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짜(조작,오보)뉴스

단톡방에 가짜뉴스가 넘쳐나. 정확한 정보나 진실보다 자신의 선호에 맞는 뉴스 원해

道雨 2018. 10. 1. 11:15




에스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가짜뉴스’ 전파

 




“고려연방제 공약” “저축은행 먹튀”
악의적 비방 글 올리고 퍼날라

박근혜 캠프에 5억여원 지원 요청
이용희 대표가 직접 기획안 작성
“애국 인터넷 선교사 300명 필요”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난민·동성애 혐오 가짜뉴스 생산기지로 드러난 극우 기독교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이른바 ‘인터넷 선교사’를 양성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를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더는 이 계획을 박근혜 캠프 외곽조직에 보고하며, ‘박근혜 당선을 위한 인터넷 사역’이라는 명목으로 1년 운영경비 5억5천여만원을 요청했다. 에스더가 가짜뉴스 생산·유포를 넘어 불법 선거운동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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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용희 에스더 대표가 2012년 6월 직접 작성한 ‘인터넷 선교사 양성을 위한 기획안’(기획안)을 30일 입수했다.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 작성된 이 기획안에서, 이 대표는 남한 내 종북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한 ‘인터넷 전문요원’ 300명 양성을 주장하며, 대통령 선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대선 사역’이다.
그는 “대남적화를 위한 사이버 병력이 3000명을 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애국 인터넷 전사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북 대통령 당선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 선전선동, 여론몰이 등 북한 사이버 병력과 남한 내 종북 세력들에 의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각 분야를 모니터링하는 인터넷 각 영역의 전문요원 300명이 필요하다”며 “300명으로 시작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가능한 규모로 최대한 빨리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에스더 간사 “십알단 윤정훈 목사가
강연서 ‘인터넷 사역’ 노하우 전파”

2011년 ‘UTD’ 비밀모임 결성
박근혜 캠프 청년본부장 김상민 참석

이 대표 “모두 허위사실…법적 조처”



이 기획안은 작성 당일 이 대표의 지시로 박근혜 캠프 외곽조직인 ‘미래와 행복 연대’ 김아무개 대표에게 전자우편으로 전달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전자우편에는 ‘이용희 대표님 지시로 보낸다. 내일 회의에 본 기획안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인터넷 사역에 대한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기를 기대해본다’는 에스더 관계자의 글이 담겨 있다.

전자우편 내용은 대선 사역에 따른 1년 운영경비 5억5천여만원을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요청한 예산 세부 명세는 굉장히 구체적이다. 월급 200만원을 받는 책임 선교사 4명을 관리직으로 두고, 그들의 지휘를 받는 풀타임 인터넷 선교사 26명을 구성하는 데 따른 인건비로 3억9천여만원을 책정했다. 오프라인 활동 명목 비용으로 1억4500만원, 사무실 운영비와 교육비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 등 모두 5억5천여만원의 활동비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복수의 에스더 관계자들은 에스더의 대선 사역이 2012년에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년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다고 말한다.
에스더는 대선 한해 전인 2011년 2월 ‘유티디’(UTD, Until The Day)라는 이름의 비밀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에는 훗날 박근혜 대선 캠프 청년본부장을 지낸 김상민 전 국회의원이 멤버로 참석했다.

에스더 관계자는 유티디에 대해 “통일의 그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근혜 당선은 통일의 그날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여겼다”고 했다. 유티디는 ‘운동을 통한 북한 선교와 교회들의 연계’ 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활동은 인터넷 여론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입수한 2011년 2월 유티디 회의록을 보면, 안희환 예수비전교회 목사가 “(인터넷상에서) 흐름을 먼저 만들기 위해선 뒷수습이 아닌 선점이 필요하다”고 하자, 김상민 전 의원이 “한국 대학교 오프라인 네트워크 1만명”을 목표로 하는 오프라인 조직을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인터넷 전문요원을 대학별로 사전에 양성하자는 취지의 발언들로 해석된다.
“보안상에 문제가 있으니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역 내용(활동 내용) 공유는 보류하자”고 제안한 김 전 의원은, 유티디 활동의 확장을 위해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방문하고, 적십자와 활동을 연계”하겠다는 뜻과 함께, “거품이 아닌 실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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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에스더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선을 위한 대선 사역에 적극 나섰다. 에스더가 꾸린 인터넷 선교사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 등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우호 여론을 설파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데 주력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에스더 내부 회의록을 보면, 이들은 ‘[문재인 공약] 고려 연방제 충격!’ ‘[충격] 문재인 저축은행 먹튀 사건’ ‘문재인 굿판 벌였다’ ‘박근혜 vs 문재인 10대 가치 충돌’ 등의 가짜뉴스를 집중적으로 유포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들이 사실로 날조돼 살포됐다.
이들은 네이버 등 포털의 주요 카페 15개에 관련 게시글을 퍼나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복수의 아이디를 개설해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에스더에서 일했던 한 활동가는 “인터넷 여론에 개입하는 에스더의 인터넷 사역 전략은, 차별금지법 반대로 시작해 ‘인권조례 반대’ ‘종북 논쟁’ ‘동성애 이슈 확산’ 등을 거치며 완성됐다”며 “새누리당 십알단으로 유명해진 윤정훈 목사 등이, 대선 이전부터 에스더 내부 강연에서 트위터 사역, 인터넷 사역 노하우를 전파했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지속적인 가짜뉴스를 배포했다”고 덧붙였다.

에스더의 대선 사역은 오프라인에서도 벌어졌다. 에스더는 2012년 12월4일부터 7일까지 경기 수원의 한 종교시설에서 ‘거룩한 나라, 북한구원 통일한국, 선교한국 이룰 차기 대통령 선출’을 기치로 ‘연합 금식 성회’를 개최했다.
1500여명이 참가한 집회에서 에스더는 ‘대선 후보들의 기독교 공공 정책’을 비교하며,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 당선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 성회에 참석했던 에스더 관계자는 “기독교 언어로 포장돼 있었지만 당시 행사 내용과 메시지는 박근혜 후보 찍으라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용희 대표는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잘못된 기사가 나갈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김상민 전 의원은 “에스더 관련 사안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안희환 목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완 박준용 기자 funnybo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74.html?_fr=mt1#csidx2d8433e396c1e7d99951bf1d2ef9b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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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때 땅굴작전” 단톡방에 가짜가 넘쳐났다

 



③ 가짜뉴스 카톡방 관찰기

평양공동선언 뒤 극우 단톡방
회담 비난 논평·극우채널 링크
‘문재인 규탄집회’ 공지 떠
가장 많이 쓴 말 하나님·미국·문재인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한겨레>는 관련자들의 초청으로 카카오톡에 개설된 가짜뉴스 채팅방 31개에 들어갔다. 지난 8월31일부터 9월15일까지 이들 채팅방에 올라온 글들을 모두 내려받아 분석했다.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들을 추출해 이를 시각화하고, 가짜뉴스가 어떻게 유포·확산되는지 관찰했다. 채팅방의 인원수는 많게는 700~800명, 적게는 수십명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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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9월19일, 극우성향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들은 당혹과 충격으로 부르르 떨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국 경제는 아작났다.” “소름 끼치는 남북 비밀 정상회담의 비밀.”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인가.”

처음엔 분노에 찬 개인들의 소박한 성토가 많았지만, 곧 ‘북에 다 퍼주려고 한다’거나 ‘공산주의자 김정은을 옹호하는 거짓 위정자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과 같은 전통적 반공 신념에 호소하는 주장들이 상소문처럼 쏟아졌다.

시간이 좀 지나자 ‘선수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논평, 김진태·김문수 등 몇몇 정치인의 남북정상회담 비난 발언,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기사들을 잇달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채팅방은 ‘드디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300개 이상 있다는 ‘300+’ 표시가 순식간에 생긴 방도 있었다.
이튿날에는 ‘긴급공지 5000만 국민과 동맹국 미국을 속이고 김정은에게 공산 혁명 전권을 위임한 문재인 이적세력 방북 귀환 규탄 긴급집회’라는 알림이 거의 모든 채팅방 상단에 공지사항으로 떴다.

보름 동안 추적 관찰한 채팅방들은 밤낮없이 분주했다. 한 가짜뉴스 연구자는 “꼭 알람을 꺼둬야 한다. 처음엔 재밌을지 모르지만, 계속 보다 보면 우울증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말 그대로였다.

이들 채팅방은 주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통로로 기능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산 문현동 금 도굴 사건’과 같은 가짜뉴스가 올라오면, ‘좌익인생 24년 김문수가 말하는 문재인 정권’ ‘문재인 일자리 정책의 거짓말’ 등, 문재인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정보들이 기다렸다는 듯 올라왔다.
읽은 사람이 빠르게 늘면, 이어서 ‘나라 지키는 자유한국당 가입 원서’를 안내하는 페이지나, 더 폐쇄적인 에스엔에스(SNS)인 ‘네이버 밴드’ 가입 유도 게시글들이 따라붙었다.

가짜뉴스를 올린 이들은 관련 내용이 있는 유튜브 채널 주소를 계속 공유하며 관련 링크를 반복적으로 퍼뜨렸다. 행여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긍정적 뉴스가 나오면 ‘속으면 안 된다. 문재인 금 도굴은 아느냐’고 훈계하고, 남북 화해 움직임에 대해서는 ‘땅굴은 알고 있느냐’고 힐난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아이디 ‘안○○’ 등 복수의 가입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기사가 링크되면 반복적으로 ‘청와대가 태평 김일선 교수(유튜브 채널 운영자)에 대하여 문현동 금 도굴 사건 명예훼손죄로 부산지방경찰청에 조사 및 처벌을 지시’했다거나 ‘평창올림픽 때 땅굴작전으로 북한 특수부대를 남한 경찰복과 군복으로 위장시켜 남한을 접수하려 했던 계획이 있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이 와중에 한편에선 끊임없이 틈새를 노려 건강 관련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이들도 있었다. 참여자들이 주로 건강에 관심 많은 고령층이라는 점을 노린 정보들이었다.
“항암제는 맹독성으로 암을 고칠 수 없다” “206가지의 씨앗에서 추출한 영양물질인 ○○를 먹으면 손상된 장기가 재생된다” 등의 가짜뉴스가 외국 병원의 임상 사례와 함께 올라왔다.

가짜뉴스 카톡방에서는 모든 문제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정어의 사용빈도가 높았다.
마귀(7464회), 죄(7389회), 지옥(5262회), 거짓(4257회), 멸망(3423회) 등의 단어가 정세와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높은 빈도로 연결되며 등장했다.

기독교인이 많다 보니 성경에 대한 인용도 많았는데, 특히 자주 등장한 성경은 요한복음(3498회), 야고보서(2878회)였다.

‘하나님’은 가짜뉴스 카톡방에서 압도적 1위(4만2000회)로 등장한 단어다. 그 뒤를 잇는 단어가 ‘미국’(1만8409회)이었다. 이들에게 미국은 하나님 다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 3위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문재인(1만6445회)이었는데, 내용은 비난 일색이었다. 이밖에 북한(1만1472회·5위), 신천지(1만1009회·6위), 김정은(7793회·12위) 등이 저주의 대상으로 자주 언급됐다.

이들은 모든 기성 정치인과 모든 기성 언론을 불신했지만,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일부 유튜브 채널은 신뢰했다. 특히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스타 언론인 대접을 받았다. 이용희(에스더기도운동), 김일선(태평 김일선), 한성주(케이에스케이티브이), 변희재(미디어워치티브이), 지만원(시스템뉴스), 손상윤(뉴스타운티브이) 등의 이름이 카톡방에 자주 등장했다.

이들 방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은, 주기적이고 강렬한 소수자 혐오 정서였다. 성소수자, 이슬람, 난민 그리고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글들은 대체로 ‘교수·교회 성직자’에게 받았다며 유포되는 글이 많았다.

이들은 소수자 혐오를 복합적으로 엮어 말하는 것을 선호했다.
예컨대, ‘기독교를 무너뜨리려는 공산당+섹스=젠더 차별금지법’의 제목을 단 가짜뉴스가 공감 속에 퍼졌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슬림을 들여와 개신교를 죽이는 동시에 여당을 지지하는 세력을 늘려 오랫동안 통치하겠다는 뜻”이라거나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뜻”으로까지 비약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도입을 앞두고 있는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제는 “이단 확산을 꾀하는 개신교 약화 목적”이라며 “지금 사탄의 세력이 밀려오는데 주님이 뭐라고 하실 것 같습니까?”라고 신앙에 호소했다.

가짜뉴스 카톡방은 사실성과 연관성(맥락)이 거세된 채,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날것의 언어로 부딪히는 전쟁터였다.
이들에게 사실과 정보는 특정 정치적 견해에 끼워 맞춰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겸임교수는 “정권교체 이후 보수세력이 소셜미디어에서 응집해 결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가짜뉴스는 대화를 할 소재로 충분할 뿐, 사실관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짜정보들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완 기자, 변지민 <한겨레21>기자 funnybo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75.html?_fr=st1#csidx11a16e8430bef94950cc93a6476e9b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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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타 장군이…” 카톡 ‘카더라 통신’ 달고 사는 노인들

 




③ 카카오톡 가짜뉴스
종편 애청자, 카톡 가짜정보 열독자로
“언론이 다 썩어서 뉴스 안 나오는 거지”
정확성보다 내 기준에 편한 정보 선호
자식들과 말싸움 잦아지고 불화로 번져


30일 오전 서울 한 공원에서 노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오전 서울 한 공원에서 노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한군 땅굴이 새로 신설되는 지하철 공사 구간과 곧 연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의 바지사장일 뿐이다.” “민주당이 연금개혁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200조를 북한에 퍼주기 위해서다.”

아파트 기술관리직으로 일하는 김아무개(73)씨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단체방엔 오늘도 가짜뉴스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50여명이 참여하는 이 방은 김씨에게 세상 돌아가는 ‘알짜배기 정보’를 알려주는 창이다. 그가 보기에 단톡방에 올라오는 ‘카더라 통신’은 “뉴스에는 안 나오지만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다. 김씨는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다 보내줘서 알잖아. 투스타였던 장군이 보내주는 군 정보야, 이건. 뉴스에는 안 나오는 거”라고 말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64)씨의 카카오톡도 하루 종일 가짜뉴스 알람으로 분주하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동창생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주로 정보를 접한다. 그는 “자식들은 일주일에 한번 연락이 올까 말까 한데, 단톡방에는 매번 놀라운 얘기들이 올라와 적적하지 않고 좋다”며 “이런 얘기를 보도하지 않는 건 언론이 다 썩어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사례는 2018년 현재, 한국 사회 노인들의 삶에서 가짜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준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이후 정치 뉴스에 익숙해진 노인세대는 어느새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집단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자신들이 접한 뉴스와 정보들을 지인들이 있는 카카오톡 방에 퍼 나르고, 또 다른 방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일은 노인들에게도 흔한 일상이 됐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다. 뉴스에 안 나오는 것들은 카카오톡으로 받아 보고, 낮에 종일 종편 뉴스를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게 훤하다”고 했다.

가짜뉴스는 가족간의 불화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카카오톡에서 읽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할 때마다 자식들이 “어디서 이상한 얘길 듣고 다니시냐”고 무시하는 통에 말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노인들이 100%의 진실이 아닌, 99%가 거짓말이라도 1% ‘내가 아는 진실’이 있는 뉴스를 찾아 떠돌고 있다는 것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보고서>(2018년 8월)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60대 이상 노인이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른 세대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뉴스의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의견하고 다른 것’을 가짜뉴스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0대 이상 노인 61.8%가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꼽았다.

가짜뉴스에 빠진 노인들은 새로운 사실을 아예 거부하려는 것일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 과잉 시대에 노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날 편하게 하는 정보를 원한다”며 “진실을 알고자 뉴스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달랠 방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30.html#csidx2ec2c247afbab0b81211361c4752a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