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무관직과 이순신 품계
과거로 등용되는 무관은 대개 부위, 교위를 거쳐 장군이 된다.
종4품으로 승진하여 처음 장군이 되면, 그 보직에는 일반적으로 만호(萬戶)가 주어진다. 장군으로 계속 승진하여 정3품 상계(上階) 절충장군이 되면, 비로소 당상관(堂上官)으로 대우 받으며 령공(令公) 또는 영감(令監)으로 불린다.
또 승진하여 종2품 가선대부가 되면 동반(東班)의 품계와 구분이 없어진다. 이후 다시 승진하여 정2품 자헌대부가 되면 이때부터 대감(大監)으로 불리고, 사후에도 시호(諡號)를 받는 등 특별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무관의 품계와 승진체계는 수군이나 육군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었던 게 임란 당시의 제도였다.
이순신은 32세에 무과에 급제한 후, 함경도 동구비보의 종9품 권관(權官)부터 관직생활을 시작하여, 훈련원 종8품 봉사(奉事), 충청병사의 군관을 거쳐 36세에는 종4품인 발포 수군만호가 된다. 이것은 이순신이 부위(副尉), 교위(校尉)를 거쳐 처음으로 장군이 되었음을 뜻한다.
우여곡절 끝에 파직되어 훈련원 종8품 봉사직으로 강등된 이후, 함경남도 병마절도사의 군관, 건원보 권관, 훈련원의 정7품 참군(參軍), 사복시의 종6품 주부(主簿) 등의 부위, 교위를 거쳐, 42세에는 당시 장군 품계인 종4품 함경도 조산보 만호로 승진한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이순신은 또다시 파직되고, 그 후 45세에 하급장교직인 전라감사의 군관으로 강등 보직되어 선전관, 종6품인 정읍현감을 거쳐, 47세 때 종4품의 진도군수, 종3품의 사리포(가리포) 수군첨사로 승진한다.
그 다음 곧바로 정3품의 전라좌수사로 승진한다. 정3품의 수사직(水使職)은 장군 품계로서는 가장 높은 절충(折衝)장군이며, 당상관으로 대우받고 령공(令公) 또는 영감(令監)으로 불리는 지위로 무관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관직이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이순신의 관직변동 상황을 보면, 36세에 장군이 된 이래 중간에 기복은 있었지만, 임란 직전까지 대체로 장군의 품계를 유지했다.
임진왜란을 맞아 해전에서 연전연승하자, 현직(顯職)인 전라좌수사에서 계속 승진하는데, 품계는 가선대부(嘉善大夫), 자헌대부(資憲大夫)를 거쳐, 1592년 7월에는 정2품의 상계(上階)인 정헌대부(正憲大夫)에 오른다. 이제 정3품 장군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대감(大監)이 된 것이다.
당시 서반(西班)의 외관직(外官職)에서 가장 높은 병마절도사가 종2품에 불과한 것을 볼 때, 이순신의 정2품 정헌대부는 매우 높은 품계였다.
장군이 이렇게 승진하게 된 것은, 장군이 세운 객관적이고 검증된 확고부동한 공을 조정에서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593년 8월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직위상의 승진을 함으로써, 명실공히 품계와 관직 모두에서 승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1598년 전사할 때까지 정헌대부행전라좌도수군절도사 겸 삼도수군통제사(正憲大夫行全羅左道水軍節度使 兼 三道水軍統制使)라는 긴 이름의 품계와 관직이 유지된다. 여기서 행(行)은 자신의 품계보다 보직이 낮은 경우 직명 앞에 붙이는 것이다.
이순신은 전사 직후인 1598년 12월에 의정부 우의정에 증직되고, 1604년에는 선무일등공신 덕풍부원군에 봉해지고 의정부 좌의정이 가증(加贈)된다. 이때는 이순신을 그렇게 질투하고 시기한 내부의 가장 강력한 견제 세력이었던 국왕 선조가 죽기 4년 전의 일이었다.
이순신에게는 1643년(인조 21년)이 되어서야 정부로부터 충무공(忠武公)이라는 시호가 비로소 내려진다. 국란을 자초한 점에서 영락없이 선조를 빼닮은 국왕 인조가, 1627년과 1637년에 정묘, 병자호란을 겪고 나서 내린 것이니, 절치부심의 결의가 작용한 때문인지, 심리적인 위안이라도 얻으려 했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순신의 공이 가려질 수 없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었을 것만은 확실하다.
*** 참고로 이순신은 1795년(정조19년)에 영의정으로 추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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