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고 정경심 교수가 구속됐다. 10월3일과 9일 광화문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이 관철된 것이다.

그런데도 10월25일 밤 광화문에서 ‘문재인 하야 3차 투쟁대회’와 철야 기도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는 “공수처를 만들어서 공산주의를 집행하려는 문재인을 끌어내야 한다”고 연설했다. 참가자들은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도 참가했다. 자유한국당의 진짜 목표는 처음부터 ‘조국 사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보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정치는 기세 싸움이다. 이 기회에 문재인 정부의 기를 꺾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문재인 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조국 사퇴’ 다음 목표는 뭘까?
국회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법안을 좌절시키려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의 무릎을 꿇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대화방에는 공수처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대통령 일가와 국회의원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회주의 입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언제든 비리로 몰아 제거가 가능해진다”는 등 터무니없는 내용이다.

대화방만 그런 게 아니다. 원로 헌법학자는 신문 기고에서 “검찰이 조국 일가 수사를 통해 정치권력의 시녀이기를 거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검찰의 힘을 빼겠다고 공수처를 들고나왔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공수처를 ‘친문 보위부’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문 은폐처’ ‘반문 보복처’라고 했다.

원로 헌법학자와 야당 지도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20년 넘은 의제다.
지난 4월 말에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라갔다.
현 정부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면 지금 제도를 도입하되 시행을 늦추면 된다.

공수처법은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이 있다.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위원회 심사 기간을 채웠기 때문에, 29일이면 본회의에 부의된다. 선거법 개정안이 위원회와 법사위 심사 기간을 채우고 11월27일 본회의에 부의되면 한꺼번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더 뜨거워질 것이다. 따라서 몇가지 쟁점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첫째, 공수처가 선진국에 없는 기구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어느 나라에 우리나라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검찰이 존재하는지 먼저 답변해야 한다.


둘째, 공수처를 설치해야만 검찰 개혁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

공수처 도입은 검찰 개혁의 출발선이다. 공수처를 만들지 못하면 검찰 개혁은 이번에도 또 무산된다.


셋째, 검찰 개혁을 하려면 공수처를 만들 것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우선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나중에 필요가 없어지면 폐지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개혁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거나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어설프게 손대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자신의 알량한 명분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대의와 당위를 외면하는 이상주의자일 것이다. 비겁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과거 국가보안법 개정도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내걸고 집권했다. 따라서 공수처는 법률적 의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의제다. 선거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더더욱 그렇게 됐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시작이다. 공수처를 만들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다른 개혁 과제도 하나씩 밀고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대로 공수처를 만들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물건너가고,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실패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