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광의 '언론정화', 윤석열의 '언론정상화'
이동관, 언론 쑥대밭 만들고 사과 없이 '뺑소니'
위헌·위법 비판에도 비판언론 탄압·방송장악 강행
12.12 쿠데타 '전두광' 일당도 당시 비슷한 행태
진실보도→'유언비어', 언론통폐합→'언론정화'로
윤 정권, 비판보도→'가짜뉴스', 언론장악→'정상화'로
쿠데타 주도 세력 사형선고처럼 역사심판 받게 될 것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추진에 쫓겨 결국 사표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표를 신속하게 수리함으로써 그의 3개월여의 짧은 공직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3개월은 한국 언론계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광' 세력이 전광석화처럼 온 나라의 민주질서를 무너뜨렸듯, 이동관 위원장은 98일 간 언론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떠났다.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가짜뉴스 근절’과 ‘언론정상화’를 자신의 소임으로 내걸었는데, 이 두 가지는 윤석열 정권 비판언론 탄압과 언론장악의 다른 이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국내 행사 중에, 심지어 국제 행사에 참석해서도 ‘가짜뉴스 근절’을 노래불렀다. 이 위원장은 이런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청문회에서도, 방통위 회의에서도,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와 똑같은 제목의 노래를 부르며 이를 ‘언론 정상화’라고 칭했다. 지난 1일 사퇴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곧바로 공영방송 KBS와 MBC 장악에 나섰다. 임기가 남은 이사장과 임원들을 내쫓고 자격과 함량 미달의 극우 인사들을 그 자리에 새로 앉히는 작전을 마치 쿠데타 세력처럼 신속하게 벌였다. 법원의 판결로 MBC 방문진 이사장·이사 교체는 실패했지만 KBS는 이사장을 바꾸고 박민 사장을 보내 앵커교체, 시사프로 중단 등 방송장악에 일단 성공했다. 준공영의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 민영화 작업도 단 며칠 만에 신속하게 추진해 나갔다. 이런 시도를 그는 ‘언론 정상화’로 본 것이다.
그는 또 비판언론 탄압 작전도 빠르게 전개했다. 검사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이를 인용보도한 매체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을 불러왔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시켜 뉴스타파 보도 인용 방송사를 제재하도록 하고, 규정에도 없는 인터넷 매체 심의까지 지시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언론 검열이요, 비판언론 죽이기 작전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방통위의 합의제 의사결정 취지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고,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공영방송 KBS를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땡전뉴스’를 떠올리게 하는 ‘땡윤뉴스’ 방송사로 퇴행시켰다. 방송에 이어 우리 국민들이 뉴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포털까지 압박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탄압해온 이런 과정을 보면, 마치 영화 ‘서울의 봄’에서 쿠데타로 집권 신군부 정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전두광’ 일당이 군 내부의 ‘하나회’ 조직을 동원해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벌인 언론탄압과 언론장악과 닮았기 때문이다.
*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 수 500만명 돌파를 앞둔 지난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전두광’ 일당은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 이후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언론사에서 쫓아내고 잡아가두고 고문했다.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언론을 통제하고 탄압하면서, 무자비한 광주 진압에 저항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학생·재야세력과 비판적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유언비어’로 몰아 탄압했다. 비판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고소고발과 비판적 기사를 ‘가짜뉴스’로 몰고가 탄압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두광’은 취임 후 전국 64개 언론사를 23개로 줄이는 ‘언론통폐합’을 단행하고 언론인 300여명을 한꺼번에 해직했다. 언론기본법으로 언론등록을 멋대로 취소하도록 해 비판언론은 가차없이 문을 닫게 했다.
그가 이런 무도한 언론장악을 벌이며 내세운 슬로건은 ‘건전언론 육성’과 ‘언론정화’였다. 정권의 ‘애완견’ 언론을 ‘건전언론’이라 부르고, 비판언론을 제거하는 것을 ‘언론정화’라고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비판언론의 입을 막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며 폐간 운운하는 ‘언론 정상화’와 ‘전두광’의 ‘언론정화’는 무엇이 크게 다른가?
‘전두광’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주도한 인물이 조선일보 출신의 허문도였다면, 윤석열 정권에서 언론장악을 주도한 인물은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이라는 점이 차이일까? 그러나 ‘전두광’ 정권을 찬양하며 언론탄압과 언론통폐합에 동조했던 것도 조선일보였고, 윤석열 정권의 ‘가짜뉴스 근절’과 ‘언론 정상화’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는 것 역시 조선일보라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동관 위원장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언론계를 쑥대밭으로 만든데 대해 한마디 사과나 반성도 없이 ‘오직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 사임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또한 ‘전두광 하나회’ 군인들의 ‘충성 서약’을 연상케 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동관 위원장 후임으로 이번에는 검사 출신 인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정권의 요직에 무려 136명의 검찰이 포진하고 있다고 하니, ‘전두광’ 정권의 주축이 ‘하나회’ 출신의 군복 입은 장교들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에서는 양복 빼입은 검찰 출신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장에 검찰 출신 법기술자를 앉히겠다는 것은 검찰 정권이 언론장악·언론탄압 ‘시즌 2’를 이어가겠다는 의도 말고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
‘서울의 봄’을 관람한 5백만 시민들이 ‘전두광’ 세력에 분노하고 있다. ‘전두광’은 후에 군사반란죄와 내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탄압·언론장악과 이를 겨우 3개월여간 군사작전 펴듯 주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위헌·위법 행태도 언젠가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역사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지만, 역사의 심판도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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