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너무 빨리 권력에 취한 정권

道雨 2022. 7. 1. 09:23

너무 빨리 권력에 취한 정권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전방위 위기)이 어른대고 있다. 이미 국내를 강타한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태풍 앞에 민생은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취약한 계층에서부터 소리조차 못 내고 찌부러지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불안을 더 깊게 하는 건 집권세력의 무능과 게으름이다. 대통령과 내각, 여당이 하나같다. 삶이 무너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절박하게 대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번의 선거 승리, 5년 만에 잡은 권력에 취했기 때문이다.
총선까진 2년 남짓 남았으니 국민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이 아니고서야 대통령은 심야에 불콰한 얼굴로 취객들과 사진을 찍고, 여당 대표는 ‘윤핵관’ 세력 등과 치고받고,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은 내팽개친 채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에 대한 준비와 의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부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에는 “저도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모르겠다”며 “방법을 알려주시죠”라고 했다. 애초 공약을 철저히 지키든지, 공약 파기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적 보좌기구를 두든지 자신이 해결할 일이다. 왜 국민에게 책임을 미루나.

그래놓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도 않은 채 나토 정상회의에 부인과 동행했다. 말썽 많은 부인 팬클럽은 여전히 건재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발표 전 보고받지 못했다”며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은 8일 전에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다 논의됐던 내용이다. 민생 현안에 무지하고 무신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뚜렷한 관심과 실행력을 드러내는 분야도 없지 않다. 전임 정권 공격과 권력기관 장악이다. 독립성과 임기가 보장된 국민권익위·방송통신위 위원장에 대해선 “국무회의에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술 더 떠 임기제 국책 연구기관장들에게도 “우리하고 너무 안 맞는다”며 노골적으로 사퇴를 종용했다. 필요하다면 여야 합의로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법 개정을 하는 등 제도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환경부 장관의 산하기관장 교체 압박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에 따라 지금 검찰도 전임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동종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과 총리가 보이는 ‘내로남불’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석열 사단’을 대거 승진시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어차피 인사권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책임장관으로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다”고 옹호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에 대해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경찰은 행안부로부터 통보받은 인사 결과를 관행대로 공지했는데, 2시간 만에 수정된 인사안이 다시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편향적 발언 뒤, 한 장관은 후속 인사에서 ‘고발사주’ 같은 중대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손준성 검사까지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시켰다.
반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표를 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시민사회와 야당, 일선 경찰의 일치된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경찰국 신설 강행 뜻을 밝혔다. 검경 장악을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의 잇단 강수는 민생 현안을 다룰 때의 무신경·무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권력기관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검통령’답다.
 
집권여당도 ‘부창부수’ 수준이다. 당대표는 9년 전 의혹에 발목 잡힌 채 윤리위, 배현진 최고위원, 안철수 의원, 장제원 의원 등과 전방위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그사이 당 지도부의 민생 행보는 가뭇없이 증발했다. 원내대표는 야당의 국회 개원 협상 제안을 걷어차고 출국했다.
정상이라면, 여당이 민생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거나 읍소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느긋한 여당은 듣도 보도 못했다. 정부 멱살이라도 잡아끌어야 할 여당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경제부총리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는 소리를 민생 대책이랍시고 떠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취한 집권세력의 노랫소리만큼 국민의 원성도 높아져가고 있다.
 
 
손원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