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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이 영주댐에서 '낙동강을 살려내라' 외친 이유

道雨 2023. 10. 25. 10:54

약사들이 영주댐에서 '낙동강을 살려내라' 외친 이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원들,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변화 공부하고 현장에서 행동도

 

 

 

 

"녹조라떼 공장, 영주댐을 해체하라!"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살려내라"

22일, 영주댐 물문화관 전망대 앞에서 쩌렁쩌렁 구호가 울려퍼졌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후 '건약') 회원 30여 명이 전망대에 올라 함께 외친 것이다. 이날 마침 같은 시간 탐방 온 지역의 어르신들로 보이는 이들은 그 모습이 못내 못마땅한 듯 물끄러미 지켜보며 혀를 찼다.

아마도 영주에서 온 것 같았고, 최근 번듯하게 준공된 영주댐을 보러 관광차 오신 분들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지난 7년 동안 공식 준공을 못하고 있던 영주댐은 지난 8월 22일 환경부가 '준공' 승인해주었고, 그 소식이 영주 지역사회에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영주댐 주변과 영주시내 곳곳에 내걸린 준공 축하 현수막들이 그런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준다. 이날 혀를 차고 있었던 관광객들의 심정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이렇듯 영주댐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댐이 됐다.

영주댐의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준공 승인

애초에 기획된 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의 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영주댐의 목적은 널리 알려진 대로 낙동강 수질개선이다. 수질개선용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댐이란 수식어도 달고 있는 댐이건만, 댐을 다 짓고 담수(물 채우기)를 하는 순간 그때부터 영주댐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영주댐은 녹조 공장. 여름이면 영주댐은 심각한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개선은 요원하다. 따라서 영주댐은 무용지물 댐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연중 1급수가 흘렀던 내성천을 막아 댐을 짓자, 연중 1급수가 모여 맑은 물 저장소가 된 것이 아니라 최악의 수질을 자랑하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수질로서는 5~6급수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이 이 신생 댐 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을 어떻게 개선한단 말인가.

댐을 짓고도 댐에 물을 가두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이었던 김은경 장관은 소신 있는 정책을 폈다. 댐에 물을 채우자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한다면 댐에 물을 채우지 말 것을 주문했다. 2016년 댐을 다 지어놓고도 두어 해 동안 물을 채우지 못하게 된 배경이다.

이러자 안달난 것은 영주 지역사회였다. 댐을 발전이라 철석같이 믿는 이들은 영주댐 공식 준공이 계속 미뤄지자 몇 차례에 걸쳐 댐에 물을 채울 것을 요구하거나 혹은 가둔 물을 빼지 못하게 하는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 21일 영주댐 조기 준공을 외치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있는 영주 사람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급기야 데모는 정권이 바뀐 올해 초에도 다시 벌어지고 지난 8월에도 또 한 차례 있었다. 결국 국민권익위까지 나서 영주댐을 준공을 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영주다목적댐사업에서 문화재 이전복원단지(수몰지 안에 있던 문화재들을 이전해 복원하는 공사)가 아직 완공이 안 되었음에도, 즉 영주댐 사업이 모두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준공을 시켜버린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이 댐법보다 상위법의 지위를 유지하기에 이는 다분히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향후 이 지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준공은 했지만 영주댐의 근원적인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심각한 녹조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올 한해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녹조라떼의 본고장(?) 낙동강에선 녹조가 확연히 줄었다. 많은 비가 오랫동안 내리면서 연중 흙탕물에다가 보의 수문이 열려 있는 기간이 길어지자 녹조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었다.
 

 

                                  ▲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그러나 영주댐은 그 많은 비와 태풍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심각한 녹조가 계속 지속됐다. 심지어 장마 기간에도 녹색의 녹조 댐의 위용은 여전했다. 상류에선 흙탕물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댐은 여전히 녹색으로 뒤덮여 버렸던 것이다.

영주댐으로 인해 망가지는 우리 하천의 원형 내성천

영주댐으로 인한 부작용은 더 있다.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내성천의 생태계와 경관을 망쳐버린 것이다.
 

 

  영주댐 건설 전의 일반적인 내성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선몽대 상류 내성천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위 사진과 거의 같은 장소인데 영주댐이 들어서고 난 뒤 이렇게 변해버렸다. 모래톱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풀과 나무가 차지했다.

   

 

 

모래톱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자, 모래강 내성천은 사라지고 습지화된 그저그런 평범한 강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누대로 보전하자"고 외치는 환경단체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배경이다.

내성천은 4대강사업 때문에 방한한 외국의 하천학 석학들조차 감탄을 연발케했던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영주댐으로 물과 모래가 끊어지면서, 댐의 하류 내성천은 심각한 모래 결핍에 시달리게 되었다. 있던 모래가 하류로 급격히 쓸려내려가면서 내성천 전체가 습지화돼버린 것이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한 지자체들은 최근에서야 내성천 모래톱에 심각하게 자라난 풀과 나무를 제거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모래톱 구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족지혈로 그 많은 구간의 모든 풀과 나무를 제거할 수는 없으니 무섬마을이나 선몽대 그리고 회룡포 같은 국가문화재나 명승지 위주로 관리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관리한 무섬마을과 선몽대 그리고 회룡포를 보면서 모래강 내성천의 맛을 그나마 느껴보는 것이다. 관리가 사라지면 이들 또한 모래강 원형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돼 명승지로서의 가치조차 사라질 판이다.
 

   
22일 '건약' 집행부 기획팀으로부터 오랫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의 변화상을 지켜봐 온 필자가 초청돼 이런 저간의 사정들을 들려줄 수 있었던 배경도 그동안의 강의 변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고 기록해 온 힘 때문이었다.

그 '기록의 힘'으로 이날 무섬마을 전통한옥수련원에서 이들 건약 회원들과 만나 낙동강 녹조라떼에서부터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처절한 망가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건약 회원들은 미리 준비해 온 골판지를 꺼내더니 그 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강연에서 들었던 바를 토대로 피켓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강연 후기를 짧은 구호들로 재구성해낸 것이다.
    

이들 골판지 피켓들을 들고서 무섬마을 떠나 영주댐으로 향했다. 영주댐이 내려다보이는 영주댐물문화관 전망대에 올라 "영주댐을 해체하라!" "낙동강을 살려내라!"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행사 후기 그리고 행동하기

이렇게 공식 행사를 마치고,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이날 듣고 느꼈던 바를 짧은 글로 압축한 소중한 후기를 전해왔다.

건약 부대표 박미란 약사는 다음과 같이 뒷날을 기약하는 듯한 강인한 후기를 남겼다.

"영주댐 가는 길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여럿을 보았습니다. 댐 바로 아래 녹조가 짙은 강에서요. 무섬마을을 어슬렁거리다가 여행객과 무섬마을 해설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행객이 '모래가 너무 많다'고 하니, 해설사가 '예, 모래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더라고요. 아직 사람들은 내성천과 영주댐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듯합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듣고서야 누군가에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전할 정도 되었으니까요. 알게 되었으니 일을 바로잡을 기회를 엿보아야겠지요. 일을 저질러 놓은 무리와 수습할 생각이 하나도 없는 무리를 그냥 둘 수는 없잖아요. 우리 '건약'이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대구경북건약 지부장 오승희 약사는 다음과 같은 시적인 후기를 전해왔다.

"잘 다녀왔습니다. 경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무리한 4대강사업의 일환인 영주댐 건설, 영풍제련소 운영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감입곡류 하천인 내성천의 자연정화가 무너지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개발과 편리가 가져다준 모순들. 맑은 하천에 드리운 녹조. 아름다운 모래지만 불쾌한 냄새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섬마을과 내성천은 아름다웠습니다. 행복한 감상과 앞으로의 결의가 공존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남 해남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염채언 약사도 '시민으로서의 행동'을 주문하는 소중한 후기를 보내왔다.

"환경, 정치, 사회 심지어 전쟁까지. 소수가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포기하고 일상에 매몰되어 건약 회원이라고 하기도 부끄럽게 살고 있습니다. 바위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되어 사는 사람 앞에 더욱 부끄러운데 쥐꼬리만한 후원금에 감사하답니다. 정작 감사할 사람은 저인데. 두루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사님께 건의한다면 그런 강연 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시고, 요구하시면 좋겠어요. '영주시청 민원 전화하기' 같은."
 

 

 

정수근(grreview30)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오가면서 이 강들의 변화상을 관찰하고 기록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