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가조작 판결문에 64차례나 적시된 ‘김건희·최은순’
주가조작에 김건희 계좌 동원 법원 첫 인정..."최은순 계좌는 도이치 권오수 차명계좌"
김건희 모녀 계좌만 1·2차 시세조종에 유일하게 동원된 것으로 판단
尹 해명과 배치...허위사실 공표로 ‘소환조사·특검’ 요구 더 커질 듯
경제 전문가들 "주가조작 반체제 범죄, 김건희, 억울하면 특검받아야"
유죄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시세조종 '선수'들의 법원 1심 판결문에 김건희씨와 최은순씨 모녀의 실명이 무려 64차례나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친 시세조종에 동원된 수백 개의 계좌 가운데, 1·2차 주가조작 시기에 모두 등장한 계좌는 김건희씨 모녀의 것이 유일하다고 판단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주가조작 주범인 권 전 회장과 선수 일당의 '시세조종 2단계(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범행 시기에 총 24건의 의심거래 중 18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단계' 범행에서 김건희씨 계좌가 7차례, 최은순씨 계좌가 1차례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는 다른 ‘전주’들에 비해 유독 김건희씨 계좌가 시세조종에 계속 연루된 혐의도 나타났다. 재판부는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인데, 김건희는 2단계 이후에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권오수를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최은순 명의 계좌는 권오수가 차명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1심 재판부의 판단은, 1차 시기 이후 공범들과의 고리가 끊겼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해명과 배치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김건희씨 측은 줄곧 2차 주가조작에 계좌가 사용된 사실을 부인해왔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사실을 SNS로 공유하고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로 비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씨가 '2010년 (1단계 선수인) 이씨에게 4개월간 위탁관리를 맡겼지만 손실이 나 돈을 뺏고 절연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저희 집사람은 거기서 안되겠다 해서 돈을 빼고 그사람하고는 절연을 했다"라며, 주가조작 범행 시기를 2011~2012년으로 특정하며 그때는 주식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건희씨 계좌를 통해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통정·가장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판결문에 담기면서,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와 함께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와 특검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문 공개에서 주가조작 일당을 통해 김건희씨 계좌가 범행에 동원됐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아울러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와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민주당의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김건희 특검'을 '국민 특검'으로 규정하고, 특검 추진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단 한번도 김건희씨를 소환하지 않은 검찰과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정 수사' 목소리 요구가 거세지면서,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될 때 김건희씨가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도 주가조작을 반체제 범죄로 보고, 양형 사유에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보고 봐준다는 법원의 판결에는 말이 안된다고 밝히면서, 김건희씨가 억울하면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3일 저녁 신장식 변호사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사실 주가조작이라든지 분식회계도 사실 포함된 이런 범죄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반체제적인, 반체제 범죄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법원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실 때도 굉장히 관대하게 늘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시장이라는 게 작동할 수가 없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 같은 경우는 특검을 통해서 사실 이 부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만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고, 정말 억울하면 그걸 통해서 명예를 회복하라"고 덧붙였다.
김윤경 경제전문기자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한국이 유독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강조했다. "주가조작은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그냥 해선 안 되는 범죄"라며 "미국은 주가조작으로 구속 24년형이지만, 한국은 집행 유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실패한 주가조작이라는 게 어불성설이다. 말이 안된다"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여기는 부당이익도 전액을 몰수할 수가 있다. 또 민사제재금도 부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근데 우리 금융당국은 그런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 정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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