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쓰러트리는 독, 식수원 낙동강에 떠다닌다
[인터뷰]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낙동강 녹조 문제, 제발 대책 세워야"
▲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오른쪽).
온통 녹색을 띤 물이 벼논에 흘러 들어갔고, 낙동강 물을 끌어다 재배한 농작물에서도 독성이 검출됐다.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도 녹조 독이 나왔다. 거기다가 낙동강 부근 주택가 옥상에서 녹조 독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그러나 환경부는 낙동강 원수를 고도정수처리해 수돗물로 공급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누구보다 자주, 계속해서 낙동강 현장을 살피고 있는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조 독성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임희자 집행위원장을 만나 낙동강 녹조 상황 이야기를 들어봤다.
- '녹조'라고도 하고 '남세균'이라고도 하던데, 그게 뭔지?
"낙동강에서 매년 발생하는 녹조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한 현상이다. 남세균은 세균이면서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며 짙은 청록색을 띤다. 따라서 남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녹조 현상이라 한다.
녹조가 발생하려면 질소와 인이 오염원인 영양물질, 수온, 햇빛, 유속 등의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낙동강의 녹조 발생 원인은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 오염, 높은 수온, 강한 햇빛, 그리고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8개 보로 인한 유속 감소이다."
- 낙동강 녹조가 얼마나 심한가.
"녹조는 낙동강 하류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낙동강 본류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녹조는 4대강사업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낙동강 본류에 8개의 보가 설치된 2012년 이후 나타나고 있다.
2022년 낙동강 녹조는 낙동강 물에서 최대 8600ppb(창원 본포)로 검출되었고, 이는 미국 물놀이 기준 1075배에 이르는 수치다. 농업용수는 8월 양산 양배수장에서 최대 1만 6952ppb로 미국 물놀이 기준 2119배가 검출됐다. 이렇게 심각한 낙동강 녹조물을 상수원수나 농업용수로 쓰고 있으니, 물고기는 물론 수돗물이나 농산물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식탁이 위험에 처했다."
- 지자체나 환경부는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하는데 정말 안전하다고 보는지?
"지금까지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총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모니터링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을 확신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환경부의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 기준은 '0'을 의미하는 불검출이 아니라 환경부가 정한 표시한계 이하라는 의미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은 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등 대표적인 유해 남세균 독소 4종을 먹는 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 종류만 270여 종이 되기에, 미국은 모든 독소를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총마이크로시스틴을 기준으로 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생식독성을 고려해 기준을 0.03ppb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은 상당히 독성이 강하고 잘 분해되지도 않는다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지.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2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환경에서 독성 세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이나 되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남세균 독소는 100℃ 끓는 물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300℃ 이상 되어야 분해가 된다.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된 수돗물이나 채소에서 독소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용수 자체에 대한 관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 낙동강은 농업용수로도 사용되고 있다. 농작물 안전 문제는 없는지.
"올해 낙동강 녹조는 강 안에서 그치지 않고, 농수로를 따라 국민 식량을 생산하는 논·밭으로 들어가, 농산물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독소가 검출된 것은 옥수수 5.8μg, 고추 1.12μg, 상추 1.19μg, 쌀 1.8μg, 무 1.1μg, 배추 1.85μg이다.
- 낙동강 보 주변을 공원으로 꾸며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한다. 녹조 독이 공기로도 전파된다고 하던데.
"지난 8월말부터 9월초 낙동강 6개 지점에서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를 했는데, 마이크로시스틴이 최대 6.8ng/m3(나노그램)이 검출되었고. 강변으로부터 1.1km 떨어진 주택가에서 1.88ng/m3이 검출되었다. 이는 2017년 미국 뉴햄프셔 주 강에서 검출된 것보다 최대 5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뇌질환을 유발하는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은 16.1 ng/㎥이 검출되어,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최대 검출치 6.8 ng/m3보다 단순 비교해 2.3배 높게 검출되었다. 녹조의 독소가 강물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일상생활 공간까지 퍼져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공기 중 독소는 호흡을 통하여 혈관으로 들어가 몸 전체로 퍼지기 때문에, 물과 식품을 통한 섭취보다 훨씬 위험하다."
-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인한 다른 나라의 피해 사례가 있는지.
"남세균은 기존에 알려진 간 독성, 신경독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고 연구된다. 남세균의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의 인체유입은, 음용만이 아니라, 피부접촉, 강 주변 공기 중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 형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중국 난징대학과 홍콩폴리텍대학 연구팀은 중국 불임남성 정액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으며, 마이크로시스틴 농도와 비정상 정자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국제 학술지 환경보건전망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2021년 12월 수록). 미국의 경우 5km까지 에어로졸 영향 분석연구에서 녹조(남세균)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코올성 간질환이 0.3% 증가한다는 연구사례까지 나왔다. 앞서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 톨리도시 남세균 독소 기준치 초과로 수돗물 공급 중단했고,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350마리 폐사한 사례가 있다.
199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의 오리와 물새류 폐사, 1981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발병한 피부 질환 및 눈병, 1991년 호주의 소 1600마리 폐사한 사실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남세균 독소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 이 녹조를 없애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이 없는지.
"녹조 발생은 부영양화, 높은 수온, 햇빛, 유속 감소 등의 환경이 조성되면 발생한다. 이 중 한가지 조건이라도 깨지면 녹조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중 수온과 햇빛은 기후와 일기에 관련된 것으로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 수질오염으로 인한 부영양화는 이미 낙동강 본류가 보 건설 이후 강안에 영양분이 축적된 상황에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차단한다 하더라도 녹조 발생 억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낙동강 녹조 발생을 막으려면 4대강사업으로 설치한 보로 인하여 사라진 유속을 수문개방을 통하여 되살려내는 것이다. 즉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 정부가 낙동강 보 개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환경부가 녹조 문제를 과소평가해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다음은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낙동강 상류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 단체장이 당리당략으로 수문 개방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유역 농업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형태로 변화되어, 수문을 개방해 낙동강 수위가 내려가면 농업용수가 부족할까 봐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도 있다."
- 녹조 해결을 위해서 우리 시민이 당장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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