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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구속영장', 이제 언론이 말할 때다

道雨 2022. 12. 29. 11:02

'더탐사 구속영장', 이제 언론이 말할 때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남의 일 보듯 할 일인가

더탐사 서자 취급, 언론 자신에게 부메랑 될 것

 

 

 

시민언론 더탐사의 공동대표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확인되지 않으나, 여러 건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에 비춰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취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의 보편적인 취재 방식인 공인의 주거지 등을 찾아가는 활동을 문제 삼아, 결국 구속영장 청구까지 한 것이다.

이제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의 손에 달렸다. 지난 10일 더탐사의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 취재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취재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스토킹 행위 또는 스토킹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에 앞서 먼저 말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법원에 앞서 언론이 먼저 말할 때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 더탐사는 지금 있어도 없는 언론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언론이다. 더탐사가 밝혀내고 제기하는 사실은 있어도 없는 사실로 취급되고 있다.

이는 사실에 대한 외면이며, 동료 언론인에 대한 외면이며, 시민에 대한 외면이다. 결국 언론 자신에 대한 외면이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이 함께한 것으로 의심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한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했지만, 정작 두 달이 넘도록 술자리가 있었던 7월 19일의 알리바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의 목격자인 첼리스트가 “윤석열 한동훈이 두려워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술자리가 이뤄진 곳이 경찰이 지목한 데가 아니라 연예인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논현동 소재 룸바로 의심되는 정황 증거들도 포착해 후속 취재를 이어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와 사실상 서열 2위로 불리는 인물이 특수관계인들과 있어서는 안 되는 모임을 가졌다는 중대한 의혹, 상당한 근거를 갖춘 의혹의 제기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로 불리는 이 의혹 제기에 대해, 한국 언론은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한결같이 무시하고 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맹렬하게 달려들 만한 사안이지만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의혹 제기에는 침묵하는 언론이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발언은 충실하게 보도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의 원인은 빠진 채 결과만 있는 격이다. 줄기는 빠진 채 가지만 있는 셈이다.

더탐사는 언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가. 자신들은 적자(嫡子)이며 더탐사와 같은 미디어는 서자(庶子)로 취급하는 것인가. 아니 서자에도 끼워 줄 수 없다는 것인가.

 

* 12월 7일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하자, 이를 시민들이 막고 나서 대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언론계가 한사코 무시하지만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더탐사 별내 스튜디오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과 기동대가 대규모로 들이닥치자, 몰려든 시민들이 지키고 나선 것이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언론에 동료 의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과 적대감이 워낙 노골적인 탓인지 언론계가 모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동료 의식은 ‘적서(嫡庶)’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지난 11월 21일 ”대통령실은 기자들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MBC에 당장 사과하라“라는 성명에서, 도어스테핑 중단과 MBC에 대한 압박을 규탄했다. 이 성명에서 기자협회는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가하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언론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여기서 ‘일부’라고 표현된 그 일부에 더탐사와 같은 주변부 신생 매체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더탐사라는 이름을 그대로 불러줄 수 없어 ‘일부’ 언론으로 사실상 익명으로 부른 것인가. 한국의 언론에 더탐사와 같은 주변부 신생 매체는 언론 밖에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탐사 50만 구독자의 '더탐사 언론'에 대한 지지와 성원에 대해선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기자협회의 회원이 아니어선가.

그러나 기자협회의 강령과 정관은 회원의 권익 이전에 ‘언론자유 수호’를 내세우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의 5대 강령도 그 첫 번째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천명하고 있다. 회원이니 조합원이니가 보호하고 수호할 자격 요건이 아닌 것이며, 바로 그로부터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를 내세우는 단체로서의 정당성과 권위가 부여되는 것이다.

지난 11월과 이달에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원로 중견 언론인들 중심으로 결성된 바른언론실천연대는, 참언론상과 제1회 '바른언론상'을 더탐사의 박대용 기자와 강진구 기자에게 주었다. 더탐사의 언론활동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더탐사는 변방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탐사가 지난 8월부터 14차례의 압수수색이라는, 현대 한국 언론사에서 전례 없는 ‘수난’을 겪는 동안, 한국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무장관 자택 무단 침입’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한국언론은 남의 일 보듯 아무런 말이 없다.

 

* 지난 7일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절단기를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 문을 따는 모습..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나 한국 언론이 더탐사의 문을 따는 절단기와 드릴 소리를 듣지 않고, “고통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무시무시한 발언을 듣지 않으려 할 때, 그 절단기는 언젠가 자신들을 향해 올지 모른다. ‘고통’은 자신들을 겨눌게 될지 모른다.

한국의 언론이 지금 말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더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을 위해서인 것이다.

한국 언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 말할 때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모든 콘텐츠는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명재 에디터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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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