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물 관련

같은 시대 다른 삶 : 신채호 & 최남선, 마틴 루터 킹 & 말콤 X

道雨 2022. 12. 15. 12:20

같은 시대 다른 삶을 살다 간 사람들…

 

 

신채호 & 최남선…마틴 루터 킹 & 말콤 X

 

 

 

역사에 나타난 인물 중 참 대조적인 인물이 많다.

 

신채호와 최남선… 이들은 신숙주와 최영의 후손이다.

 

신숙주는 세종 때 성삼문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세조의 각별한 지우를 얻어 병조판서로 지냈지만 변절자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아 있다.

난세가 부른 영웅 최영장군은 고려 말 왜구와 홍건적의 침입을 격퇴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공민왕을 시해하려던 흥왕사의 난, 최유의 모반 등을 평정하기도 하고, 요동 정벌에 나섰으나 이성계 일파의 위화도회군으로 참수를 당한 고려의 충신이다.

 

충신과 역사는 시대가 만드는 것일까?

이들의 후손 신채호와 최남선은 반대의 삶을 살다 떠났다.

 

 

                              <만화가 안중걸(46)씨가 그린 대비되는 인물 신채호와 최남선. 출처 : 한겨레신문>

 

 

 

같은 시대 다른 삶은 살다 간 사람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게 아니다.

근대 초기의 종교개혁자. 프로테스탄티즘의 창시자요, 비텐베르크 대학 교수였던 ‘마틴 루터 킹’과, 급진적 종교개혁운동가로 알려진 농민들의 봉기를 주도한 ‘토마스 뮌쩌’라는 인물도 대조적이다.

 

같은 흑인해방운동가로 알려진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이 그렇다. 한 사람의 흑인운동의 아버지로 지금도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지만, 말콤 엑스는 과격한 폭력주의자로 역사에 기록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마틴 루터 킹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태어났지만, 나름대로 유복하고 교육받은 집안에서 자란 인물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받은 차별 등으로 인해, 목사가 된 이후 흑인들을 위한 인권운동을 시작했으며, 앨라배마에서 버스 안에서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백인 남성을 위해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다.

이에 5만 명이 넘는 앨라배마의 흑인들이 호응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거나 차가 있는 흑인들은 카풀을 했다.

이러한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마틴 루터 킹과 다른 삶을 살다 간 말콤 X>

 

말콤 X는 미국의 급진파 흑인 해방운동가로, 본명은 본명 맬컴 리틀(Malcolm Little)이다.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 출생으로 블랙모슬렘의 지도자였으나, 이 파의 분리주의의 목표나 정치·시민 운동의 부정 등이 불만스러워, 1963년 이 파를 떠나 직접적 행동방식을 택하는 블랙 내셔널 리스트운동으로 나섰다.

 

간디의 비폭력 평화주의에 영향을 받은 킹목사가 민권운동에 주력하는 온건 노선을 펼쳤다면, 흑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이 더 강했던 맬컴 엑스는 열정적 행동주의로 기울었다.

 

킹목사의 종교적 배경이 미국 주류 사회의 개신교였던데 반해, 말콤 엑스의 종교적 배경이 이슬람교였던 것도 다르다. 그러나 말콤 엑스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끊임없는 반성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경신했고, 그래서 그의 급진적 흑인해방운동은 킹목사의 민권운동과 공유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맬컴 엑스가 흑인해방 운동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것은 블랙 모슬렘을 이끌면서다. 이슬람교에 바탕을 두고 흑인해방운동을 펼친 이 단체는 분리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곧 흑은 흑이고 백은 백이라는 신념 아래, 흑인과 백인 사이의 통합을 부정하며, 백인사회에서 독립된 흑인만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이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자의 질문에 말콤 엑스는 “응당 일어날 일(chickens coming home to roost)이었다.”고 답했다. 말콤 엑스다운 답변이다.

 

말콤 엑스는 생전 소수 지지자들로부터는 열광적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주류는 물론 흑인 다수로부터도 경원시 됐다. 그의 사망으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흑인과 백인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거나, 모든 백인은 악마일 뿐이고 따라서 흑인들은 백인에 대해 비타협적 투쟁을 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무력 투쟁을 동원하자, ‘백인 종교’ 기독교를 버리고 이슬람에 귀의하자, 흑인들만의 나라를 세우자(분리주의)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이는 없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

 

 

 

말콤 엑스 역시 블랙모슬렘 시절에는 이런 분리주의로 기울었으나, 이들 단체를 탈퇴하고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민권운동의 여러 흐름과 협력을 모색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통일기구를 만들었다.

 

말콤 엑스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생각이 어떠했든, 그의 암살 이후 그의 이름에서 자양분을 얻은 블랙파워 운동들은 강한 행동주의를 표방했다. 그가 암살된 해에 결성된 검은 표범당의 게릴라활동 같은 것이 한 예다. 미국 흑인들이“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자의식을 얻게 된 것은 말콤 엑스의 덕분이 아닐까?

 

사상가(마틴 루터 킹)와 혁명가(말콤 엑스)의 차이. 같은 시대 다른 삶을 살다 간 두 사람… 그래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을까?

역사는 반드시 진실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시대와 권력에 타협하고 인류에 공을 남긴 사람이 승자일까, 아니면 모순과 타협하지 않고 맞서 죽음도 불사하고 살다간 사람이 승자일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념도 철학도 없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비굴하게 사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현실에는, 이들 혁명가들의 삶은 선망의 대상으로 박제화된 역사의 기록으로 만족해야 할까?

 

 

 

[ 김용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