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정계 진출을 위한 대기실인가?
언론사들은 ‘정론직필’ 가면 벗어라
언론은 국가의 3권을 감시하고 남용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언론을 제4의 권력 이라고도 한다.
방송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정계로 진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년 전에만 해도 당시 이명박 대선 캠프에 40여명, 정동영 캠프에 10여명, 문국현 캠프에 5명 등이 참여했다.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언론인은 조선일보 5명, 월간조선 1명, 중앙일보 3명, 동아일보 4명, 경향신문 4명, SBS 8명, KBS 3명 등 40여명이나 된다.
* 사진 출처 : 뉴스타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언론인 정계진출’에 대한 논평을 보면, 동아일보에서 경제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으로 활동해 오다 정년퇴직을 한 이규민씨는, 언론인으로서 재직 당시 정계진출을 위해 노골적이고 편파적으로 정치 지향성을 드러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본연의 의무를 숨기고, 언론매체를 이용한 특정 후보 줄서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규민씨는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 7월 23일, <우리에게 至上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칼럼에서 어떤 경제대통령을 원하는가를 논하며,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만을 당선 대상자로 꼽았고, <‘검증의 칼’보다 더 필요한 것>에서도 “우리는 5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편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 ‘이규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규민 예비후보는 동아일보의 명칼럼을 통해서 한나라당과 저를 적극 지원해 주셨습니다. 또한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으로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애 많이 쓰신 분입니다”라는, 이명박 당선인의 글이 남겨져 있다.
신문과 방송은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한다. 또한 세상 사람을 깨우쳐 바르게 인도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민중의 목탁(木鐸)이라고도 한다.
주관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정신으로 본연의 책무를 감당해야 할 언론이, 신발을 바꿔 신기 위해 야심을 가진다면 ‘정론직필(正論直筆)’을 할 수 있을까?
언론인 중에는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를 하다 대통령 후보까지 진출(?)했던 정동영같은 사람도 있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박영선, 신경민, 박성범,..등은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지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때부터였을까? 우리 사회에서 ‘기레기’라는 은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기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신문 중에는 국민주로 창간한 한겨레신문이나 <약자의힘>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출범한 신문이 있다. 사주가 없이 국민주를 모집해 만든 신문이 그렇다. 덕분에 빨갱이라는 닉네임이 붙었지만,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권익위원회’까지 만들어 스스로 비판하며 당당하게 기사를 쓰는 신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선일보같은 신문조차 ‘불편부당, 정의 옹호’라는 사시를 내걸고, ‘공정보도’니, ‘정론직필’ 운운하고 있다. 두리뭉실하게 보수니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진보로 분류된 언론도 알고 보면 보수적이다.
언론인은 약자를 보호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정계 진출을 꿈꾸는 언론인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순진한 우리 국민들은 언론은 진실만을 보도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런 신문사가 “신문 읽으면 똑똑해진다”면서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을 하고 있다. 말로는 신문활용교육 운운하고 있지만, 균형 잡힌 비판의식 교육이 아니라, 신문사의 이해관계나 신문사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주입시키고 있다. 유권자들이 비판의식을 갖거나 똑똑해지면 불리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인기에 영합해 철새처럼 정계나 정당으로 휘젓고 다니는 언론인은, 언론인도 정치인도 아닌 정치 모리배들에 가깝다. 그들이 언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정당’이나,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은 지금이라도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공정을 가장한 언론인이 정계로… 진보의 가면을 쓴 정치인이 보수와 진보로 넘나드는 철새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자기기만이다.
빨갱이라고 매도당하지만 <약자의 힘>이라고 당당하게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가?
왜 노동자, 농민, 노인, 장애인의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고 사회당 간판을 내걸지 못하는가?
‘정론직필’의 가면을 쓴 언론인 그리고 보수의 가면을 쓴 정치인은 이제 부끄러운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
[ 김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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