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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이 물 건너간 전시작전권

道雨 2021. 12. 17. 09:33

어이없이 물 건너간 전시작전권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한 방송에서 “내년에 미래 한미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 쪽은 현 정부 임기 중인 내년 3월에, 미국 쪽은 다음 정부 임기 중인 내년 8월에 평가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한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갖추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국방장관이 이제야 두번째 단계를 평가하겠다고 했으니, 최종 단계를 거쳐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되는 시기는 언제쯤인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빨라야 2028년이다. 그마저도 단계별로 설정한 까다로운 세부 과제를 모두 충족한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전환한다’고 해석되었던 “조속한 전환”은 애초부터 현실성 없는 구호였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도 전작권 전환이 더 멀어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려고 미국과 협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프레임에 현 정부가 여전히 갇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전환을 추진했으니 제대로 일이 될 리가 없다.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더 복잡하다. 미래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사령부는 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시스템인 ‘한미연합정보관리체계’(CENTRIX-K)를 한국군이 개발한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로 대체한다. 그러나 미군은 이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보안에도 취약하다며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2년 전에 이 문제가 불거진 이래 아직도 미래 한미연합 지휘통제 시스템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다.

 

설령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유사시에 한국에 증원되는 미군 전력의 종류와 규모도 분명치 않다. 어떤 미군 전력을 무슨 목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하는 것인지, 우리는 아무런 주도권이 없다. 이 때문에 미래 한국군 장성의 연합작전능력이라는 게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한국에 증원하는 미군 전력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구성하게 될 터인데, 그 절차가 복잡한데다가, 미국의 국내 정치가 개입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어떤 통제 권한도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

게다가 2019년에 검증을 완료했다고 하는 기본운용능력도 단 한번밖에 시험하지 않았던 부실한 검증이다. 한마디로 지난 4년 동안 진전된 것 없이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이야기다.

전작권 전환 담당 부서는 연합작전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과제 목록과 수행계획을 짠 것도 아니라, 진급하면 거쳐 가는 장군의 요직에 불과했다.

 

청와대 안보 관련 직위자들은 남북관계만 관리할 줄 알았지, 우리의 주권을 견고하게 다지면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세우겠다는 신념도 없고 능력도 발휘할 줄 몰랐다.

그러니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식견을 갖추지 못하고, 우리의 안보정책을 더욱더 미국에 종속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희생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진행한 한미연합훈련에서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면, 그 훈련은 왜 한 것인가. 게다가 국방예산 55조원을 투입하여 경항공모함과 한국형 전투기를 만드는 나라가, 정작 작전운용능력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답답하다 못해 분통이 터질 일이다.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준비하지 않고, 더 많은 전투기와 잠수함, 미사일을 과시하는 건 일종의 허세이지 전략가가 할 일은 아니다.

죽으나 사나 우리는 전작권 전환을 제대로 준비해서 국가의 자율성을 한껏 고양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미래에 도전했어야 했다.

그러나 보기에 멋진 무기가 마치 우리를 지켜줄 것처럼 국방예산을 펑펑 쓰면서도, 정작 우리 땅에서 일어날 전쟁에서 스스로 작전을 주도할 역량이 없다는 건 역사적으로 심판받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미군이 모든 걸 하고 돈만 대는 일본처럼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군사적 무능력을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 견고한 주권의 토대 위에서 평화와 통일의 길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구현할 새로운 전략가들이 출현해야 할 시기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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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3661.html#csidxcce908bd5145a56ad4d337524ec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