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찰은 집단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道雨 2019. 12. 11. 12:27




검찰은 집단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능력 유무나 지위 고하에 관계 없이 공무원은 세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의 이익만 챙기는 자다. 공무원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잘 먹고 잘 산다. 민원인에게 갑질을 하고 재직하는 동안 든든한 노후대책도 세워놓는다. 극소수이지만 이들 때문에 공직사회 전체가 욕을 먹는다.

두 번째는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자다. 힘이 센 부처나 기관일수록 이런 공무원이 많다.

세 번째는 나라의 이익을 챙기는 공무원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라면 개인의 이익은 제쳐놓고 조직에서 배신자 얘기를 듣더라도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런 공무원이 많아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들 삶도 평안하다.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 소속 공무원인 검사들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사익을 추구하는 검사들이다. 이들은 스폰서를 두고 수시로 접대를 받는다. 사건 처리를 대가로 뇌물을 챙긴다. 뇌물의 종류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명심(功名心)에 무리한 수사를 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한다. 권력자와 결탁해 사건을 조작하고 편파 수사를 한다.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죄를 짓고도 법 지식을 활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다음은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검사들이다. 이들은 거악을 척결해야 한다는 정의감과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경찰은 수하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사는 완전무결한 존재여야 하므로 검사의 비리는 최대한 감추고 소극적으로 수사한다. 그 결과 ‘김학의 사건’처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일이 생겨난다. 한국의 검사 대다수가 이 부류에 속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사람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고 말했다. 


조직 논리만 거스르지 않아도 명예와 부(富)가 따라오지만 이를 스스로 걷어차는 검사도 있다. 내부고발로 왕따를 자처하며, 검찰의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 경찰을 수사 파트너로 존중하고, 검찰도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 조직보다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진정한 ‘공익의 대변자’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미증유의 총력 수사로 검찰사를 새로 쓰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부인과 동생을 구속하고, 조 전 장관까지 낙마시켰다. 지금은 ‘유재수 감찰 무마’와 ‘하명수사’ 카드로 청와대와 여당에 맹폭을 가하고 있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검찰은 나라의 이익을 위한 수사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총장은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대선자금 수사나 국정농단 수사처럼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검찰 조직 수호를 위한 무력 시위이자 국회 시즌을 겨냥한 정치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추진하며 검찰에 비판적인 쪽에는 칼을 들이대고, 공수처법 반대 등 검찰 편을 드는 쪽의 비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리와 불법이 양적·질적으로 여당에 결코 뒤지지 않는 보수야당에 검찰이 이처럼 관대할 이유가 없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의원, 촛불시민을 짓밟기 위한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세력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꽃피던 지난 4월 공수처법 등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의원 감금 사건은 겨울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수사는 수사대로, 개혁은 개혁대로 추진돼야 한다. 검찰의 흑역사를 생각하면, 정권을 상대로 한 ‘윤석열 검찰’의 도전은 평가받을 일이지만, 이것이 검찰개혁을 중단하는 이유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숱하게 개혁안이 나왔지만 검찰의 DNA는 그대로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검사들의 문화도 달라지지 않았다. 묵혀둔 사건을 갑자기 꺼내고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는 등, 거악을 척결하는 일이라고 판단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습성도 여전하다. 피의자를 압박하기 위해 별건수사를 벌였다는 뒷말도 많다. 


현재의 검찰 시스템으로는 검찰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양립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의 힘이 세질수록 도리어 부정부패가 증가하고, 법의 권위는 추락하며,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신만 옳다는 독선과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며 막강한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는 집단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엄동설한에 검찰만 계절이 바뀐 줄 모르고 벌거숭이로 칼춤을 추는 것 아닌지, 윤석열 총장 이하 2000여 검사들은 되돌아볼 일이다. 




오창민 디지털뉴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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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101826001&code=990100#csidx2124492b3f0316cb2b6f5a4280f78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