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기후독재가 온다

道雨 2020. 10. 19. 10:22

[전범선의 풀무질]

 

기후독재가 온다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에 달했다. 백년 전과 비슷하다. 그때는 모순이 제국주의 전쟁과 대공황으로 치달았다. 지금은 역병과 기후생태위기로 나타난다.

무한 성장의 신화가 문제다. 우리는 지디피(GDP)가 계속 올라야 정상이라고 믿는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다. 끝없이 욕심부려도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과 소비의 아름다운 균형을 잡아주리라. 오늘날 전 인류적 신앙이다.

그러나 지구는 유한하다. 일단 땅덩이가 한정적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오대륙을 다 식민화하고 더 이상 정복할 곳이 없어서 서로 싸운 것이 세계대전이다. 수천만이 죽는 전쟁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 했다. 인종 말살과 핵폭탄을 겪고 나서야 끝났다.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핵전쟁으로 인한 종말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난 75년 동안, 국가 간의 전쟁은 줄었다. 대신 자연과의 전쟁이 커졌다. 우리는 야생을 식민화하여 무자비하게 착취했다. 동식물을 가두고, 실험하고, 조작하여 대량 생산하고, 소비했다. 화석을 땅에서 꺼내 하늘에 태웠고, 삼림을 베었다. 결국 한계치에 도달했다. 기후와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다. 제6차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으며, 2050년 거주 불능 지구가 예상된다. 자연과의 전쟁이야말로 핵전쟁을 능가하는 자폭 행위였다. 다시 한번 종말의 냄새가 만연하다.

 

체제가 흔들리면, 민중은 대안을 찾는다. 1차대전 이후 러시아는 공산주의, 이탈리아는 파시즘을 택했다. 독일 국민은 대공황 때 나치당을 선출했다. 셋 다 탈자본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국가자본주의 형태를 띠었다. 자본주의는 잘 죽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도 거뜬했다. 기후생태위기 역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백년 전 망한 것은 자유주의였다.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불황과 불안을 자유주의는 해결하지 못했다. 전체주의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와 스탈린이 나서서 강력한 목표를 제시하고 거짓된 안정감을 심어줬다. 지금 위험한 것도 자유주의다. 기후생태위기를 빠르고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전체주의가 곧 인기를 얻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에코파시즘이 등장했다. 작년,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연달아 에코파시스트의 총기 난사로 각각 51명과 22명이 죽었다.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이지 않았나. 나치즘은 실제로 생태주의적인 면모가 있었다.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고 자연적 위계질서를 회복하려 했기 때문에 인종 청소를 했다. 에코파시즘은 나치즘과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인구 과잉이라고 본다. 사실이다. 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애를 안 낳는 것이다.

극우만의 생각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하게 개발된 나라는 쿠바다. 좌파는 피델 카스트로를 예로 들며, 생태주의적 정책을 위한 강력한 국가 개입을 주장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해야 자연을 보호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그 증거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추자, 세계 탄소 배출량이 약 7% 줄었다. 이렇게 10년을 반복하면 52% 감축된다. 2030년까지 절반,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이 국제적 합의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불편과 불황을 최소 10년에서 30년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어떤 정부가 국민에게 이것을 강요할 수 있을까? 당신은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자유주의자들은 계속 기업과 국민 눈치 보면서 쭈뼛쭈뼛댈 것이다. 백년 전에도 그러다 전체주의가 득세했다. 기후생태위기는 곧 자유주의의 위기다. 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보다 사회 붕괴, 그리고 거기서 싹틀 독재가 더 걱정이다. 막으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나중에 밀린 숙제 벼락치기 하려면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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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6188.html#csidx01441092363509db5f8190af4ad3eb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