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교육, 문화계 관련

더 강해진 '뉴스공장 2' 나온다…"탄압의 끝은 새 매체의 탄생"

道雨 2022. 12. 31. 11:24

더 강해진 '뉴스공장 2' 나온다…"탄압의 끝은 새 매체의 탄생"

 

새해 초 기존 포맷 그대로 살려 '시즌 2' 시작 예고

2016년 출범, 2018년 이래 21분기째 시청률 1위

서울시의회 TBS 지원금 폐지 조례로 30일 문 닫아

오세훈 막후 조종, 다수당 국힘 의원들 완력 강행

기울어진 언론 지형 바로잡는 '평형수' 역할 해 와

 

 

                               * '김어준의 뉴스공장' 소개 이미지. TBS 홈페이지 캡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30일 공개방송을 끝으로 공장 문을 닫는다. 일종의 사업주에 의한 직장폐쇄다. 공장장은 김어준, 소속은 서울특별시미디어재단(TBS)이란 독립법인이지만, 실제로 그 지배주주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는 서울시장, 서울시의회다. 재단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의 70%(약 350억 원)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서울시의회가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고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 ‘뉴스공장’ 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직장폐쇄다.

누구도 이것이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조례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마저도 TBS의 상당수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적이고 공정성을 상실했다”면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꼽았다.

오세훈 시장이 ‘뉴스공장’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며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거가 잘 된(?) 덕분에 새롭게 공장 소유주가 된 이들이 ‘뉴스공장’ 제품이 마음에 안 들어 공장문을 닫은 것이 명백하다.



기상천외한 수단 동원한 명백한 언론탄압

원래 권력자가 마음에 안 드는 보도 프로그램을 없애는 방법

 

1. 경영진이나 간부를 통해, 혹은 댓글부대를 동원해 간접적인 압력을 가한다

2.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직접 압박을 가한다(설득 회유 공갈 협박 압수수색 구속영장)

3. 진행자를 교체하도록 한다(2011년 MBC라디오에서 김미화 하차, 2013년 ‘시선집중’에서 손석희 앵커 퇴출)

4. 편성을 바꾸어 프로그램 자체를 없앤다

5. 광고를 못 하게 한다

 

등 여러 단계가 있으나, 이번에는 회사 자체의 운영이 불가능할 만큼 지원을 끊어 버리는 고단위 수단을 동원했다. ‘뉴스공장’ 외에도 TBS의 다른 못마땅한 프로그램들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뉴스공장’이 제 할 일을 못해서라든가, 예산 낭비하는 불량 프로그램이라든가 등의 폐쇄 이유는 가당치 않다. ‘뉴스공장’은 서울시의 어떤 다른 사업보다도 훨씬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6년 9월 26일 출범한 후, 2018년 2월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라디오 청취율 시사 부문 1위, 종합 공동 1위(11.6%)에 올랐고, 같은 해 4월에 실시한 2라운드 조사 결과 단독 1위(12.8%)에 오른 이래 지금까지 21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2022년 청취율은 1라운드 14.3%, 2라운드 14.7%, 3라운드 13.9%를 기록했다.

교통방송이 왜 시사 프로그램을 하느냐는 시비도 오래 전 결론이 났다. 아예 방송국을 없애면 없앴지 인공위성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일기예보가 각 개인에게 시시각각 전달되는 시대에 무슨 아날로그 교통방송을 계속하는가.

핵심은 편파성 논란이다.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에 비판적인 이들은 거의 공통으로 ‘뉴스공장’이 강성 민주당원 혹은 친문 지지자들의 방송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도 한 잡지 기고문에서 “김어준은 부정확한 사실과 무리한 해석 등으로 사실상 친문 지지자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에 충실했다”고 주장했다. ‘뉴스공장’은 너무 편파적이어서 이를 없애는 것은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그러면서 ‘멀쩡했던 TBS를 김어준 씨가 고사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라고 비난할 정도다.

‘편파적’이면 없애도 되는가의 문제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파적인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정권의 탄압을 자초했다는 주장의 허실을 살필 필요가 있다.

‘뉴스공장’에 대한 이런 공격은 언론이 본래 갖고 있는 편향성을 무시하거나 감춘 채, ‘중립’이라는 편리한 프레임에 갇혀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게으르고 비겁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반박이다. 언론 현장에서는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편향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뉴스, 부실한 취재, 억지 혹은 엉성한 논리를 갖다 쓰는 것이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평형수’를 ‘편파수’라 하는 편파적 비판”

김성재 언론진흥재단 이사는 “우리 국민들이 언론의 ‘편향성’ 때문에 뉴스를 신뢰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극단적 언론들이 자신의 편향성을 강화하기 위해 가짜뉴스, 부실취재, 억지 논리를 제시하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시민들이 진보매체를 비판하는 이유 역시 진보매체의 편향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편향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갇혀 무책임한 기계적 중립이나 양비양시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시민은 언론에 대해 ‘옳고 그름(是非)’의 중간에 서지도 말고, 기득권 세력과 시민들의 중간에 서지도 말고, 시민의 입장에 더 가까이 서서 보도하고 옳은 쪽으로 편향되게 논평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뉴스공장’을 편향적인 ‘친 민주당 매체’로 규정하고 그러니까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친 국민의힘 매체’ 혹은 ‘친 정부 매체’는 괜찮다는 주장의 다른 표현일 뿐이며 “‘뉴스공장’이 편파적이어서 폐지되어야 한다면 ‘TV조선’ ‘채널A’는 어찌해야 하나?”고 반문한다.

TBS 사장으로 재직할 때 김어준 씨를 스카웃해 ‘뉴스공장’ 신설 여건을 만들었던 정찬형 전 YTN 사장은 “‘뉴스공장’은 방송법과 선거법, 방송심의규정 등 합의된 규칙 안에서 이루어졌다. 편파적이면 심의제도, 피해구제절차를 통해 해결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뉴스공장’은 심의규정 위반으로 ‘진행자 출연정지‘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뉴스공장‘은 박근혜 정부 때, 작심하고 권력의 비리를 드러내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지상파 유일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뉴스공장‘은 우리 언론의 부족한 지점을 정확히 치고 들어가 보완하는 역할, 결핍을 채워 넣는 역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해왔다. 배가 기울어질 때 균형 잡아주는 평형수인 셈인데, 이룰 편파수라 매도하고, ’그 평형수 쏟아 내버리라‘고 고함치다니, 고약하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문제는 다른 거의 모든 언론의 침묵이다. 언론계에는 누군가 언론자유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힘 뭉쳐 싸우는 빛나는 전통이 있는데, ’뉴스공장‘ 폐쇄에는 침묵할 뿐 아니라 오히려 탄압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TBS의 지금 상황에 대해 김어준 씨가 ‘뉴스공장’을 통해 특정 정당, 특히 야권을 옹호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예산 지원 중단은 당연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비친다. 언론의 지극히 반언론적인 태도다.



언론을 언론으로 부르지 못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아집

거의 모든 레거시 미디어가 ‘뉴스공장’ 사태를 외면하는 것을 넘어 탄압을 두둔하는 자세를 보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작동하는 듯하다.

 

우선 성가신 언론 하나를 없애버리는 후련함이다. 대한민국 언론의 성분을 자세히 분석할 방법도 없고 시도하는 학자도 없지만, 일단 유시민 작가가 심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따르면, 90%가 노골적인 친윤, 친정부 보수매체다. 이들이 대표적 진보매체 ‘뉴스공장’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지라도, 문제는 이른바 같은 진보진영에 속한 매체의 기자들도 ‘뉴스공장’을 꺼리는 듯한 느낌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자기는 못하는 것에 대한 시샘, 부끄러움 등 부정적 감정들을 김어준의 시각, 태도, 보도의 방법에 대한 시비로 가리고, 결국 ‘뉴스공장’ 폐쇄를 반기기까지 하는 단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나중에 TBS가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되면 ‘뉴스공장’을 앞세워 광고시장을 잠식할까 봐 기존 매체들이 방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런 고급진 분석은 그야말로 사치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이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번 사태를 심각한 언론탄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사회는 대단히 폐쇄적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언론고시를 보고 큰 언론사에 입사해, 선배들로부터 도제식 훈련을 받고, 한 출입처에서 함께 부대낀 경험이 있는 동료들만 기자로, 언론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심지어 대형 방송사에서 시사를 다루는 PD, 아나운서까지도 언론인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린다.

이런 마인드가 국민 일반으로부터 (활동하지도 않는) 손석희 씨에 이어 영향력 2위 언론인, 그러므로 활동 언론인 중 단연 영향력 1위로 꼽히는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보지 않고, 그의 취재와 보도행위를 언론이 아닌 그저 별종의 뉴스쇼 정도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어준이야말로 가장 유능한 기자이며 방송인이며 언론인이다. 그가 가동하는 ‘뉴스공장’은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안보에서부터 음악 영화 스포츠 패션에 이르기까지 꽤 다채로우며, 최고로 높은 질의 제품들을 생산한다.

그를 공장장이 아닌 요리사에 비유하자면, 돈 많은 고객들에게 기름진 음식을 제공하는 호텔이나 대형식당이 아니고, 대충 만든 대중음식을 파는 싸구려 식당도 아닌, (민주시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촛불시민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맛과 건강을 찾는 특별한 고객들에게 ‘특선요리’를 제공하는 맛집의 천재급 주방장이다.

오늘의 추천메뉴를 결정함에 있어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분석능력을 총동원하고 가장 신선한 재료를 찾는다. 재료의 특성을 살릴 뿐 아니라, 자기만 가지고 있는 노하우로 재료의 숨은 맛까지 찾아내 속속들이 빼냄으로써, 손님의 입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겨주는 셰프인 것이다.

그의 식당에는 무엇보다 충성스럽고 유능한 보조 요리사(작가 기자 등 스태프)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 같다.

 

 

독점이나 탄압의 끝은 새로운 매체의 탄생

이 보조 요리사들이 대부분 김어준 씨와 함께 TBS를 나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 SNS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뉴스공장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김어준 씨는 28일 “뉴스공장은 계속된다. 기대하셔도 된다. 1월 9일 오전 7시 5분, 서울 충정로에 마련된 벙커원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다”면서 “기존 스태프와 외부 고정 출연진 대부분은 계속해서 함께 하기로 했으며, 첫날 프로그램에 유시민 전 장관이 출연하기로 확정했다. 그 외 다른 분들도 열심히 섭외 중이다”고 밝혔다.

만일 기성언론이 광고시장이 잠식당할까 봐 ‘뉴스공장’ 폐지를 방관했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다. TBS가 언제 ‘뉴스공장’을 앞세우고 광고 영업을 시작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이젠 ‘뉴스공장 시즌2’야말로 현실적으로 광고시장의 강자로 등장할 판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언론학자 해롤드 이니스는 “모든 미디어는 독점의 경향이 있다. 그때마다 새로운 차원의 미디어가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독점뿐 아니라 탄압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미디어는 탄압당하기 마련이다. 없어지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모든 콘텐츠는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강기석 에디터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