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오전 시작부터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까지 거의 전부를 지켜봤다. 내 결론은 김정은보다 트럼프에게 더 점수를 주기로 했다.
회담 내내 김정은에 대한 배려는 그렇다고 쳐도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린 기자회견에 보인 그의 태도가 내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을 한껏 칭찬함은 물론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기자들이 연거푸 CVID에 대해 따지듯이 질문했건만 그는 거의 다 대답을 했다. 내가 보기에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트럼프도 화가 났던지 예의를 갖춰 질문하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 후 단독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기자들로서는 이 문제가 매우 중대한 사안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는 신혼여행을 막 마치고 돌아온 신혼부부에게 왜 아이는 낳아서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공동성명에 비핵화가 명기돼 있다거나, 또는 MIT 교수가 (핵 폐기까지에는) 4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는 말까지 인용했겠는가.
맞선을 보고 온 남녀에게 첫 질문은 “상대가 어땠니?” 정도가 적절하다. 오늘 두 사람이 마치 그런 입장이다. 두 사람은 조만간 평양과 워싱턴에서 2차, 3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까지 했다. 그때가서 비핵화 등에 대해 보다 진전된 합의를 도출해낼 모양이다. 따라서 오늘 공동성명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식의 비판은 너무 경솔하고 섣부른 것이다. 70년 만에 만난 적대국의 두 지도자가 이 정도의 신뢰감을 얻어낸 것만도 큰 성과라고 본다.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는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회담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 70년 닉슨-모택동 회담에 버금가는 세계사적 뉴스라고 할만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보통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세계 만방에 깊이 각인시켰다. 이는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성과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사려깊고 유능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한껏 과시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다.
다음은 오늘 두 정상의 합의문 전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합의문 주요 내용>
1.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 2. 두 나라는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 3.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하여 전쟁포로 송환 및 실종자 유해발굴을 약속한다.
<영문>
1. US and North Korea commit to establish new US-DPRK relations in accordance with the desire of the peoples of the two countries for peace and prosperity. 2. The two countries will join their efforts to build 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3.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munjom Declaration, North Korea commits to work towards the complete denuclearis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4. US and North Korea commit to recovering remains of prisoners of war including the immediate repatriation of those already identif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