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증언 거부하고선, ‘청문회가 위법’이라는 이종섭
* 지난 21일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쪽이 지난 21일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대해 “위헌·위법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청문회에서는 증인 선서마저 거부하고, 주요 질의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증언을 회피하더니, 되레 국회를 탓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25일 언론에 입장문을 내어 “헌법 취지에 따라 법률이 보장한 증인 선서와 증언 거부권을 국회는 정면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죄가 없다면 선서하고 증언하라'는 식으로 증인들에게 선서와 증언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된 이들에게 선서와 증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고위 공직을 지낸 인물이라면, 국민적 의혹을 사는 사안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증언하는 게 마땅한 도리다. 이 전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이 증인 선서마저 거부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실망과 분노를 느낀 이유다.
이 전 장관 쪽은 “증인에 대한 호통을 넘어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그에 앞서 국민들이 느낀 모욕감부터 헤아리길 바란다.
또 떳떳하다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건 상식이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더라도 선서·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때다. 법 규정 자체가 ‘죄가 없다면 선서하고 증언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법리 판단으로 기소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나, 그렇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합리적인 태도 아닌가.
이번 청문회에서는 중요한 사실들이 새로 드러났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가 회수해온, 지난해 8월2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데 대해 “그것은 회수에 관한 거”라고 말했다.
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경찰에서 사건 회수와 관련한 연락이 올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실제 경찰에서 ‘사건을 회수해갈 거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사건 회수를 주도하고, 윤 대통령도 이에 관여한 정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장관 등의 선서·증언 거부는, 뭔가 감출 게 많다는 의구심만 키웠다.
억지 주장으로 청문회를 탓할 게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자세부터 돌아보고, 이제라도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 2024. 6. 2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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