
윤도현, 젊은층 좀비화” 지적도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작업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겨레21>이 29일 확인한 연예인 블랙리스트 관련 국정원 문건 14건의 내용을 보면, 국가정보기관이 전방위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해당 연예인들의 퇴출에 진력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의 퇴출 시기와 방법까지 세세히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11년 7월 작성한 ‘엠비시(MBC) 좌편향 출연자 조기퇴출 확행’ 보고서를 보면 “4월 김미화, 7월 김여진 하차시킴”, “후속 조치로 윤도현, 김규리 8월경 교체 예정, 10월 가을 개편 시 신해철 김어준도 하차시켜 순차적 물갈이 방침” 등, 여러 연예인들의 퇴출 시기와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윤도현씨는 같은 해 9월에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에서, 김어준씨는 10월에 ‘색다른 상담소’에서 각각 하차했다.
온·오프라인 ‘여론 공작’이 시도된 정황도 보인다. “VIP(대통령을 지칭)에 언어 테러를 가해 국가 원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지목된 방송인 김구라씨와 가수 김장훈씨의 경우 “안티세력을 활용한 위축”을 시도했다. 실제 국정원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을 기점으로, 김구라씨의 경우 과거 막말 동영상 등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배포됐고, 김장훈씨는 거짓 기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는 국정원 심리전단과 군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을 위해 보수언론을 언급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국정원은 문건의 ‘조치 및 고려사항’에 “(보수언론 협조하에) 비리의혹을 부각”하고 “불신 여론을 조성”을 언급하고 있다.
같은 해 9월 보고서에도 “(좌파 연예인)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하여 현업 복귀 차단 영구퇴출, 즉각퇴출 대책 강구” 등과 함께 “보수매체 통해 분위기 조성”이라는 대목이 재차 등장한다.
이 보고서에는 “김미화, 손석희 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와 함께 “좌파 연예인에 대한 온정주의 확산 조짐 엄단”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퇴출 대상자에 대한 옹호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 해 10월26일 작성된 ‘문화연예계 좌파 실태 및 순화 방안’ 보고서도 충격적이다. 이 문건은 “좌파 연예인에 대한 온·오프 대응활동으로 순화 및 퇴출 여론 조성 계획”을 밝히며, 핵심 문제인물 1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봉준호씨의 경우 “좌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감 주입” 등의 ‘죄상’을 꼽았다. 2009년 당시 박 감독은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박쥐>, 봉 감독은 원빈·김혜자 주연의 <마더>를 개봉한 바 있다. 또 주요 표적인 김미화씨와 가수 윤도현씨에겐 “깃발시위와 공연으로 젊은층의 좀비화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정원은 11월5일 작성된 ‘종북세력 퇴출 심리전 강화’라는 문건 제목에서 보듯,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을 ‘종북’ 프레임으로 엮어 관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는 철저 관리”라는 내용 뒤에 “신해철, 김미화 등 각 부처, 지자체, 경제단체가 공조”라고 돼 있어 이들을 배제하기 위한 작업이 어디까지 미쳤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국정원은 코미디언 박미선씨와 가수 이하늘씨에 대해 “광고주에게 모델 교체를 압박”해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국정원의 주된 퇴출 대상이던 김미화씨는 2011년 4월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이에 구성원들이 반발하자, 문화방송은 한학수·이우환 피디 등을 한달 뒤 비제작부서로 발령냈다. 이른바 ‘유배지’ 인사의 신호탄이었다.
김완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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