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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애도 계엄령, 곧 검찰이 등장할 차례

道雨 2022. 11. 3. 09:07

윤 정부의 애도 계엄령, 곧 검찰이 등장할 차례

 

 

 

영국 사상 최단명 총리로 물러난 리즈 트러스가 던진 폭탄에 영국은 여전히 침몰 중이다.

 

리시 수낵 총리 내각은 영국 경제에 재앙을 부른 트러스의 450억파운드 감세안을 뒤집는 데서 더 나아가, 500억파운드 증세 및 지출삭감안을 곧 발표한다. 혹을 떼려다가, 혹을 더 붙인 격이다.

서민들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다. 지난 4월 이후 영국의 임대료는 45%가 인상돼, 거의 250만명의 세입자가 집세를 밀리고 있다고 홈리스 자선단체 ‘셸터’가 집계했다. 세입자 3명 중 1명이 수입의 절반을 집세로 낸다.

 

트러스의 감세안이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8월 초 2%에 못 미치던 10년 국채 이자율이 10월 중순에 4.5%까지 올랐다. 파산 위기에 영국의 연기금들은 자산을 내다 팔면서 1500억파운드의 손실을 봤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연기금 파산을 막느라고 이들의 자산을 매입했다. 물가오름세 앞에서 돈을 죄어야 하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으니, 앞으로는 이를 거둬들이는 긴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금리인상을 더욱 가파르게 해, 집 없는 서민들을 거리로 내쫓을 것이다.

 

물러나는 트러스는 “나는 우리가 대담해지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한다”며, 한마디 사과나 미안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재임 중에 감세안에 대해 “너무 빨리 멀리 왔다”며 실수를 인정하는 듯했으나, 낙마가 불가피하자 다시 자신의 정당함을 강조했다. 물러나는 마당이니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을 묶어두려는 정략이다.

 

트러스가 물러날 즈음에 한국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터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가 보증을 선 레고랜드 채무 2050억원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채권 시장에 패닉이 몰아쳤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우려가 퍼지며, 지자체나 웬만한 기업들의 채권 금리가 2~3배까지 올랐다. 강원도가 다시 채무 보증을 이행하겠다고 밝히기까지 24일이 걸렸다. 이를 진정하려고 정부가 쏟아부은 돈은 50조+알파, 5대 은행도 95조를 쏟아붓고 있다.

 

강원도가 이런 결정을 독단으로 했다면 중앙정부의 직무유기이고, 상의했다면 공모 책임이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태가 발발한 지 2주도 넘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한가롭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원도에서 대응을 해야 할 거 같다”며 “(시장 전반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면서 “조금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사과를 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왜 이들은 사과와 미안함이 없나?

윤석열 대통령도 ‘이 ××’ ‘쪽팔려’ 막말 사태를 사과하지 않았다. 지지율 떨어지는데 사과보다는 더 밀고 나가는 것이 고정 지지층이라도 결집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정략이 아니고서야 이런 사태를 설명할 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을 더 배치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흘 만인 1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112에 접수된 이 사건의 신고 전화에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격노’했다고 하자,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이 책임과 사과에 모르쇠하던 ‘모드’를 일제히 바꾸기 시작했다. 각종 막말과 사고에 임하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의 자세가 바뀌는 건가?

 

두고 보자. 윤 정부는 책임보다는 애도가 먼저라며, 애도를 계엄령처럼 선포했다.

자국민이 5명 죽은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가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말하자, 한국 외교부는 “이런 언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각별한 주의와 재발 방지를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 쪽 발언이 외교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나, 자국민이 5명이나 죽은 나라에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고작 이런 것인가?

 

‘참사’가 아니라 ‘사고’이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는 계엄 보도지침을 내렸다.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제 경찰이라는 만만히 책임을 물을 대상이 떠올랐다. 윤 정부의 전가의 보도인 검찰이 곧 등장할 차례다. 초동 대처에 태만했다는 경찰을 잡도리하고, 군중 속에서 밀었다는 사람들을 찍어내고, 불법 증축을 했다는 해밀톤호텔 등을 철거하는 사태를 예견한다면, 내가 너무 과민한가? 세월호 때도 해경을 해체하고, 선주 일가를 잡는다고 야산까지 샅샅이 수색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부에 포진한 ‘한국의 트러스’들이다. 영국의 트러스처럼 사과나 미안함은 그들의 몫이 아닐 것이다.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