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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회장 ‘특별공로금’이 50억이라니, ‘재벌 따라하기’ 멈춰야

道雨 2022. 3. 25. 09:01

금융그룹 회장 ‘특별공로금’이 50억이라니, ‘재벌 따라하기’ 멈춰야

 

하나금융그룹이 이달 퇴임하는 김정태 회장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특별공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퇴임하며서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 안건을 25일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예정인데, 의결권 자문사들은 지급액이 과도한데다 하나금융이 지급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기관투자자들에게 반대 투표를 권고하고 나섰다. 금융그룹들이 최근 10여년 간 은행지주를 중심으로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재벌의 시대착오적 지배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8일 이번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에게 특별공로금 5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심의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임원 퇴직금 규정을 보면, 퇴직금은 월평균 급여액에 재임년수를 곱해 산정한다. 또 재직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가산한 금액을 주총에서 결의할 수 있도록 ‘퇴직금 지급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모두 이 안건에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급액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김 회장의 월 기본급은 7300만원이며, 등기임원 임기 15년을 곱하면 퇴직금은 10억9500만원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특별공로금 50억원을 합하면 60억9500만원이 된다. 정상적으로 산정되는 퇴직금의 5.6배가 지급되는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상장회사 임원들의 평균 지급률이 2.7배인 것에 비춰 5.6배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하나금융이 이처럼 거액의 금액을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하면서, 구체적인 지급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서스틴베스트는 “특별공로금 지급 근거를 공시하지 않아 정당한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이나 회사에 몸담은 임직원들은 퇴직 때까지 저마다 최선을 다해 회사에 기여한다. 그런데 특정인에게만 과도하게 ‘공로’를 인정해 이런 거액을 지급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 특히 은행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주 수입을 국민들로부터 받은 이자에서 창출하는 업무 성격상 일반 사기업과도 다르다.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 특정인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고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도대체 뭘 하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또한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 건과 관련해서도 일제히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적절한 내부 통제장치를 갖추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 점, 그리고 사법적 제재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상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나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그룹은 최근 10여년 간 대형화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 그만큼 최고경영진의 책무도 막중해졌다. 그러나 금융그룹 회장들은 마치 재벌 총수처럼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황제경영’을 하는 등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엘에프 사건에서 보듯이 최고경영진의 잘못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이사회는 이들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기보다는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허수아비’를 넘어 사실상 ‘방패막이’가 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금융그룹 회장이 재벌 총수처럼 이사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런 문제점들을 철저히 따지고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 2022. 3. 25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