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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찰 신고 거부’ 강용주 무죄 선고

道雨 2018. 2. 22. 10:22




‘보안관찰 신고 거부’ 강용주 무죄 선고

 




‘구미유학생 간첩단사건’ 무기징역…전향 거부
보안관찰법 신고의무 지키지 않아 세 번째 기소
법원 “강씨, 재범 위험성 없어 갱신처분은 위법해
법치주의 원칙상 피고인을 형사처벌 할 수 없다”


보호관찰법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넘겨진 세번째 재판에서 무죄 판결받은 받은 강용주씨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법원에서 변호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웃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보호관찰법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넘겨진 세번째 재판에서 무죄 판결받은 받은 강용주씨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법원에서 변호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웃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전향 장기수로 14년간 감옥에 있다 나온 뒤, 보안관찰법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용주(56)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가보안법을 다시 위반할 위험성이 없는데도 보안관찰 처분을 갱신한 것은 위법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법무부의 관행적인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21,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2011년, 2013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친 보안관찰 갱신 처분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며 “신고의무 부과의 전제가 된 처분이 위법하다면, 법치주의 원칙상 피고인을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강씨는 전향서 작성을 거부해 14년간 감옥에 갇혔던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였다.
강씨는 1999년 석방됐지만 이번에는 법무부가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안관찰 처분을 받았고, 18년 동안 7번이나 갱신됐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으면 3개월 간의 주요 활동사항 등을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강씨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신고를 거부해, 2002년, 2010년에 이어 지난해 세 번째로 기소됐다. 보안관찰법은 신고의무 위반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강씨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은, 법무부 등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안관찰 사유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판사는 “신고의무 이행을 거부했다는 것 자체는 재범 위험 판단의 자료가 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대한민국 체제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고, 보안관찰 폐지와 불복종 주장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경찰 등이 보안관찰 처분 갱신의 주요 근거로 삼은 조작 간첩 사건 고문피해자 모임인 ‘진실의 힘’ 이사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피해자 치유를 지원하거나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단체로 설립자 전원이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됐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외에도 언론 인터뷰·기고, 광주트라우마센터장으로서의 활동,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관련 강연 등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의사인 강씨의 안정적인 사회생활 등도 조 판사는 고려했다.

다만 법원은 여전히 보안관찰법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내가강용주다’라고 쓰며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은 보안관찰법 폐지를 주장한 시민들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조 판사는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보안관찰 처분 근거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 뒤로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대립·긴장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안관찰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신고의무는 사상 변경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무죄 선고 뒤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법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 감사하다. 이번 판결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이 우리 삶에 공기처럼 스며드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로 공은 다시 검찰과 법무부로 넘어갔다. 강씨를 변호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보안관찰 갱신처분 근거를 자세히 살펴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본 법원 판단을 존중해 검찰은 항소를, 법무부는 보안관찰 갱신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3018.html?_fr=mt2#csidxc39814dca568e3ea4fc138003c709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