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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의혹' 만들고 키운 '주연배우' 최성해…허언 남발

道雨 2023. 6. 2. 13:16

'표창장 의혹' 만들고 키운 '주연배우' 최성해…허언 남발

 

 

 

단 4일 만에 압수수색→정경심 피의자 전환→기소

모든 주요 장면에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최성해

"조국이 거짓 증언 종용" 통화 녹음? 수없이 말 바꿔

최성해가 늘어놓은 표창장 주장들, 모조리 허위

'교육학 박사' 학력도 가짜…검찰·언론과 삼각 작전

 

 

* 8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연합뉴스와 만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표창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9.8. 연합뉴스

 

 

 

 

[조국 사태의 재구성] 18. 조국 ‘표창장 의혹’의 1인 다역 주연, 최성해

 

 

앞서 살펴본 ‘사모펀드’ 의혹의 경우 검찰과 언론들의 합작으로 기획, 진행된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검찰이 연출이라면, 언론들은 배우 역할을 했다.

그런데 ‘표창장 위조’ 의혹의 초기 국면에는 원톱 ‘주연배우’가 추가로 등장한다. 당시 동양대학교 총장이었던 최성해다.

2019년 9월 초 최성해는 불과 며칠 사이에 홀로 ‘표창장 의혹’을 잉태하고, 낳고, 거대 괴수로 성장시켰다. 단 4일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연이어 벌어졌던 동양대 압수수색, 정경심 교수 피의자 전환, 1차 기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장면에서, 최성해가 ‘원톱’ 주연이자 ‘1인 다역’ 주연배우였다.

이 며칠 동안 급진전된 ‘총장상’ 국면에서는 언론들도 조연으로 밀려났고, 이 시기의 카메라 앵글에선 쟁쟁한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단역 배우들에 불과했다. 최성해 홀로 좌충우돌하며 쓰나미처럼 국면을 휩쓸어버리고, 국민들을 홍수에 떠내려가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회에서는, 표창장 사건 재구성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2019년 9월 3일부터 며칠간 주연배우 최성해가 조연 격의 언론들을 이끌고 퍼뜨렸던 ‘표창장 의혹’의 초기 국면을 돌아볼 것이다.



9월 3일 압수수색, 표창장 사건의 첫 테이크

2019년 9월 2일, 야당의 비협조로 일정이 공전하던 인사청문회를 대신해 열린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있었고, 같은 날 오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6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요청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는 곧 9월 7일에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갑자기 급물살을 탄 인사청문 정국에 검찰의 입장이 매우 다급해졌다. 당시 검찰이 기획적으로 추진했던 사모펀드 수사에선 전혀 진전이 없었고, 대통령의 임명을 멈춰 세울 다른 카드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을 한 것이다. 이날 검찰은 동양대 총무팀과 정경심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 했는데, 검찰은 당시 무슨 일로 압수수색을 하는지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압수수색이 ‘동양대 표창장’ 관련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압수수색이 마무리 되던 당일 저녁 6시경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서였다. ☞ [단독] 조국 딸, 어머니 재직 대학서 총장상 받아…동양대 압수수색

조국 부부의 딸 조민 씨가 정경심 교수가 재직 중인 동양대에서 표창장을 받았는데, 그 표창장 관련으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이다.

 

                             * 2019년 9월 3일 저녁 KBS 단독 보도. KBS 뉴스 화면 캡처

 

 

그런데 KBS는 “검찰은 이 총장상 수상에 정 교수가 개입”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했다고 보도했을 뿐, 정작 어떻게 개입했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었다. 반쪽짜리 단독 보도가 된 것이다. 이것은 검찰이 KBS 법조팀에 절반의 정보만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 KBS 보도에서 빠진 나머지 절반은, 다음날인 2019년 9월 4일 새벽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에서야 나타난다. 최성해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런 표창장을 결재한 적도 없고 준 적도 없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 [단독] 조국 딸 받은 '동양대 총장상'···총장은 "준 적 없다" 

이것이 최성해의 첫 언론 등장이고, 표창장 위조 의혹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 2019년 9월 4일 새벽 중앙일보 단독 보도..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 보도에 따르면, 동양대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검찰 관계자들이 표창장을 들고 와 최성해에게 보여줬고, “일련번호와 양식”이 다르다며 정상 발급된 표창장이 아니라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검찰이 앞서 부산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표창장 사본이었다.

이 기사에서는 이 같은 최성해의 주장에 바로 이어서, 익명의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등장한다. “동양대 측 얘기가 맞다면, 해당 표창장을 만든 사람에겐 사문서 위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또 이어서 “부산대 의전원에 입시 자료로 제출됐다면, 입시를 방해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라고도 한다.

이렇게 뜬금 없이 나타난 익명의 ‘특수부 출신 변호사’ 배역의 실제 역할은 뻔하다. ‘정상 발급 표창장 아니다’라는 최성해의 주장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직결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초특급 전개다.

게다가 이 ‘특수부 출신’의 ‘의견’은, 당시로선 미리 예상하기 힘들었던 검찰 수사의 향후 진행 방향, ‘사문서위조’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를 정확히 가리켰다. 아무리 봐도 ‘특수부 검사 출신’이 아닌 ‘특수부 검사’로 보인다.

이 중앙일보 기사의 송고 시점이 9월 4일 새벽이고, 기자가 최성해와 통화를 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던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중앙일보에 2차 정보를 넘겨준 것은, KBS의 취재 시점에 바로 뒤이은 9월 3일 저녁 즈음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검찰은 비슷한 9월 3일 저녁 시점에 KBS에는 절반의 정보만 줘서 ‘표창장 개입 관련 압수수색’이라는 단독 보도를 먼저 하게 하고, 뒤이어서 중앙일보에는 구체적인 혐의가 ‘사문서 위조’라며, 2차 단독 보도를 하게 한 것이다.

하나의 정보를 ‘쪼개기’ 해서 유력 언론사 법조팀 두 군데가 순차적으로 단독 보도를 하게 한 것이다. KBS에는 ‘변죽’ 배역을 맡기고, 중앙일보에 알맹이를 준 셈이다. 하룻밤 사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언론 보도의 파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9월 4일, 최성해 조사와 정경심 피의자 전환

이 같은 단독 보도들을 타 언론사들이 일제히 받아쓰며 북새통이 되었던 몇 시간이 지나고, 숨 돌릴 새도 없이 9월 4일 저녁에는 최성해의 또다른 새 주장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허위 해명 압력’ 주장이다. ☞ [단독] 조국 아내, 동양대에 "딸 표창장 정상발급됐다고 해달라" 압력... '허위 총장상' 숨기기 의혹

이 기사에서 최성해는 자신을 “교육계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숨긴 채로, “정 교수가 딸의 의전원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으니 총장 표창장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반박을 해달라”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성해는 “압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는 친절하게도 “압력”이라고 규정해준다.

기사에선 이런 최성해의 익명 주장에 곧장 이어서, “법조계 시각”이라는 또다른 익명 인물이 등장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만큼 강제수사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역시 단시간 내에 수사 명분을 급조하려는 속셈이 너무도 투명하다.

 

                             * 최성해 익명 인터뷰, ‘정경심이 정상발급 해명 얍력’.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불과 몇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1시 45분, 같은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는 두 개의 추가 기사를 동시에 올렸다. 그 중 하나는 앞서와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를 최성해를 실명으로 바꾸어 반복한 것이다. ☞ [단독] 동양대 총장 "조국 아내, 아침에 다급히 전화… 목소리가 떨렸다"

이 기사에는 ‘정 교수 목소리가 떨렸다’라는 정도의 살이 추가된 정도에 그쳤지만, 김형원은 또 “단독”을 붙였다. 새벽 1시가 넘어 최성해와 추가 통화를 했을 개연성이 없는데도, 이렇게 앞서의 전화 인터뷰를 재탕해 기사를 또 내면서 “단독”을 또 붙인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이 기사에서 김형원은 “법조계 인사” 및 “사정기관 관계자”라는 익명의 검찰을 인용해 “증거인멸 시도”라면서 또다시 “강제수사로 전환”을 강조했다. 또다시 최성해의 일방적인 주장을 검찰의 강제수사 명분으로 직결시킨 것이다.

이 기사의 진짜 본론은 이같은 강제수사 필요성 운운을 앞세우고서야 비로소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정 교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김형원은 이 단독 기사와 동시에 송고된 세번째 기사에서, 이 ‘피의자 전환’ 사실을 별도의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 총장에 '딸 표창 거짓해명' 요구한 조국 아내, 피의자 전환

즉 검찰은 4일 새벽에 최성해의 주장이 처음 보도된 후, 만으로 단 하루만에 피의자 전환까지 내달렸다. 그것도 새벽에. 그러기 위해 익명의 법조계, 사정기관 등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을 잇달아 등장시켜 명분을 급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 2차 단독 보도의 진짜 목적은, 검찰의 피의자 전환에 대한 명분 확보였다.

한편, 최성해는 9월 4일 오후에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다음날인 5일 새벽에 검찰 청사를 나왔다. 즉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가 최성해와의 첫 인터뷰를 기사화한 시간은 4일 18시 경으로, 즉 최성해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을 시점이었다.

 

                             * 9월 5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는 최성해 총장. JTBC 뉴스 화면 캡처

 

 

 

즉 최성해는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에 조선일보 김형원과 인터뷰를 했고, 정 교수의 피의자 전환 소식을 최초로 알린 김형원의 두번째, 세번째 기사는 최성해가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온 후인 새벽 1시 45분에 송고됐다.

그런데 정작 최성해의 소환 조사 사실과 그가 조사 후 청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늘어놓은 말들은 타 언론사 기자들이 일제히 보도했을 뿐, 김형원의 두 기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형원의 후속 기사 두 개는 최성해 조사 내용과는 무관하게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최성해 조사 종료 시점 이후에 동시 송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검찰과 상호간에 보도 내용에 대한 최종 조율을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 교수의 피의자 전환은 이렇게 검찰-최성해-조선일보 세 주체들 사이의 삼각 작전이었던 셈이다.

 

 

9월 6일 청문회 새벽, "조국도 거짓 증언 종용"

최성해가 심야 조사 후 영주로 돌아가 하루 쉰 후인 9월 5일 밤 늦게, 그는 영주에 있던 연합뉴스 기자들과 또 한번 단독 성격의 인터뷰를 했다. 하루 전 조선일보에 통화로 알린 ‘정 교수와 통화’에다 추가 사실을 더한 내용이었다.

정경심 교수와 통화하던 중에, 조국 후보자가 전화를 바꿔 자신에게 “거짓 증언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 동양대 총장 "조국 후보와 직접 통화…거짓 증언 종용"

 

                                 * 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에서는 두 기자가 이 인터뷰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연이어 보도했는데, 각각 6일 새벽인 오전 2시30분 경과 6일 아침인 오전 10시 경이었다. 이 날은 이미 한 차례 무산된 후에 어렵게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이었다. 더욱이 동일한 내용의 두 보도 중 두번째 보도는 청문회 시작 시각에 정확히 맞추어 게재되었다.

이 청문회에서도 최성해의 주장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 소재가 됐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말을 잘라가며 집중 공격하면서, “최성해 총장께서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라며, 후보자를 호통치듯 했다.

 

                          * 인사청문회 중에 최성해에게 녹음 파일이 있다며 큰소리 치는 장제원 의원. KBS 뉴스 화면 캡처

 

 

 

 

이어서 이 청문회에서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최성해로부터 전달 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문자의 내용은 “그대로 대응해주실 것을 부탁 드렸는데”, “실제로 많은 일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라는 등, 거짓 해명이 아닌 사실대로 밝혀달라는 부탁의 쪽에 더 가깝게 읽히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 문자 내용을 화면에 띄우며 공세를 펴려던 김도읍 의원 자신도, 사실 그대로 해명해달라는 의미 아니냐는 조국 후보자의 설명에, 별다르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서둘러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 최성해 총장이 김도읍 의원에게 넘긴 정경심 교수의 문자메시지.

 

 

 

 

최성해, 통화 녹음 여부 수없이 번복

장제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최성해에게 조국 후보자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있었다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해당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만 하면, 최성해가 거짓말을 하는지 혹은 조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단번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녹음 파일의 존재 여부에 대한 최성해의 주장은, 청문회 당일 저녁부터 시작해 며칠간 변화무쌍하게 바뀌었다.

먼저 9월 6일 저녁 8시 50분 경, MB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성해는, 녹음파일은 실제로는 없다는 폭탄선언을 내놓았다. ☞ [단독] 최성해 "조국과 통화 내용 녹취 없다"…진실 공방 예고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습니까?) 녹음은 내가 할 줄 몰라요, 그런 건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 청문회에서 장제원이 ‘녹음 파일 있다’ 주장한 당일 밤 ‘파일 없다’고 한 최성해. MBN 뉴스 화면 캡처

 

 

 

 

그런데 불과 2시간도 안 된 11시 39분 경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정반대로 말이 뒤집어졌다. 자신이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고, 하지만 아직은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 [단독] 최성해 동양대 총장 "조국 통화 녹취록 있지만 아직은 안 풀것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의 통화 녹취 파일이 있지만, 아직은 풀지 않을 것”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 후보자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서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

그런데 이 주장도 바로 다음날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또 말이 바뀌었다. 통화 녹취는 있지만 “핵심 내용은 없다”라는 것이다. ☞ 동양대 총장 "조국과 통화 녹취 있다…핵심내용은 없어" 

녹음 파일이 있고, 일부러 녹음한 것이 아닌 자동으로 녹음된 것이라면서, 희한하게도 자신이 조국 후보자를 문제 삼았던 부분만 없다는, 상식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이 해명조차도 다음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또 한번 뒤집어졌다.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느냐"라고 묻자, "없다. 그런 건 절대 없다”라고 한 것이다. ☞ [단독] "검찰에 자료 주면 총장님 다칩니다"...최성해 총장 "압수수색도 하기 전 겁 주더라"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오락가락 하던 최성해의 해명은, 한 달 가까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야 일단락 되었다. 그의 최종적인 대답은, 통화 녹음을 할 줄 몰라 녹음 파일도 없다는 것이었다. ☞ [단독]최성해 "정경심, 압수수색 사흘전 서류 주지말라 전화"

기자 "조 장관과 통화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데 녹취 자료는 없나."

최성해 "내가 전화 통화 녹음을 할 줄 모른다. 1초 정도 정 교수 목소리가 나오는 거 그것뿐이다. 이제 와서야 녹음하는 법을 배웠다."

최성해는 정경심 교수의 1심 공판 증인석에 앉아서도 이같이, 그런 녹음 파일은 없으며, 자신은 녹음 방법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결국 최성해는 청문회 직전 장제원 의원에게 거짓으로 “녹음 파일이 있다”라고 던진 후, 그게 일파만파 문제가 커져 나가자, 수차에 걸쳐 언론에 녹음 파일이 없다, 있다로 줄줄이 말 바꾸기 인터뷰들을 하며 국민들을 농락한 것이다.

연일 대서특필되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밥 먹듯이, 인터뷰하는 기자들조차 어지러울 정도로 말을 바꿔댄 것이다. 병적인 ‘허언증’이 있거나, 기자들과 국민들을 고의로 농락한 것이거나, 혹은 ‘파일 있다고 해달라’는 압력과 파일을 공개해달라는 압력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거나, 셋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혀 믿을 수 없는 인물임이 연일 재확인되고 있던 최성해를, 언론들은 앞다퉈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뷰를 해서 기사를 싣고 또 실었다. 당시 언론들의 주된 관심사가, 진실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단독 보도 한 건 올리는 데에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다수 국민은 최성해의 말장난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기사 장사꾼’ 언론들에게도 농락당한 것이다.

 

 

최성해의 표창장 주장들, 모조리 허위

9월 4일 새벽에 송고된 중앙일보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최성해는 불과 일주일 여 사이에 수많은 언론사들과 줄줄이 인터뷰를 했다. 이런 연이은 언론 인터뷰들에서, 최성해가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취지로 늘어놓은 주장들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일련번호가 다르다

2. 상장대장에 기록이 없다

3. 수여인 명의에 “교육학박사”가 빠졌다

4. 내가 모르는 상장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최성해의 이런 주장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허위 혹은 사실무근이었음이 밝혀졌다.

먼저, 9월 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전화 인터뷰로 출연한 2012년 당시 동양대 조교는, 상장, 수료증 등의 일련번호는 학과나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매기고, 이렇게 부서별로 발행했기 때문에 상장대장에 기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동양대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한 전직 팀장 역시, 각 부서별로 상장 등을 발행했을 뿐, 총무과에서 일련번호를 받으라거나 대장에 기록하라고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15년간 근무하는 동안 상장대장은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 동양대 ‘총장상’ 팩트체크(동양대 관계자)

같은 날부터 온라인에선 동양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받은 상장의 일련번호가 최성해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 동양대 총장상 공방 어디까지…재학생 상장 일련번호 논란

 

또 수여인 명의에 “교육학박사”가 없는 상장은 가짜라던 주장과 달리, 해당 문구가 빠진 상장들이 나왔고, 일련번호 앞에 부서명이 있으면 가짜라던 주장 역시 부서명이 적힌 일련번호의 상장들이 여럿 나왔다. ☞ 프로필 삭제·상장 양식 제각각…최성해 총장 ‘교육학박사’ 논란

12월 24일 MBC 뉴스에서는 이런 관계자들 및 재학생, 졸업생들의 증언들을 뒷받침하는 더 구체적인 사실들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동양대에서 발급해온 상장과 수료증 발급 승인은 대체로 총장 최성해가 아닌 부총장이 전결로 처리했으며, 직인은 총장도 부총장도 아닌 실무 조교들이 찍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대부분 총장 결재 없었다"

 

                             * ‘상장 등은 주로 부총장이 전결했고 직인은 통상 조교가 찍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발급 승인은 주로 부총장이, 직인은 조교들이 직접 찍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최성해가 평소 상장과 수료증 등 발급에 그다지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내가 모르는 상장은 있을 수 없다’라는 최성해의 주장 역시 악의적이라고 볼 정도의 허위 주장이었던 것이다.

‘교육학박사’ 문구 집착하던 최성해, 자신이 무더기 허위 학력

또 최성해는 하단의 수여인 명의에 “동양대학교 총장 교육학박사 최성해”에서 “교육학박사”가 누락되어도 가짜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교육학박사”가 빠진 수료증, 상장들이 여럿 나오면서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주장이었음이 2019년 9월 초부터 밝혀졌다. ☞ '위조 의혹' 영주 동양대 상장 양식·형태 제각각(종합)

그런데, 이렇게 상장의 “교육학박사” 문구 여부에 강하게 집착했던 최성해 자신이, 바로 그 ‘박사’ 학위 자체가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그가 학력으로 내세운 총 5개의 학위들 중 “워싱턴침례대 교육학 박사”, “템플대 MBA 수료”, “단국대 학사 수료” 등 주요 이력이 모두 허위였다. ☞ 최성해 동양대 총장 ‘가짜 박사’ 논란 종지부…교육부 “허위 학력” 워싱턴침례대의 “신학과 학사” 및 “종교교육학 석사”만 사실이었다. (단국대 학사 과정에 대해 ‘수료’조차 허위였던 이유는 그가 단국대에서 “제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 최성해가 내세웠던 5개 학력 중 “교육학 박사” 포함 3개가 허위. KBS 뉴스 화면 캡처

 

 

 

 

결국 그가 표창장이 허위라는 주장의 주요 기준들 중 하나로 내세웠던 “교육학박사”가 기재된 상장, 수료증 등은 그 자체로서 모두 허위 사문서가 된 결과다. 표창장 의혹을 폭로하면서 “친분보다 교육자적 양심을 택했다”라고 내세우던 최성해에게 “교육자적 양심”은 없었다.

이 외에도 최성해는 검찰 조사에서 본 표창장과 박지원 의원의 휴대폰에서 노출된 표창장 사진의 일련번호가 다른 것 같다고 주장해 또 한차례 언론들의 단독 보도 경쟁을 촉발하고는, 다시 확인해보니 동일했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또다른 인터뷰에선 ‘검찰에서 본 표창장 일련번호가 1로 시작하더라’라며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잘못된 일련번호”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해당 표창장에 기재된 일련번호는 “2012-2-01”로서 전혀 달랐다. 불과 이틀 전에 봤다는 표창장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엉터리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그는 무턱대고 인터뷰에서 떠들어댔다.

결국, 최성해가 조민의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내놓은 근거들 전부가 완전한 허위 주장이었던 것이다.

 

 

검찰-최성해-언론의 삼각 작전

검찰은 최성해의 ‘난 표창장 안 줬다’ 주장을 근거로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을 했고, 다시 9월 4일 최성해의 ‘정경심 압력 전화’ 주장을 근거로 정 교수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어서 9월 6일엔 조국 교수의 통화 문제가 불거지자, 청문회 진행중에 1차 기소까지 강행했다.

이렇게 검찰은 단 4일 만에 동양대 압수수색, 피의자 전환,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표창장 관련 수사의 각 단계를 초고속으로 진행했는데, 그 모든 단계에서 최성해의 엉터리 주장들이 직접 명분을 제공했다.

거꾸로 말하면, 검찰 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검찰의 근거는 단 하나, 오직 최성해의 주장들이었다. 하지만 최성해의 표창장 관련 주장들은 단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허위였고, 녹음 파일의 존재 여부, 상장대장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선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을 뒤집다가, 최종적으로는 둘 다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상식적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언론 인터뷰들에서 최성해 스스로 수없이 증명했음에도, 검찰은 이런 최성해의 주장 단 하나만을 근거로 해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던 2019년 9월 6일 심야에 1차 기소를 강행했다. 그 청문회 당일에도 최성해의 주장들이 허위라는 증언과 증거, 정황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