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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뉴라이트 망령…윤 정부 교육과정 '5·18' 삭제

道雨 2023. 1. 5. 10:50

되살아나는 뉴라이트 망령…윤 정부 교육과정 '5·18' 삭제

 

 

잊을만 하면 고개 드는 수구보수정권 역사 편향

5·18 헌법 수록한다더니 기념사에도 거론 안 해

이주호 교육부장관, 뉴라이트 역사관 파문 되풀이

MB 정권서도 5·18 삭제…이번엔 제주 4·3도 삭제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이념 논쟁만 증폭시켜

野 "민주주의 후퇴"…대통령실 "문 정부 때 바뀌어"

 

 

 

출범 이후 줄곧 수구극우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를 제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주화 운동 역사 교육이 축소되고, 과거 '뉴라이트 역사관'이 재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제 식민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편향된 역사관이 교육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교육과정 의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 개정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을 통째로 삭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 개정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은 성취 기준에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라고만 기술했고,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만 명시했다.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4·19 혁명, 6월 민주항쟁과 나란히 5·18 민주화운동을 기술했지만, 이를 전면 삭제한 것이다.

또 5·18 민주화운동은 2015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부터 성취기준에 4·19혁명, 6월 민주항쟁과 함께 들어갔지만, 2022 개정에서는 삭제됐다. 고등학교 한국사2 영역 교육과정 역시 성취기준 해설에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독재 정치에 대응한 국민적 저항과 관련된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도록 설정하였다'고만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하지 않았다.

 

*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고시한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사회과 공통과목 한국사2. 5·18 민주화 운동 표현이 빠져 있다. 2023.1.4.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2022 개정 교육과정 캡처.

 

 

 

교육부는 5·18 민주화 운동 삭제가 논란이 되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교과에서 (교과서 개발 자율성을 위해) '학습 요소' 항목이 생략됨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했다"며 "생략된 '학습 요소'가 교과서에 서술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심의 눈길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교육과정 개정은 윤석열 정부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또다른 '이중성'을 보여주는 모습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사에서 이를 거론조차 하지 않으면서, 오월 단체와 광주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던 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뉴라이트' 역사관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중도사퇴)에서 예비후보로 출마해 "더 이상 좌파 이념 편향 교육을 못 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공약 자료를 냈다.

그는 당시 공약 자료에서 "전교조는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면서 "1919년 4월 미국에서 서재필, 이승만 등 주도로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을 준비하기 위해 열린 '1차 한인 대표자회의' 등은 건국을 위한 역사적 사건으로 교육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좌파적 시각에서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임시정부는 국민의 대표성을 충족하지 않은 채 구성된 임시기구임을 분명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이 장관의 역사 편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당시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독재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담은 '5·16 군사정변' '전두환 신군부 정권' 등의 용어를 삭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랬던 이 장관이 또다시 교육부 수장에 오르면서, 철 지난 역사 교육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아울러 이 장관은 2011년 '민주주의' 문구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등, 개정 교육과정 고시 과정에서 뉴라이트 관점을 반영했는데,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면서 다시 한번 이념 논란을 증폭시켰다. 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주 4·3을 학습요소와 성취기준에서 제외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용어 삭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5명과 정의당 강은미·류호정 의원,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58명은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교육과정에서 삭제된 건,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이 정권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이야기한 인사를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일이 있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학교에서 5·18을 지우려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월 정신이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헌법정신 그 자체(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사)'라고 한 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라며 "역사를 부정하는 정권은 혹독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5·18 지우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22년 개정 교육 과정에서 학습요소 항목이 생략되면서 5·18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모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의 서술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에 구성된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도 이런 취지에서 구체적 역사적 사건 서술을 축소했고, 그래서 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전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국민의힘도 이에 맞춰 5·18민주화운동 용어 삭제에 대해 민주당이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생략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기에 결정됐다"며 "문재인 정부 때 개발을 시작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대강화, 간략화 기조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는 문자 그대로 '생략'일뿐, 문재인 정부의 국정교과서 개정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며 추진했던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기하고, 교과서 발행 체제를 다시 검정제로 환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략된 것과 현 정부의 생략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정 역사 교과서는 수구보수진영과 뉴라이트 계열 학자 일부를 제외한 촛불시민 대다수의 비판을 받았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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