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명박 박근혜도 이렇지는 않았다

道雨 2023. 8. 31. 10:26

이명박 박근혜도 이렇지는 않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최적화된 사람인 것 같다. 매사에 거침이 없고 용감무쌍하다.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환하게 빛났다.

“여러분 이렇게 오래간만에 다 같이 뵈니까 정말 제가 신이 난다”고 했다. 겁이 났다.

“국정 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했다. 지금 나라가 거덜이 나기 일보 직전 아닌가 걱정이다. 무섭다.

 

말꼬리를 잡으려는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이념이다.

 

“우리 당은 이념보다 실용이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는 실용은 없다”고 했다. 실용 보수의 종식, 이념 보수의 부활 선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이 뭘까? 자유민주주의로 포장한 반공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서 말살하려 하지 않는다. 공산당 가입을 이유로 독립운동가 흉상을 치우지도 않는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보수 신문들이 사설과 칼럼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병민 최고위원, 김태흠 충남지사도 반대다. 그런데도 밀어붙인다.

 

윤석열 검사는 본래 이념형 인간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된 뒤 이념형 인간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둘째, 적대다.

 

“국회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했다.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 기본 책무인 국회와 언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증오와 적대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권력자다. 권력자가 야당과 언론과 국민을 때려잡으려 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무섭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촛불집회가 계속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관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었다. 2008년 6월10일 대규모 집회를 ‘명박산성’을 쌓아서 막았다. 명박산성은 불통의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인명 피해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과 추가 협상을 벌여 30개월령 이상 수입을 금지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종찬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 6명을 사퇴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눈이 작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성난 민심과 싸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눈이 크고 겁이 없다. 민심과 맞서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했다.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증세를 추진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한 일도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그 연장이었다.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임기 초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아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2015년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 적도 있다. 오락가락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아예 한·미·일 동맹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 한반도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쟁도 불사할 것 같다. 무섭다.

 

이른바 보수 성향 신문들도 걱정이 많아졌다.

“중국·러시아와의 정상적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거나 “자유만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위험하다”는 사설이나 칼럼이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앞이 캄캄하다.

이른바 보수가 책임져야 한다.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징발해서 자기들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대한민국의 미래, 보수의 미래는 밝아졌나?

입이 있으면 대답해 보기 바란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