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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원전 바보’ 대통령은 왜?

道雨 2022. 7. 28. 09:33

벌거벗은 ‘원전 바보’ 대통령은 왜?

 

 

 

잘못된 데이터·근거로 “원전생태계 부흥” 외치기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 원자력발전 설비 제작사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탈원전’을 내건 문재인 정부 5년간 원전 설비 제작사들이 일감 절벽에 내몰려 폭망한 원전 생태계의 시급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지난 1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단독 보고를 받은 뒤에는 “원전 생태계의 조속한 복원”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우리나라는 국내외에 1400㎿ 대형 원전 8기(11.2G We)를 건설 중이었다. 이처럼 활발한 원전 건설은 우리나라를 빼면 중국, 러시아 기업 정도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가 위기라는 말은 대체 왜,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난 4월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창원 중소기업을 방문해 원전 생태계 심각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어느 중소기업은 2016년 원전 매출이 좋으니 전망도 좋다고 생각해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공장을 늘렸다가, 2020년 매출이 급감하자 폐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엔 다들 활황이었는데, 탈원전을 내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 망했다는 얘기다.

 

왜 2016년과 2020년일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원전 공급 산업체 매출은 대체로 2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 기자재 공급으로 2016년 역대 최대치인 27조원까지 올랐다가 2020년 22조원으로 감소한다. 매출 5조원 감소분은, 2016년 4조원을 웃돌다가 2020년 1조원 이하로 떨어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로 인한 국내 원전 산업계의 급격한 매출 변동이 지배적 요인이었다. 이것이 “탈원전 바보짓” 때문으로 둔갑한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 중소기업 평균 원자력 매출 비중은 15% 내외다. 두산(에너빌리티)은 원자력 매출 비중은 5% 정도라서 원전 매출이 없어도 당장 망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1~2년이 멀다고 1조원과 1천억원 사이를 오갔다. 영업이익 변동성이 이렇게 높은 기업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취약한 생태계 관리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자재는 일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직접 발주하지만, 대부분 제작은 두산에, 시공은 건설 대기업에 일괄 발주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으로 들어간다. 이익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수주액의 절반만 중소협력사에 지급해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국가 세금으로 구축한 원전 사업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인 대기업 특혜사업으로 변질해, 관료화가 심화하고 하청 공급사 품질 관리도 취약하다.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기형적 구조이고,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다. 설계자인 엔지니어링사가 발주처로서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시공관리까지 총괄하며 생태계를 관리하는 외국과 상황이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창원에서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예산에 맞게 적기에 시공하는 능력,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은 전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원전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한빛 3, 4호기는 부실한 증기발생기와 콘크리트 공극으로 몸살을 겪고 있으며, 공극 문제는 아랍에미리트 원전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이 취약한데도,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탓하며, 시장경제주의자인 대통령에게 그릇된 원전 생태계 정보를 주입하는 건 누구일까.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지 않았다.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하기도 한, ‘눈먼 원전바보 대통령’은 누가, 왜 만들었는가.

 

원전 매출이 저하될 게 예상될 경우 국가가 나설 일은, 원전 생태계 유지를 빌미로 한정 없이 원전을 건설하는 게 아니고, 지속가능한 타 산업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이게 합리적인 방안이다.

 

원전을 줄이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세계 에너지시장의 추세를 역행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는 줄이며, 신한울 3, 4호기 건설 등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을 고집하는, 자칭 시장경제주의자 대통령눈먼 원전바보 대통령 만들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이정윤 ㅣ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