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의 진짜 의미
*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4일(현지시각) 한 시민이 ‘석유 퇴출’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의미 있는 서약이 진행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전체를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현재 대비 3배인 11테라와트(TW)로 늘리는 것이 이 서약의 핵심 내용인데,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한 118개 국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 정부가 동참을 결정한 속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기후 활동가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동안 현 정부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이전 정부 정책 방향을 반대로 돌리거나 흔적 지우기에 급급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30%를 21%로 대폭 축소시켰으며,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 대해 무차별적인 감사를 통해 공무원 사회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민 참여가 가능한 소규모 태양광에 대한 인센티브는 종료시키고, 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과 보조금 예산은 대폭 삭감시켰다.
계속 늘려도 모자랄 판인 연도별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정점을 찍은 2020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줄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 참여에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안에서는 연일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식의 정부 보도자료와 뉴스가 넘쳐나는데, 밖에서는 오히려 이전 정부에서 설정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뛰어넘는 서약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의 진짜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8% 수준(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3배로 증가시키면 24%가 된다. 24%가 되면 서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일까?
올해 초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α’로 설정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4%는 이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번 서약이 출범한 배경과 목적을 완전히 오독하는 것이다.
정확한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려면, 당사국총회 직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봐야 한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이상, 에너지 효율은 연간 2배씩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203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비중의 68%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은 46%가 된다. 즉, ‘재생에너지 3배 확대’의 진정한 의미는, 선언에 동참하는 모든 국가가 평균적으로 2030년까지 필요 전력량 중 최소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것에 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온실가스 누적배출 책임, 전 세계 9위에 달하는 발전설비 용량 등을 고려하면, 동참을 선언한 다른 국가들보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욱 상향해야 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3경5천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난해부터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서약에 동참한 것은 실은 새로운 결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제안한 동일한 내용에 참여한 모든 정상들이 합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약이 ‘자발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서약이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규모를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기존 재생에너지 목표를 정확히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내년에는 중장기 재생에너지 목표를 결정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는 윤석열 정부를 기대한다.
기고 | 권경락 플랜1.5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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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나라여, 화석연료는 기생충…죽음·파괴에 돈 대지 말라”
아시아 환경단체 COP28 회의장서
한국 향해 화석연료 금융 지원 중단 촉구
* 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아시아 환경단체인 ‘부채와 개발에 관한 아시아인 운동’(APMDD)이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 중단을 촉구하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화석연료는 기생충(Fossil fuels are parasites), 우리 삶을 가지고 오징어 게임을 하지 말라(Don’t play squid games with our lives)”
5일(현지시각) 오전 11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각종 회의가 진행되는 블루존 1번 공간에서, 한국의 화석연료 공적 금융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아시아 환경단체인 ‘부채와 개발에 관한 아시아인 운동’(APMDD)은, 전날 일본을 겨냥한 행동을 펼친 데 이어, 이날은 한국을 겨냥한 행동을 벌였다.
일본과 한국은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공적 금융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1, 2위 국가다. 일본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연평균 102억9천만달러(약 12조130억원)를 지출했고, 한국도 71억4천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들은 이날 행동에서 한국을 ‘비티에스(BTS)의 나라’로 불렀고, 행동 중간중간 비티에스의 노래 ‘버터’를 개사한 ‘버터 같은 가스, 숨어 있는 범죄자’(Gas like butter, criminal undercover)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한 이유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당사국총회장 내에서 유엔이나 유엔 회원국, 조직, 개인을 조롱하거나 기본적인 예의 규칙에 위배되는 비판을 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일본을 비판할 때는 ‘피카추의 나라’라고 지칭하고, 호주를 비판할 때는 ‘캥거루의 나라’라고 부르면서 비판한다.
수잔 웡(Susanne Wong)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 아시아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 나라에는 사랑할 게 너무 많습니다. 저희에게 비티에스를 줬고, 케이팝을 줬고, 케이드라마도 선물했다”며 “전 세계에 사랑과 즐거움을 전파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동시에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죽음과 파괴에 자금을 대고 있다. 이것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핀에서 온 크리슈나 아리올라(Krishna Ariola) ‘기후 희망 청소년’(Youth for Climate Hope) 활동가는 “저는 네그로스옥시당탈이라는 섬에서 왔는데, 이 나라(한국)가 더러운 에너지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 섬 중 하나”라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한, 우리는 그들이 에너지전환의 모습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깃 부디오노(Sigit Budiono) 인도네시아 ‘물 권리를 위한 인민 연합’(People's Coalition for the Rights to Water) 활동가는 “저는 이런 화석연료와 가스가 어떻게 제 나라를 파괴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며 “최근 이 케이팝의 나라 대기업 중 한 곳이 동아시아의 가장 큰 가스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개월 전에는 이 케이팝의 나라가 우리나라 석유화학 사업 지원을 위해 24억달러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동에 참여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불명예를 인식하고, 화석연료에 더 이상 새로 금융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며 “또한 이번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이 나온 것과 같이, 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빠르게 재생에너지 중심의 금융 투자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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