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유병호와 '타이거 사단' 또…"통계 조작 아닌 감사 조작"

道雨 2023. 9. 18. 10:36

유병호와 '타이거 사단' 또…"통계 조작 아닌 감사 조작"

 

 

 

최고의결기구 감사위 또 '패싱'한 중간 감사 발표

전 정부 장‧차관 등 29명 검찰 넘겨…"국기 문란"

문재인 측 "사실관계 왜곡, 정권 전위대로 전락해"

관련 공무원들 강압 조사…통계청 노조 반발 성명

"힘있는 기재부엔 개판, 힘없는 통계청엔 무대뽀"

폭주 제동 걸릴까…공수처 압색, 유병호는 패소

 

 

정치검찰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권력기관 최선봉에서 사냥개 역할에 충실히 복무 중인 감사원이, 이번에는 전(前) 정부의 '통계 조작'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독립적‧중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정체성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사는 철저히 외면하거나 뭉개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4대강 보 해체, 신재생에너지 사업,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정책 결정 사안에만 현미경을 들이대 온 감사원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헌법과 감사원법이 직무에 관한 독립된 지위를 명시하고 있는데도, 특정 정권과 유착해 '정치감사' '하명감사'에만 노골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 절대 실세로 군림하는 유병호 사무총장과 그의 친위대인 '타이거 사단'은,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마저 '패싱'한 채,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감사 착수 및 '중간 발표'에 나서는 행태를 상습적으로 반복해왔다.

이번 '통계 조작' 주장도 감사위원회의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중간 감사 결과로,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 때처럼 최종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감사원 사무처는 이 사안에 대해 지난해 9월 감사에 착수해서 기간을 3차례나 연장하며 1년 만에 중간 감사 결과를 내놨지만,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현 정부 유관 부처 공무원들까지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역풍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수년간 통계 조작이 있었다며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전임 정부 정책실장인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4명이 모두 들어갔다. 또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7명에 대한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해, 모두 29명이 검찰 조사 대상이 됐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중간 감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각종 소득‧고용 관련 통계에도 문재인 청와대가 개입해 왜곡·조작을 벌였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입장문에서 "이 발표를 계기로 지난 공직사회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공무원에 대한 송사질, 선량한 사람들에 대한 모해행위 등이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충격적인 국기 문란의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는 우선 수사 요청 대상의 직위와 규모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지난해 10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사례를 뛰어넘는다.

 

툭하면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마음대로 수사를 의뢰하고, 전‧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조사를 진행한 뒤, 확정되지 않은 감사 내용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혐의를 일방적으로 흘린 뒤 범죄로 기정사실화해 여론몰이를 하는 수법이 검찰과 판박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검사의 감사원 파견이 중단됐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에는 부장검사도 아닌 특수통 차장검사가 이례적으로 파견을 나와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과 '타이거 사단'이 주축인 사무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 KBS, MBC 및 방송문화진흥회 등을 상대로 장기간 표적 감사를 벌이고, 경기도청과 성남시청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하면서, 정작 '레고랜드 사태'를 일으킨 강원도와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큰 서울 용산구청은 감사하지 않는 등, 극단적인 편파 감사 행보를 보여왔다.

 

* 문재인 정부 측 정책포럼 '사의재'가 15일 발표한 입장문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문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참모 출신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는 입장문에서 "이번에 발표된 감사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애초부터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원의 통계감사는 철저하게 당리당략을 따른 정치적 행위였다. 헌법기관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정치 참여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사의재 반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정당한 노력을 통계 조작으로 둔갑시킨 감사원

 

통계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기본 수단이다. 그러나 모든 통계는 한계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에는 통계 발표 주기가 길거나, 일부의 이상 사례(outlier)로 인해 시장 상황을 과소 혹은 과대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해당 통계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통계 해석의 왜곡을 초래하기도 한다. 역대 모든 정부는 이런 통계의 한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노력을 해 왔으며,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더 받아본 것, 급격한 통계수치 변동에 대해 관계 기관에 설명을 요청한 것, 통계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이상 사례를 제거하거나 다양한 분석방법론을 적용한 것, 민간 전문가들이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고용통계 관련 표현을 보완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행정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애초부터 사실관계 규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감사원, 국민의힘, 보수언론은 통계감사 초기부터 이 사안을 '국기 문란' '통계 조작'으로 못 박고 여론몰이를 해 왔다. 시작부터 이렇게 결론을 내놓고 시작했고, 이번에 발표된 감사 결과도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감사 결과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다. '악마의 편집'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부풀리고, 증거와 진술을 악의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범죄를 만들어낸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 이번 감사 결과의 실체이다.

 

 

□ 강압 조사와 인권 침해를 자행하며 없는 죄를 만들어낸 감사원

 

감사원은 애초의 의도대로 결론이 나오지 않자, 3차례에 걸쳐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조사팀을 교체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강압적으로 조사했다. 이미 쓰여져 있는 조서에 동의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10회 이상의 출석 조사를 받은 공무원도 있고, 새벽까지 이어진 야간조사에 시달렸고, 핸드폰 포렌식도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협조하지 않으면 검찰로 넘긴다" "감사 방해로 감옥에 넣겠다"는 겁박을 당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열심히 일 한 죄밖에 없는 수많은 공무원은, 감사원이 원하는 말을 해 주지 않으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자포자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감사 결과는 이 같은 감사원의 전횡과 횡포의 결과물이다.

 

 

□ 문재인 정부의 그 누구도 통계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통계 생산과 발표에 개입한 적이 없다

 

통계 조작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다. 통계체계 개편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 조사원들이 참여한다. 이런 모든 이들이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될 수 있다.

 

통계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 부동산통계만 놓고 보더라도, 주간 동향뿐 아니라 실거래가, 민간기관의 통계 등 다양한 통계들이 발표된다. 특정한 통계 수치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해서, 시장 상황이 한 방향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에 부동산 통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던 것도 그 반증이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통계 조작이라는 감사원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 정치 상황을 고려해서 부동산정책을 왜곡한 일도 없다

 

감사원은 2020년 초,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을 늦췄다는 점도 통계 조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미증유의 팬데믹이 우리나라를 덮쳐서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주던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을 언제 벗어날지도 알 수 없었다. 부동산정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이런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감사원의 통계감사 결과 발표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정국 돌파용 정치쇼이다

 

최근에 민생 파탄, 경제 실패, 국민 불안, 국격 하락의 총체적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전 정부와 야당 탄압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정부와 야당 탄압으로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스스로 헌법기관이기를 포기하고 정권의 전위대로 전락한 감사원은, 자신들이 자행한 권한 남용과 조작 감사의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있지도 않은 통계 조작을 만들어낸 감사원의 조작 감사야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전 정부를 통계 조작으로 옭아매어 검찰의 마수에 넘겨주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강한 의지만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실의 첨병을 자처하는 감사원답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현실을 더 적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전임 정부의 노력이 대체 왜 조작이고 왜곡인가? 그럼에도 감사원은 특수통 검사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통상적인 업무절차를 끝내 조작으로 몰았다"며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앞장서서 정권의 친위대를 자처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통계청 공무원노조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통계청 직원들을 정치 싸움판의 희생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감사원 주요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중간 발표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처음부터 미리 좌표를 정하고, 언론 등을 통해 대왕고래 잡을 거라고 먼저 포부터 쏘고, 그다음에 애꿎은 실무자들을 수사 의뢰라는 방식으로 잡아가려 한다"며 "수사 요청 대상자들이 당시 4급, 5급 이하 실무직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본 통계를 잘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밤낮을 안 가리고 노력했는데, 그 노력과 자부심을 지금 훼손하려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1. 2018년 1월부터 사라질 통계를 2017년에 조작할 필요가 있을까?

2. BH에서 자료 다 달라고 해서 자료준 건데 준 직원이 무슨 죄가 있나?

3. 보도 참고자료는 말 그대로 참고용 자료인데 이걸 수정했다고 수사를 받아야 하나?

4. 통계청 직원들은 특정 값으로 말하지 않고 범위(Range)로 얘기하는데 특정 값으로 발표한 분에게 그 이유를 물어봐야 하지 않나?

 

노조는 또 '감사원의 꼬리 자르기식 감사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추상같은 감사를 했다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고발해야지, 이런 방식은 실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이고, 명백한 피의사실 유포"라며 "감사 결과를 보면 꼬리 자르기식 귀결로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사안이 많다. 1년 반 동안 통계청 직원들만 괴롭힌 감사 결과가 아닌가?"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힘있는 기재부의 세수 추계 감사는 개판으로 하고, 힘없는 통계청의 감사는 무대뽀식으로 실무자들만 잡아간다"며 "힘없는 기관이지만 자긍심을 가지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 중인 통계가족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감사원 압수수색에 나선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모습. 2023.9.6.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무소불위로 힘을 과시하는 감사원의 폭주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 6일 감사원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사무처 간부들과 실무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공수처가 감사원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또 배우자가 소유한 8억 원대의 바이오 회사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으니 매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서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유 사무총장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직무 관련성 인정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의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감사 대상으로, 사무총장 업무 범위에 비춰볼 때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헌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감찰하는 기관인 감사원의 핵심 간부가,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려 소송을 낸 데 이어, 패소까지 한 경우는 감사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안하무인으로 온갖 작태를 연출하는 유 사무총장이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도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비판과 원성이, 감사원 안팎에서 갈수록 커져 임계치까지 도달해 있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