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도 전기 생산... 기발한 태양광 발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42] 태양광 현황과 과제 (하)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 기자말
세종시에서 대전시 유성구 쪽으로 가는 8차선 도로 중앙에는 3.9미터(m) 폭의 자전거길이 있다. 도로 한복판에 자전거길이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약 8.8킬로미터(km) 구간 중 4.6km에 지붕처럼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선 것은 더 이채롭다.
바닥에서 3m 높이에 50~100센티미터(cm) 간격으로 설치된 총 7502개의 패널은 설비용량 1.9메가와트(MW)의 햇빛발전소를 이룬다. 이 발전소는 연평균 2200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연료비(햇빛) 무료'에 '무공해'로 만들어 세종시내 가로등과 전광판 등에 보내고 있다.
대전~세종 간 8차선 도로 중앙에 설치된 태양광 자전거길 |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LG전자 |
영국 철도청은 증기기관 시대인 1886년 건설된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s) 철도역을 '솔라 브리지(태양광 다리)'로 만들었다. 테임즈강의 빅토리아 브리지 위에 있는 열차 플랫폼 지붕에 4400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다.
영국 런던 블랙프라이어스역 외부 야경과 플랫폼 내부 모습 |
ⓒ 제정임 |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시의 크롬메 지역에서는 길바닥에 패널을 설치한 '세계 최초의 태양광 자전거도로'가 2014년 11월 개통됐다.
노르트홀란트주 정부와 네덜란드융합연구소(TNO) 등이 건설한 이 태양광도로는 2.5m×3.5m 크기 콘크리트 모듈에 태양광전지를 장착해 70m 길이 바닥에 줄지어 깔고, 그 위에 1cm 두께의 강화유리를 얹었다. 여기서 연간 9800kWh의 전력을 생산해 가로등과 신호등에 공급한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태양광 자동차도로 ‘와트웨이’ |
ⓒ Wattway |
중국은 2022년까지 동부 저장성의 항저우와 샤오싱, 닝보를 잇는 161㎞ 구간에 6차선 태양광 고속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태양광도로는 주행 중인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하고,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라고, 항주일보 등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고속도로 방음벽을 햇빛발전소로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시와 베니스시 중간에 있는 이세라(Isera)시는 브레너 고속도로의 방음벽 1067m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탈리아 이세라 지역의 브레너 고속도로 |
ⓒ autobrennero |
세계 정상급 기업들은 사옥과 공장, 매장 등을 태양광 생산기지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 완공한 사옥 '애플파크'의 지붕 약 21만평(약 69만㎡)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17MW 설비용량의 햇빛발전소로 만들었다. 1만3000여명이 일하는 이 건물의 전력공급은 햇빛발전소가 약 80퍼센트(%)를 담당하고, 나머지도 바이오가스,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4MW)로 충당한다.
애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건물은 환기장치 등을 특수하게 설계해 1년 중 9개월은 냉난방이 필요 없다. 사원들은 거대한 숲을 둘러싼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에서 자전거를 주 이동수단으로 삼는 등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대형할인매장 타겟(Target),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등은 국내외 매장의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조성, 매장의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전 세계 매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자체 생산 전력으로 매장을 가동하고 가정용 태양광패널 판매도 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이케아 고양점 옥상에 설치된 4446개의 태양광 패널. |
ⓒ 이케아 코리아 |
삼성 등 국내 기업도 재생에너지 활용 '기지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의 압력과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6월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원, 화성 등 국내 사업장에도 옥상과 주차장 등에 6만3000㎡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은 그러나 '2018 지속가능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열악해,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미국 등 세계 70여개 나라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12개 기업은 이와 관련,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과 환경운동연합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달 22일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이 모임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석탄·원전 등 다른 발전원과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이진선(31)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전력시장은 송전·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어 전기의 에너지원을 구분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을 구분해서, 발전사업자와 전력사용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물 옥상만 모두 활용해도 44GW 설비용량
이헌석(44)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지난달 22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태양광 시설을 확대하려면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농촌보다) 대도시 건물의 옥상과 도로, 주차장 등 유휴 부지를 1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등이 이런 부지를 찾기 위해 더 강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어 "건물옥상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더 주는 등 유인 장치가 이미 있지만, 정부나 민간사업자 모두 넓은 땅에 대규모로 재생에너지사업을 하는 게 '쉽고 편하기' 때문에, 도시 유휴 부지를 찾으려는 노력이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48) 소장은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을 수긍하면서 "정부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붕형 태양광 설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에너지공단, 산업단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한 '산업단지 협동조합형 태양광 사업'은, 경남 김해 골든루트산업단지와 나전농공단지,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 등의 25개 입주기업 지붕에 2019년 상반기까지 7MW 규모 발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 소장은 "주택과 건물지붕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시행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공장지붕과 주차장 등 유휴 부지에, 오는 2022년까지 3.2기가와트(GW)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산자부에 따르면, 국내 공장, 아파트, 사무용빌딩, 창고 등 활용 가능한 건물의 옥상에 모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원전 44기 규모에 해당하는 44GW의 설비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을 때만 가능하므로 전력생산량은 같은 설비용량의 원전보다 적다.
▲ 새만금 태양광사업은 새만금 부지 전체의 약 9%인 37㎡면적에 2.8GW 설비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이 중 300MW만 육상태양광이고, 나머지는 산업용지로 활용할 수 없는 지대에 수상태양광패널을 설치한다. 지도에서 1~4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 새만금개발청 |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
ⓒ 에너지전환포럼 |
한전 배전연계부 곽필목 차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전의 송배전 용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력계통 접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배전 선로를 추가하고, 변압기와 변전소 등을 증설해 계통 접속을 원활하게 하려 노력 중이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 전영환 |
그는 "재생에너지는 단위 용량이 적고 환경에 미치는 요인이 작기 때문에, 건물 등에 소용량으로 분산해 설치하는 게 전력계통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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