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묵과할 수 없는 행안부 장관의 책임 회피 발언과 인식

道雨 2022. 11. 1. 09:15

 

묵과할 수 없는 행안부 장관의 책임 회피 발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력 배치 등에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재난 안전 총괄 부처인 행안부 장관이 307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에 대해 사죄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전날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건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날도 축제 참가자 인원과 경찰 인력 증가 비교처럼 숫자놀음 같은 이야기만 반복했다.

 

이번 행사는 ‘노마스크’ 방침 이후 처음 열렸고, 며칠 전부터 인파가 몰리는 등 위험이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 행사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며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질서 유지에 투입된 경찰이 턱없이 적었고, 지자체나 민간과 유기적 연계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가 재난 관리의 총책임자가 면피성 발언만 반복하니, 대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주체는 어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장관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경찰력 부재 비판은 “선동성 정치적 주장”으로 치부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늦게 ‘유감’ 표명 입장을 냈는데,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첫번째 책무다. 행안부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부처의 주요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유가족과 국민들 상처에 소금을 뿌린 주무 장관의 발언을 도저히 묵과하기 힘들다.

 

 

[ 2022. 11. 1  한겨레 사설 ]

 

 

**************************************************************************************************

 

 

핼러윈 대비 질문에 “선동” 딱지 붙인 장관 이상민

 

 

 

“이게 저 골목 금요일 밤 10시 반 사진이에요. 너무 사람이 많아 찍어뒀어요. 거기로 이어지는 세계음식거리에선 외국인 친구들과 ‘릴랙스’ ‘캄 다운’을 외치고,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을 받쳐주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이 전날 공동운영 시시티브이에 다 찍혔을 텐데…. 모니터링은 했을 거 아니에요.”

 

지난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골목 주변에서 만난 탠이라는 한국 남성은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내 딸 또래인 10대·20대들이 신기한 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다녔어요. 골목에 노란 완장 찬 몇명만 있었어도 분명히 달랐을 겁니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골목은 텅 비었지만 그날의 기억을 지울 순 없다. 너비 3m가 겨우 넘는 이곳에서 청춘들이 압사했다. 해밀톤호텔 오른편으로 돌아가니 인근 상인이 주변 사람들과 말하는 게 들려왔다.

“외국 기자들이 이런 인파면 통로를 일방통행으로 해야 한다 충고하더라고. 홍콩 같은 곳은 다 그런다고.”

 

우리는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엔 20만명까지 몰렸고, 3년 만의 노마스크 행사였는데 인파를 분산시킬 방안은 왜 강구하지 않았는지, 압사 사고라 접근도 힘든 상황인데 통제방송이 가능한 헬기라도 띄우는 방법은 없었는지….

한 경찰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올린 게시판 글처럼, 그들 또한 눈앞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참담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집요하고 절박하게 물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그런데 경찰과 소방 인력,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소방력 배치 부족이 참사 원인은 아니다”라며, 예상 인원보다 사람이 많았던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요와 시위로 인력이 분산됐다고도 했다. 앞뒤가 모순되는 말일뿐더러 설사 그렇더라도, 보수나 진보 집회에 13만명 넘는 인파가 한밤까지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날 이태원 일대엔 137명 경찰인력이 배치됐다. 그것도 안전 대비 인력이 아니라 마약·성범죄 같은 사건 대비 인력이었다. 대통령부터 당정, 경찰청장까지 잇달아 ‘마약과의 전쟁’ 강조가 이어진 직후였다. 그렇다면 안전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부족한 게 있었는지 살피겠다’ 정도라도 말하는 게 상식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으면 행정의 시야가 달라진다. 일본의 경우 핼러윈데이 같은 민간행사 날도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경찰의 유도차와 ‘디제이 폴리스’를 배치한다. 2013년 일본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날, 도쿄 시부야에서 유머 섞인 말투로 골목 질서를 유지한 남성 경찰이 인터넷에서 ‘디제이 폴리스’라 불린 뒤 제도로 정착했다.

“여러분은 열두번째 일본 국가대표니 팀워크를 보여주세요” “무서운 표정의 경찰도 속으론 기뻐하고 있어요. 그러니 말 좀 들어주세요” 같은, 강압적이지 않은 단속이 젊은이들 사이에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올해도 시부야에 350명 경찰을 배치했고, 자치구는 조례에 의거해 노상 음주를 금지시키고 상점들에 핼러윈 당일 주류 판매 자제를 권고하며, 공무원과 민간경비원 100명을 동원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범법자를 잡는 게 아니라 모두가 행사를 안전하게 즐기도록 하는 게 목적일 때 가능한 발상이다. 일본 또한 큰 압사 사고 등을 겪으며 바꿔나간 것이다.

 

일부 시민들이 현장에서 몰상식한 모습을 보였지만,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심폐소생술에 나서고 인근 상인들이 구조인력을 도와 길을 헤쳐갔다. 세월호 때도 그랬듯이 이런 시민의식이 참담함에 빠진 사회를 위로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잃은 이들과 집단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 있다. 주최가 없는 행사라 보상이나 책임추궁 가능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견해가 나오지만, 어떤 재난이나 참사라도 상정하고 대비했어야 할 위치의 장관이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태원은 오랜 세월 이방인의 땅이었다. 한때 주한미군을 위한 기지촌이 있던 그곳이 1990년대 이후엔 각국 음식점들이 들어서며 새로운 문화공간이 됐다. 식민지를 거치고 전쟁을 겪은 한국이 글로벌 선진국이 된 지금을 상징하듯, 이태원은 문화의 용광로가 됐다.

그곳에서 벌어진 비극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한국이 돈이 없거나 기술이 없는 나라인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는 인식과 실천의 의지가 없을 뿐이라고. 하지만 행안부 장관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민간 행사라 어쩔 수 없다’ 같은 식의 주술에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31일 자신의 발언이 “섣부른 예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왜 대비할 수 없었느냐는 상식적인 물음에 ‘선동’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이 장관의 인식이 내겐 더 위험해 보인다.

 

 

 

 

김영희 | 논설위원실장

 

 

******************************************************************************************************

 

 

한국과 브라질의 엇갈린 운명

 

 

국힘당 사람들은 일제히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람들이 너무 놀라, 책임추궁은커녕 제대로 말문도 못 여는 상황인데도 벌써부터 저런다.

이태원참사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파괴력을 지닌 사건인지를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실로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도둑 왕초(가장 책임이 많은 자)는 물론 대통령 윤석열이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 거지?”라는 말은 “구명조끼 입었다던데 그렇게 찾기 어렵습니까?”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과 정확히 통한다.

 

이태원참사는 육지에서 벌어진 세월호참사다. 세월호참사 때처럼 이제 책임져야 할 자들이 진상을 덮고 뒤집고 보상 운운하며 조위금을 모금한다고 설레발 치며 책임전가에 급급할 것이다.

저들에겐 세월호참사가 해상 교통사고였던 것처럼, 이태원참사가 노상 파티장에서 벌어진 운 나쁜 불상사의 하나처럼 비칠지 모른다.

 

윤 대통령 말고 실질적으로 가장 책임이 큰 자는 이상민 행자부장관일 것이다. 경찰국을 신설해 독립경찰을 정치경찰 만들었다가 이 참사를 일으켰다. 그러고도 책임을 면해 보겠다고 내뱉는 말들이 가관이다.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다르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정보의 부족이요, 예측의 잘못이다. 무능이요, 무관심이요, 무책임의 극치다. 경찰로서는 변명할 수 없는 치명적 실수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나고 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는 말인가.
예측했다면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충분히 배치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 재난이었다는 말인가.

 

그 다음 말은 더 가관이다.


“어제(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

소요와 시위가 없었다면 이태원에 충분한 병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는 앞의 말과는 서로 모순되는 말 아닌가.

 

과연 서울에 이태원에 배치해야 할 병력을 빼돌려야 할 만큼 소요(?)가 있었던가. 그가 판사일 때 미리 유죄(무권)냐 무죄(유권)냐를 내심 결정해 놓고 논리를 짜맞추려고 횡설수설 써놓은 판결문이 이같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때는 오로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만이 머릿속을 꽉 채웠을 테고 지금은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질 낮은 장관을 임명해 경찰 인사권까지 부여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역시 가장 크다. 세월호참사 때 대통령 박근혜에게 부과된 책임의 무게와 다를 바 없다.

 

세월호참사를 겪었던 우리 국민은 불과 5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

반면 오늘 브라질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다시 복귀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온갖 핍박 속에서 싸웠던 것이 바로 브라질판 검찰공화국이었다.

 

한국과 브라질, 엇갈린 운명이다.

 

 

[ 강기석 ]

 

 

***************************************************************************************************

 

 

 

유승민 "선동성 주장 안 된다는 장관부터 파면해야"

'면피성 발언' 논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 요구... "철저히 잘못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 등 면피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이날(31일) 오전 합동분향소 조문 후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진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였다"면서 "경찰 병력 배치 문제가 (참사) 원인이었는지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각료로서 아주 부적절했다는 비판이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나 책임규명 없이 지나가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을 수는 없다"며 "며칠 애도만 하고 수습만 하고 지나간다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내 자녀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공동체가 무엇을 해야할 지 명확해질 것"이라며 "철저히 잘못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이런 인재(人災)를 막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세상을 떠난 젊은 영혼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살아남은 우리가 진심으로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경태(sneerc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