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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임이자 후원' 샤인머스캣 행사, SK·쿠팡 대량 구매

道雨 2022. 10. 14. 11:24

수상한 '임이자 후원' 샤인머스캣 행사, SK·쿠팡 대량 구매

환노위 국감 증인 협의 기간 중 국회서 2kg 4만원·4kg 9만원 판매...의원실 "구매 유도 아니다"

 
 

  기업 대관 관계자가 12일 오후 경북 상주시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후원으로 열린 "샤인머스캣" 판매홍보행사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해 옮기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경북 상주·문경)의원 후원 '샤인머스캣' 판매 부스가 국회 내에 설치돼 SK에코플랜트(구SK건설)·SK하이닉스·쿠팡 대관 관계자가 다량 구매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 기업 대표들은 모두 국감에서 증인 출석이 거론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 20박스·SK하이닉스 10박스 구매... 쿠팡은 배송 주문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 앞에 '샤인머스캣' 홍보판매행사 부스가 설치됐다. 두 동의 천막 안에 마련된 부스에선 ▲2kg 1박스-4만 원 ▲4kg 1박스-9만 원 등 두 종류의 상품이 준비됐다. 2022년도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2~13일 이틀 간, 경북 상주시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 후원으로 열린 행사였다. 참고로, 임 의원은 국회 환노위 여당 간사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오후 1시간 30분가량 판매 현장을 취재한 결과,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SK하이닉스·쿠팡의 대관(정부·기관 및 국회 등을 상대로 한 대외협력업무를 담당)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준비된 상품들을 구매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2kg짜리 20상자 이상을 구매해 손수레에 싣고 가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현장에서 10상자 정도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계산하고 '배송'을 주문한 쿠팡 관계자는 배송지를 작성한 뒤 행사장의 판매자에게 "안녕하세요. 쿠팡입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들은 모두 이번 환노위 국감에서 기업 대표의 증인 출석 등이 거론됐던 기업들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건설현장에서 2명이 사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이슈에 묶였다. 임이자 의원은 이와 관련 박정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의 국감 증인 신청을 검토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7년 간 61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1명이 사망했음에도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감독이 면제된 사실이 드러나 환노위 국감 관련 이슈로 부각됐다. 쿠팡 역시 산업재해 사고·열악한 노동환경 조건 등을 이유로 올해 환노위 국감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는 지난 5일 노동부 대상 환노위 국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국감에서 현안이 걸려 있는 기업들이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 의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해당 상품을 샀다고 볼 정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다른 기업의 대관업무 관계자는 "기업 대관팀은 국감 시기에 하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대번에 알 수밖에 없다"며 "의원실에서 따로 공지를 안 해도 눈치껏 와서 사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대관 업무를 하는 입장에선 오너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아직 국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증인 채택 여지도 남아 있고, 나중을 대비해서라도 잘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여야 환노위 간사는 이번 행사가 열린 12~13일 사이에 오는 21일과 24일에 열릴 환노위 종합국감의 증인 채택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또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어도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증인 출석요구서가 송달되면 되는 만큼 여전히 종합국감 전까지 증인 추가 채택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의원 측 "3년 전부터 하던 행사"... 구매 기업 측 "대관 관계자의 사적 구매"
 

 

         12~13일 국회 소통관 앞에 경북 상주시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후원으로 열린 "샤인머스캣" 홍보판매행사 부스

 

 

 

임이자 의원 측은 지역구인 상주시의 특산품인 샤인머스캣 홍보를 돕는 차원이었지 해당 기업들의 구매를 유도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번 행사가) 기업의 구매를 유도한다고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상주시에서 2019년부터 했던 행사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다가 이번에 도움을 요청해서 하던 대로 했던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기업 오너 등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이 상품들을 구매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에는 "추가 증인 논의는 앞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들이 증인 채택 문제 때문에 샤인머스캣을 사 간다고 보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샤인머스캣을 구매한 기업들도 '대관 관계자의 사적인 구매'라고 선을 그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오마이뉴스>에 "대관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산 것이라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고, SK하이닉스 측도 "대관 관계자가 10상자 정도 구매했는데 사비로 샀고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국회 보좌진에게 나눠줬다고 한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농산물을 홍보하는 취지가 순수했다고 하더라도 기업 대관업무 관계자가 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의원의 의정활동과 부적절하게 연관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더라도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최소한 국정감사 같은 민감한 시기엔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경북 상주시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경북 상주시문경시) 후원으로 12~13일 열린 "샤인머스캣" 홍보판매행사 포스터

 

 

 

 

박현광(parkhyung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