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핵·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남북 사실상 ‘종전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

道雨 2018. 9. 20. 08:57





핵·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남북 사실상 ‘종전선언’




“어떤 경우에도 무력사용 않는다” 적대행위 종식
북, 미 상응조치 땐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용의
김정은 올 서울 답방…두 정상 20일 백두산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 원본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 원본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8천만 한반도인의 비원인 항구적 평화로 가는 되돌릴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19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2차 회담을 마치고 ‘9월 평양공동선언’(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군사합의서) 등을 발표하는 두 정상의 낯빛은 비장했다. 태도는 단호했고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문 대통령은 선언했다.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갈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못박듯 말했다.
“선언은 길지 않아도,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습니다.”

4월27일 판문점의 ‘화해의 봄’에 흩뿌려진 평화의 씨앗이, 19일 평양의 ‘협력의 가을’에 “알찬 열매”(김 위원장) “평화와 번영의 열매”(문 대통령)로 탐스럽게 영글고 있다.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뉴욕 유엔 총회 계기 24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을 거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함박눈이 내리는 세밑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마침내 “수십년 세월 지속돼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김 위원장)를 뒤로하고, 불가역적 평화의 바다에 이르게 될 터이다.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화’의 시각에서 압축하면, ‘전쟁 위험의 근원적 제거’와 ‘한반도 비핵화 재추진 동력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말의 성찬에 머물지 않는다. 군사합의서는 보험 약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상세하다. 지금까지 채택된 어떤 남북합의서보다 세부적이다. 합의서 본문 외에 ‘붙임 문서’만 5종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실천 의지는 강력하다. 군사합의서의 위상을 평양선언의 부속문서로 설정해, 합의 이행을 두 정상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104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 안으로 합의·공표해,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이행 속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에 명기된 ‘올해 안 종전선언’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에도 ‘종전선언’이라는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평양 정상회담’의 결과는 무엇보다 두 정상의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방안을 담은 군사합의서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 “한반도 전 지역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평양선언 1조) 이는 남북의 ‘실질적 평화’ 실현으로 법적 종전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평양 정상회담’의 결과에는 남·북·미 3각 관계에서 남북관계의 속도감 있는 개선과 전진으로 북-미 관계를 견인하겠다는 두 정상의 전략 구상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런 전략 구상의 실천 방략을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명기해놨다.

무엇보다 남북 양자 회담사에 최초로 구체적 비핵화 방안을 합의·발표한 사실은, 한반도 평화사에서 말 그대로 ‘역사적 변곡점’이다.

평양선언에 명기된 비핵화 실천 방안은 두가지다.

첫째,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확약이다. 조건이 달리지 않은 약속이다.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까지 약속해, ‘사기극’ 운운하는 비난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둘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를 밝혔다. “미국이 6·12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지만, ‘영변 핵폐기’ 카드를 미리 제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북 상응조처’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설득할 때 건넬 선물 꾸러미를 김 위원장이 ‘한가위 선물’ 삼아 챙겨준 셈이다.
평양선언엔 명기돼 있지 않지만, 미국의 상응조처 촉진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디딤돌 놓기 차원에서 북쪽이 적절한 시점에 영변 핵시설에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을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원칙”(평양선언 전문)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두 정상은 남북 교류협력 분야에서도 “상호호혜와 공리공영”(평양선언 2조)의 정신에 따라 △4·27 판문점선언 이행(올해 안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경협 비전 제시(‘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환경협력(우선 산림협력) △방역·보건·의료 협력 강화 등 다방면에서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서해경제공동특구는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문 대통령의 ‘접경지역 통일경제특구’ 구상(광복절 경축사) 등을, 동해관광공동특구는 ‘금강산+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설악산’을 아우른 새로운 경협 비전이다. 물론 제재가 완화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
아울러 14일 개성공단에 개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이어 금강산 지역에도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다. 한반도 허리춤의 동서 양쪽에 교류협력의 상설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항구적 평화를 향한 되돌릴 수 없는 여정에 나서는 한편으로, 남북관계의 ‘일상화·상시화·상설화’의 청사진 또한 제시한 셈이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9월 평양공동선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당국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 다방면적 민간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등 훌륭한 성과들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ㆍ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내 개소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문화 및 예술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10월 중에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있게 개최하며,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하고, 그를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18년 9월19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62798.html?_fr=mt2#csidxeec66a69bf460159c8752cb52ba0c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