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주식 10억 장기간 신고 안 한 이균용…행정부라면 최대 ‘해임’

道雨 2023. 9. 13. 10:49

주식 10억 장기간 신고 안 한 이균용…행정부라면 최대 ‘해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거액의 재산을 장기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현재 드러난 행위만으로도 대법원의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경우 3억원 이상을 중대한 과실로 누락한 경우 최대 해임 조치를 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8조의2는 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빠뜨릴 경우 또는 불성실하게 신고할 경우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중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범죄 혐의가 발견될 경우 법무부 장관 등에게 통보할 수도 있다.

 

정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 등은 각각 산하에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두고, 공직자 재산등록을 심사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한다.

정부의 경우 △과실로 2천만원 미만을 누락한 경우 ‘실무종결’ △과실로 2천만~5천만원을 누락한 경우 ‘보완명령’ △거짓 혹은 중과실로 5천만~3억원을 누락한 경우 ‘경고 및 시정조치’ △거짓 혹은 중과실로 3억원 이상을 누락한 경우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처분을 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이 후보자에게 정부 기준을 적용한다면,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판사라 해임은 불가능하더라도 정직 등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0억원 가까운 주식 신고 누락 사실이 확인된 것이니 소명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금액이 크면 대개 고의 또는 중과실로 볼 수 있다”며 “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중과실로 인한 허위 또는 불성실 등록으로 판단하면 징계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며, 법 위반이기에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큰 결격 사유”라며 “대법원이 징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자신이 임명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대법원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13명 중 위원장 포함 12명을 위촉 및 임명하는 권한을 갖는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그동안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법원은 12일 한겨레에 “최근 5년간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용에 대해 (추가로) 소명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주의 촉구, 서면 경고 등의 조치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누락 사실이 드러난 이상 대법원 공직자윤리위가 직권으로 재심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사 계획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재산신고 누락이 있는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의 또는 중과실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문, 주의 촉구, 서면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한 수도권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궁극적으로 법관들의 재산 등록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대법원장을 하려는 사람이 약 10억원이라는 큰돈을 누락했다는 점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고등법원 판사도 “대법원장을 하겠다는 이가 재산신고 등 관리에 미흡했다는 점에서 실망했다”며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누락 문제를 엄격하게 살펴야 판사들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행위는 △2000년부터 보유한 처가 가족기업의 비상장 주식 보유 내역 △자녀의 국외 재산 내역으로 나뉜다.

이 후보자와 아내, 장남, 장녀는 2000년부터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 주식 각 1천주를 보유했지만, 2009년 첫 재산 공개 이후로 올해 초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의 평가액 합계는 9억9천만원으로, 신고된 전 재산(72억원)의 7분의 1을 차지한다. 게다가 해당 비상장 주식으로부터 거액 배당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신고 누락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들과 딸이 2010년대 중반부터 국외에서 경제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29일 딸 명의의 국외 계좌 잔고(약 2300만원)가 신고된 것 말고는 여태까지 국외 재산 내역을 신고하지 않았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