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道雨 2024. 2. 27. 09:00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비슷한 데가 많다.

 

우선 밖으로 떠돌기를 좋아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3번의 해외 순방 등 취임 이후 19차례나 해외를 방문했다. 가장 최근 방문한 12월12일의 네덜란드는 그가 한달 전에 방문한 영국과 프랑스의 옆 나라였다. 자원과 준비가 많이 필요한 정상의 해외 방문인데, 불과 한달도 안 돼서 같은 지역의 나라들을 연이어 방문한 것이다. 이럴 경우 보통은 한번의 해외 순방으로 기획된다.

 

한달도 안 돼 같은 지역에 있는 네덜란드를 방문한 명분인 양국의 반도체 동맹은, 한국에게는 갑의 위치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이 경기 화성에 자사 제품들을 수리하는 공장을 짓는 투자를 하는 등 잘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방문 때 윤 대통령 일행의 그 회사 클린룸 방문과 관련한 무리한 요구로 외교적 불만만 터져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터져 나온 구설수들을 다시 꺼내기는 민망할 정도다.

 

 

윤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인데,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식적 대외 활동을 시작하는 기회였다.

김 여사는 대선 때 구설수에 오르자 윤석열 개인의 부인으로서만 내조하겠다고 밝혔는데, 해외 방문을 계기로 자연히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김 여사를 동반하는 해외 방문이 한달이 멀다 하고 진행되자, 윤 대통령 부부가 해외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다”는 비아냥이 떠돌 정도였다.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취임하고 나서 잦은 해외 출장이나 미국 자택 체류로 6개월여 만에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취임 200일 동안 한국에 머문 날은 68일에 불과해, 그 역시 해외를 방문하는지 한국을 방문하는지 헷갈리게 했다.

 

그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게 완패한 뒤 ‘한국으로 가서 경기를 분석해보겠다’고 하고선 미국 자택으로 가버려, 국민적 분노를 사며 감독에서 해임됐다. 그의 일관된 ‘노 빠꾸’ 정신은 독일 언론도 자극했다. 일간 ‘타츠’는 그와의 가상 인터뷰 형식 기사에서 클린스만이 한국을 자주 찾지 못하는 건 자택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평양 가는 비행기가 적기 때문이라며, 그가 남북한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 물정에 어둡다고 풍자했다.

클린스만은 ‘노 빠꾸’ 정신으로 경탄을 자아낸 반면, 윤 대통령은 ‘급빠꾸’로 경외를 끌어냈다. 가히 ‘석열스만’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애초 지난 18일부터 일주일 예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그 나흘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국빈 방문 정상외교를 나흘 전에 취소할 정도면, 천재지변이나 정상의 신변 이상 등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실은 “국내 민생 현안 집중 등 제반 사유”라고 방문 취소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까지 해외 순방을 뻔질나게 다닐 때는 ‘순방이 곧 민생’이라고 했는데, 이번 독일과 덴마크 방문은 민생이 아니었는 모양이다. 한국 대통령의 민생 챙기기에 포함되지 못한 독일 쪽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순방 취소를 양해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한국 쪽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외교 용어는 표현과 의미가 보기와는 다르다.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표현은 ‘이견이 심했다’는 뜻이다. 상대방에게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현은 상대방이 황당하고 무례한 짓을 저질렀는데 우리가 대국적으로 양해한다는 의미이다.

 

정상의 국빈 방문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나흘 전에 갑자기 취소되니, 외교가에서 ‘이게 뭐지?’라며 입방아를 찧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노릇이다.

독일을 저렇게 무지하게 기분 나쁘게 한 사연의 내막이 김건희 여사 때문임이 한국에서는 정설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잦은 외유에 대한 비난 여론에, 최근 명품 가방 수수로 얼굴을 못 내미는 김 여사의 동행 여부가 다시 구설에 오르면, 총선에서 여당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아예 독일 방문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기자 생활 30년 이상을 하면서, 그런 이유로 국빈 정상외교가 취소된 사례가 있었던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가는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정상회담이 취소된 사례에 비견될 만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하는 대통령이 설마 그런 이유 때문에 국빈 정상외교에서 ‘급빠꾸’ 했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정의길 |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