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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까지 외압?…윤 정권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道雨 2024. 8. 6. 11:17

마약 수사까지 외압?…윤 정권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경찰의 세관 직원들 압색 영장, 검찰이 계속 반려

백해룡 수사팀장에 경찰 윗선 노골적 외압 잇따라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야…야당 도와줄 일 있나"

'임성근 구명 로비' 이종호가 승진 밀었다던 인물

영등포서장도 "브리핑 연기…용산서 심각하게 봐"

외압 관련자들은 승승장구, 반면 백해룡은 좌천돼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판박이…나라가 거꾸로

 

https://youtu.be/FOJ17uujdtw

 

 

 

마약범죄는 범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마약의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누구나 한번 빠지면 파멸의 길에서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을 뿐 아니라, 강도 살인 폭력 절도 성폭력 등 다른 범죄의 도화선이 돼, 결국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약범죄는 반드시 폭력조직이 장악한 가운데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 운반 유통의 전 과정을 통해서도 협박 뇌물 린치 살인 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가 마약범죄 카르텔로 절단이 났고, 초강대국 미국마저 마약중독과 그로 인한 범죄로 속이 곯아가는 것을, 우리는 뉴스나 영화 같은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비교적 마약 청정국이다, 라는 믿음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 청문회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백해룡 경정의 폭로를 통해서다.

백 경정의 폭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의 마약이 밀반입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밀반입 과정에서 관세청 직원들의 노골적인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강력한 권력의 힘이 사건의 실체를 덮으려는 외압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10.10. 연합뉴스

 

 

 

세관 직원들 마약 밀반입 방조 밝혀낸 백해룡 수사팀

 

백 경정의 증언과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실체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 백해룡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마약 투여자들의 구매 경로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다국적 마약 조직을 검거했다.

이들이 들여온 마약은 필로폰 74kg. 수사팀은 이미 32㎏의 마약이 화물로 세관을 통과한 것도 밝혀냈고, 말레이시아에서 한국행 대기 중이던 마약 100㎏과 마약 조직 일당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과 공조해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총 174㎏의 마약은 2000억 원어치, 무려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마약 밀수 범죄로 끝나지 않았다. 마약 운반책들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통관을 도왔다는 자백이 나온 것이다.

수사팀은 즉각 이들 세관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로부터 1차 기각 당했다가, 2차 신청으로 열흘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인천세관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이 이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공항 세관 직원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마약류관리법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수사팀은, 세관 직원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TV) 등의 영상을 확보하려 했는데, 검찰은 "어떤 컴퓨터에 자료가 저장돼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희한한 이유를 들어 영장을 반려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외압 정황이다.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이르는 기간 중 중간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백해룡 수사팀장은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 도마에 홈을 판 뒤 약을 숨기는 식으로 국내에 몰래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밀반입해 운반 및 보관을 하고, 중국 조직은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0.10. 연합뉴스

 

 

 

"야당 도와줄 일 있나" 여기저기서 쏟아진 외압

 

"(조병노 경무관이)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주시는 거죠?' 말했고. 제가 대답하지 않으니 '관세청도 국가기관이고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기관끼리 싸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니냐…' (중략) 서울경찰청과 이야기해서 (세관 연루 여부가) 다 빠졌다고 했더니, 조 경무관이 '올바른 스탠스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우리가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 하고 말했다." (백 경정 청문회 증언)

 

조 경무관은 '채 해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에서, '임성근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녹취록에서, 이 대표가 치안감 승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언급한 인물 아닌가.

 

"(영등포)경찰서장께서 밤 9시에 전화해 심각한 어투로 말하셨다.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 (기자들과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라 안 된다고 하니. 서장이 '지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경찰서장의 전화를) 용산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느꼈다. 머리가 하얘졌다." (백 경정 청문회 증언)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인사 조처를 보면, 외압이 대통령실로부터 발원됐다는 의혹이 더 짙어진다. "용산(대통령실)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

해당 사건의 총괄 책임자였던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1년 만에 경무관에서 치안정감으로 2계급 승진하며, 현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영전.

언론 브리핑에 앞서 백 경정에게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넘기라'고 했던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승진해 사건을 원하는 대로 마무리.

윤희근 경찰청장이 징계를 지시한 조병노 경무관은 국무총리 산하 인사혁신처에서 '불문'(문제없음) 처분을 받음.

 

*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7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수사 외압을 받은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중계 화면

 

 

 

직분에 충실한 인물들이 핍박받는 위험한 나라

 

반면 지난해 10월 윤 경찰청장으로부터 "잘했다"고 격찬을 받았던 백해룡 경정은, 결국 지난 달 강서경찰서 지구대로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최대 규모의 마약 밀수 수사를 이끌었고, 세관 공무원들까지 연루됐다는 혐의를 찾아낸 경찰의 영웅이, 합당한 포상은커녕 트러블 메이커로 취급되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이, 채 해병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굽히지 않는 노력을 다하다가, '항명수괴죄'로까지 몰리며 고초를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연상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인물들이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고 감시받고 핍박받는 거꾸로 선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마약과 관련된 것이다. 주가 조작이나 뇌물 수수, 건설 비리 등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인 것이다. 마약을 국내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국가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사실만 해도 충격적인데, 그것을 비호하는 세력이 경찰과 검찰, 관세청을 넘어 더 높은 권력으로 도사리고 있는 나라라면, 마약 카르텔이 국가의 공권력을 농락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얕보고 비웃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한때 G7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뻔했던 대한민국이, 2년 남짓 사이에 대단히 위험한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7월 31일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강기석 에디터kks54223@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