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37년의 기다림...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재심 무죄

道雨 2022. 12. 23. 13:53

37년의 기다림...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재심 무죄

25분간 이어진 선고...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 선생, 37년 만에 무죄

 
 

 

 

 

12월 22일 목요일 오전 10시, 서울 고등법원 서관 502호 법정에서 재판부(형사 3부: 부장판사 박연욱, 박원철, 이원준)는 3명의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가 다소 늦어진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서, 25분간 판결문을 상세히 읽으며 끝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로 인해 37년 만에 진실이 바로잡혔다. 2018년 10월 5일 재심 개시 신청을 한 지 5년여 만에, 1985년 안기부의 강제구금과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된 지 37년 만에 일이었다.

불법수사와 불법구금 인정한 재판부 
 

  <사진-1> 재판을 마치고 서울 고등법원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김성만, 양동화, 정금택, 김형걸, 김영찬 선생이다.

 

 

 

이는 1985년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 안기부(현 국정원)가 조작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에 대한 선고였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1985년 9월 9일 안기부가 양동화, 김성만 등이 미국 유학 중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뒤, 국내에 잠입해 학생들의 반정부 폭력시위를 주도하면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조작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65일 동안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서 고문으로 날조한 허위자백을 근거로 사형, 무기징역 등 15명의 무고한 국민들에게 극악무도한 국가폭력을 자행했다.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성만, 양동화는 2021년 7월 29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번 재판은 동일한 사건으로 1986년 판결에서 징역 10년과 7년이 각각 확정되었던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에 대한 내용이었다. 세 명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원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정금택은 1985년 6월 13일경, 김형걸은 6월 27일경, 김영찬은 7월 5일경 안기부 수사관에 의해 체포되어 구금되었는데, 법원의 구속영장은 7월 31일경이 되어서야 발부되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불법구금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 없이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되었으며, 당시 안기부의 고문에 의해 작성된 검찰의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재판부가 이날 무죄를 선고하는 데는 지난 11월 22일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불법수사와 불법구금 등 위법한 절차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는 간첩조작 사건 재심에서 이례적인 구형으로, 동일한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성만, 양동화 씨의 2021년 재심 무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배경 하에, 박연욱 부장판사는 25분간 이어진 아래와 같이 판결을 마무리했다.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무죄 판결을 공표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진-2> 무죄 선고 후, 서울 고등법원 서관에서 동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에서처럼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환한 미래만이 펼쳐지길 바란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끝으로 법정을 나온 선생님들의 모습은 어쩐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이날 김성만, 양동화씨도 재판에 참석하여 김영찬, 김형걸, 정금택씨의 무죄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김형걸씨는 김성만, 양동화씨의 무죄 선고 이후,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이날 세 명은 25분간의 무죄 선고를 듣기 위해 법정 앞에 나아가 서 있었다.

 

이 무죄 선고를 기다리기 위해 지난 37년 동안 몸 성히, 편히 쉬지 못한 채 서 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이분들이 악몽 없이 단잠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민중(skek3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