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간첩 누명' 54년 만에 무죄... "검찰 제발 항소 포기하라"

道雨 2024. 1. 30. 12:02

'간첩 누명' 54년 만에 무죄... "검찰 제발 항소 포기하라"

 

진화위 결정 무시한 검찰의 항고, 재항고로 선고 연기 끝에... 이제는 '항소 포기'로 답해야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보이지 않는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 따라 이 사건 피고인은, 무죄."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은 1971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던 고 한삼택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고 한삼택씨의 유족들은 선고 직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검찰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검찰의 항소 포기를 촉구했다.    고 한삼택씨는 1970년 당시 제주의 김녕중학교 서무주임으로 재직하면서, 교장의 지시에 따라 재일동포로부터 학교사택 신축자금을 기부받았다. 당시 검찰은 조총련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재일동포 자금을 수수했다며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교장과 서무주임을 구속기소했다. 1971년 2월, 한삼택씨는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재직중이던 중학교에서  파면되었고, 간첩이라는 낙인과 고문후유증을 얻어 고통을 겪다 1989년 사망했다. 

이 사건 재심재판 청구인은 1970년 9월 고 한삼택씨가 불법체포되던 당시 9살이었던 아들 한경훈씨와 13살 이었던 딸 한혜경씨 등, 그 자녀들이다. 한경훈씨는 이제 자녀들이 모두 60대가 다 되어 간다며, 우리 생에서는 반드시 아버지의 억울한 한을 풀어드리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법원은 무죄선고의 이유를 첫째, 피고인이 교장의 지시를 따라 재일교포들과 연락을 주고 받은 점, 둘째, 기부자들의 이름을 동판에 새기고 학교에 설치하는 과정에 반국가 활동에 관한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셋째, 기부금품을 교장 관사 설립에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넷째,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려하지 않은 점, 다섯째, 기부금이 조총련계에서 온것이라는 증거가 없고 조총련계가 아닌 사람들도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미 진실규명 결정

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2월 20일 조총련 관련 간첩조작사건(고 한삼택)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내리며 '국가는 고 한삼택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과거사정리법 제32조의2(국가기관의 권고사항 이행노력 의무 등)에 따르면, 권고사항을 소관으로 하는 국가기관은 해당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진실화해위 결정 무시한 채 즉시항고, 재항고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 제23단독 판사 양진호)은 2023년 5월 15일 재심개시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진실화해위원회 권고를 무시한 채 즉시항고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제8-2형사부 재판장 김봉규)은 2023년 8월 11일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검찰은 재항고하였고 대법원(제3부 재판장 대법관 이흥구, 주심 안철상)는 2023년 10월 7일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검찰의 항고, 재항고로 인해 7개월 늦게 열린 2023년 12월 6일, 22일 두차례 재심공판에서 검찰은 진실화해위원회 권고를 무시한 채 공소를 유지했고, 기존 고 한삼택에 대한 유죄선고 대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구형하였다.

검찰이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면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을 가지고 공소를 유지하고, 유죄를 구형하는 것이 검찰이 과연 공익의 대표자가 맞는지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은 이 사건이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 사건이고, 법원에서 지난해 3월에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항고 재항고를 통해서 사실상 선고가 늦어지게 되었다며, 1심 선고가 났지만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로 피해 유족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재심절차를 통해, 그 당시 행위가 국가의 존립이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만큼, 검찰은 제발 항소를 포기하고 더 이상 유족들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촉구한다."


유족, 재판부에 감사, 검찰에는 항소포기 촉구
  
이 자리에 함께한 유족들은 이 사건이 시작된 게 1970년인데, 무려 54년이 지나고 무죄 선고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경훈(위 사진 왼쪽에서 첫번째, 당시 9세)씨는 당사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고인이 되셨고, 육남매 자녀가 환갑을 넘겼다며,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와 진실규명 결정을 한 진실화해위원회에 감사를 표했다.

유족들은 다만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확정이 항소 등 절차 없이 속히 확정되기를 촉구했다. 간첩의 누명을 쓰고 사망한 아버지가 5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유족들은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언제 확정된 무죄 판결문을 아버지 무덤에 가져다 드릴 수 있을까? 공익의 대표자 검찰이 늦었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항소포기'로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이건희(arbeiter)

 

 

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