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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1년] 자유 빼앗기고, 스스로 애완견 된 언론

道雨 2023. 5. 9. 12:09

[윤석열 1년] 자유 빼앗기고, 스스로 애완견 된 언론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언론분야

첫 번째 퇴행, 권위주의적 언론관으로 언론통제 시도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비판언론은 수십번 압수수색

방송장악 시도하고, 정부가 까짜뉴스 퇴치 나서기도

두 번째 퇴행, 비판·질문 않는 언론의 자발적 권력 순응

시민들 언론 불신·혐오 커지고, 해외서도 비판·조롱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행된 ‘퇴행’은 언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언론의 퇴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언론에 대한 몰이해와 시대착오적 권위주의 언론관에 기인한 폭력적 언론통제 정책이다. 윤 정부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비판언론에 대해 가차 없는 고소고발, 압수수색 등 법적 대응, 그리고 광고 중단 협박 등으로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 해왔다. 여론통제를 위해 <KBS><MBC><TBS><YTN> 등 방송에 대한 장악을 시도했다.

 

둘째, 언론 혹은 언론인 스스로가 힘센 권력에 순응하고 길들여짐으로써,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혐오는 더욱 커졌다. 시민들은 정부의 실정으로 민주주의 위기, 민생파탄, 굴욕외교, 안보불안을 걱정하는데, 언론은 비판보다는 침묵하거나 감싸기 보도에 열심이었다. 언론이 권력비판과 감시·견제라는 본래 역할을 다하지 않는 현실은, 권력의 퇴행보다 더욱 심각한 퇴행이다.

 

 

비판언론 압수수색·고소고발...“잘못 보이면 보복" 검찰독재 방식

 

윤 대통령이 취임식과 여러 정부 행사에서 ‘자유’를 수십 번 외쳤지만, 윤 정부는 정권의 자유만을 자유로 보고 언론이 이를 침범하거나 훼손할 경우 즉각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강력한 법적 대응’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것은, 과거 언론통제에 나섰던 다른 독재정부, 권위주의 정부와는 다른, ‘검찰 정권’의 특징이다.

 

윤 정부의 검찰식 언론통제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 지난해 대통령실의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였다.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윤 대통령이 욕설·비속어를 한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자, 이를 코미디같은 ‘날리면-바이든 논란’으로 덮어버리고, 이 보도를 한 여러 언론 중 <MBC>만을 골라 전용기 탑승 배제와 소송으로 치졸한 보복에 나섰다. ‘<MBC>처럼 정부에 잘못 보이면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공포를 퍼뜨려 언론을 통제하려 한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당시 역술인 천공의 개입에 관한 폭로를 보도한 <한국일보>,<뉴스토마토> 기자에 대한 고발도 같은 맥락이다.

김건희 씨 의혹·한동훈 장관 자택 취재를 이유로 한 수십 차례의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 압수수색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처음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 대표·기자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다.

윤 정부로부터 고발당한 기자는 “역린을 건드리면 가만 안두겠다는 시그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말하다’ 제목의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 시기 언론관리 정책은 검찰과 감찰, 사찰을 통한 언론 통제 시도란 점에서 권위주의 정권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법을 이용해 언론 및 정치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이는 법치에 대한 몰이해”라고 평가했다.

 

 

* 윤석열 정부의 기자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해 언론단체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KBS·MBC 감사에 방통위원장에도 구속영장...전방위적 방송장악 시도

 

언론계에서는 ‘윤 정부의 언론관이 MB정부와 닯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정부가 출범 직후 <KBS> <MBC> <YTN> 등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고, 종편허가를 통해 방송장악에 성공한 것처럼, 윤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KBS>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흔들어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해 <TV조선> 재허가 심사점수 ‘조작’을 주장하며, 방통위 직원, 심사위원장을 구속하고, 방통위원장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바 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권한을 쥐고 있는 방통위를 접수해 <KBS><MBC> 등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과 임원을 내려보내려는 의도였다.

 

감사원을 통해 <KBS>와 <MBC>에 갑자기 무리한 감사를 진행한 것도 같은 의도다.

공영방송이 정치후견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민주당이 제출해 본회의를 통과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YTN>의 경우 정부 보유 주식을 민간에게 넘겨 사영화하겠다는 카드를 내놓고 길들이기에 나선 상태다. 언론계에서는 이를 ‘언론장악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직접 장악하지는 않지만 친정부 성향의 민간기업에 넘겨 정부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수법이다.

윤 정부 비판에 앞장서던 <TBS> 김어준 뉴스프로는 예산삭감을 핑계로 이미 폐지됐다.

 

윤 정부의 이같은 전방위적이고 주도면밀한 방송장악 시도가 MB-박근혜 정부 시절의 향수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을 조종하고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MB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당시 방송계가 겪었던 파행, 혼란,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이는 위험천만한 시대 역행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 (방송 캡처)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고 직접 ‘가짜뉴스 퇴치’하겠다는 발상

 

윤 정부가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직접 ‘가짜뉴스 퇴치’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적인 발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와 국익을 깎아먹는다’고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여당과 친윤 매체들도 이에 호응해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는 우선 그 기준부터가 모호하기 때문에, 많은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이 명확한 규정이 먼저라고 지적하고 있다. 명확한 규정 없이 정부가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심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독재정권식 발상이다.

이미 윤 정부는 언론의 타당한 비판보도를 일방적, 자의적으로 ‘가짜뉴스’로 규정해놓고, 검찰을 동원해 칼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신고·상담센터가 만들어질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진흥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하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가짜뉴스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를 정부가 나서서 판별하고 심판하는 사례는 없다. 언론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윤 정부가 올해 이를 강행한다면, 스스로 독재정권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언론은 윤 정부 실정·김건희씨 의혹에 대해 비판 없는 온순한 양

 

윤 정부 1년간 나타난 언론의 퇴행에는, 언론 스스로의 잘못도 크다. 언론장악과 언론길들이기에 나선 정치권력·행정권력을 제대로 비판하기는커녕, 권력에 동조하고 아첨하는 언론 역시 퇴행적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 ‘권력자에게 질문하지 않는 기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와 저성장·저임금으로 민생파탄, 검찰의 무리하고 불공정한 수사·기소 남발, 대통령의 거짓말·말바꾸기·망언과 굴욕외교 등 각 분야의 실정과, 김건희 씨에 대한 범죄의혹 등, 윤 정부에 대한 불만과 의혹이 터져 나오는데도,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언론의 이런 태도를 ‘스스로 권력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잇따른 외교실언, 대일 굴욕외교, 성과 없는 방미 등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건희 씨와는 전용기 내에서 ‘셀카놀이’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언론이 권력에 길들여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윤 대통령의 방미·일 총리 회담 관련 찬양 일색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기자에 대한 멸칭이 늘고 있다.

 

언론 스스로 권력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비판은 언론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근 한국기자협회 주최 ‘윤석열 정부 1년 언론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MBC> 기자는 “권력이 언론에 ‘국익을 해치지 말라’고 하고, 기자들은 순응해 가는데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기내에서 김건희씨에게 '셀카'를 요청해 찍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시민 60% ‘언론자유 후퇴’...외신기자·해외 단체도 한국 언론자유 훼손 조롱

 

윤 정부 첫해에 벌어진 언론장악, 언론통제, 언론 길들이기 등 퇴행적 행태는 해외 언론인들로부터도 비판과 조롱을 샀다. 시민들의 언론자유 체감 조사결과는 물론, 국제 언론자유 조사기관,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도 이런 언론퇴행을 지적했다. 국가적 망신과 국격 추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MBC>기자 전용기 탑승배제 이후,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도 전용기 탑승에 기자를 배제한 사례는 없다”고 윤 정부의 행태를 조롱했고, <CNN>방송 기자도 “이것은 언론탑압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BBC> 소속으로 한국주재기자를 역임했던 로라 비커 기자도 “싫어하는 방송 취재진을 해외 순방에서 배제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말한 글로벌 이미지인가”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는 “참고로 북한이 자국을 방문하는 기자들에게 사용하는 논리를 살펴보라”며, 북한 정권과 비교하기도 했다.

 

 

*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반응을 기사화한 . 뉴스 화면 캡처

 

 

시민들이 느끼는 언론자유 수준도 1년 동안 크게 악화됐다. 올해 1월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 윤 정부 들어 이전 정부보다 ‘언론자유가 축소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44.4%였다. ‘언론자유가 확대됐다’는 답변의 두배 이상이었다. 2월 <뉴스토마토> 조사에서도 언론자유가 ‘후퇴했다’는 답변이 59.3%로, ‘나아졌다’는 답(31%)의 두배 정도였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지난 3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해 언론자유 47위 국가로 나타났다. 이전 정부에 비해 4~6위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윤 정부가 방송장악,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 등 언론통제의 시동만 걸었기 때문에 4~6위 하락에 그쳤지만, 올해부터 이런 일이 본격화하면 언론자유순위는 더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첫해 47위, 50위 수준이었다가, 방송장악과 언론인 구속 등 언론통제가 진행되자 69위, 70위로 폭락한 바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2022년 국가별 인권관행 보고서’에서는, <MBC>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와 여당의 수사요청,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국 정권의 ‘언론탄압’ 사례로 다루기도 했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