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안했던 한·일 독도 공유 현실화하는가
미, 1965년 한일수교 앞두고 제안
60년 뒤 한일동맹 앞두고 불안한 예감
더 늦기 전에 윤석열 부일책동 막아야
요즘 ‘독도 지우기’가 한창인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지도에서 독도를 빼고,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 등의 독도 모형을 철거했다니까요. 친일파 또는 부일세력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에 자리 잡은 데 이어 독립기념관까지 점령하면서 빚어지는 일이지요. 윤석열이 정권 잡은 뒤부터 일본에서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과 겹치네요.
미국이 한일협정 체결을 거세게 압박하던 1965년 5월, 워싱턴을 방문한 박정희에게 러스크 (Dean Rusk) 미국 국무부장관이 제안했던 한국과 일본의 독도 공유가 마침내 현실화하는 것 같아 섬뜩해집니다.
러스크는 1945년 8월 육군 대령으로 한반도를 38선으로 나누었다가 1961년 국무부장관이 됐는데, 미국 국무부가 비밀 해제한 외교문서집에 실려있는 역사 한 토막 소개합니다.
한일협정을 빨리 매듭지으라고 거듭 촉구하는 러스크에게, 박정희는 독도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놓습니다. 러스크가 한국과 일본이 독도에 공동으로 운영할 등대를 세워 두 나라가 공유하라고 제안하자, 박정희는 그게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고요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4-1968, Volume XXIX, Part 1 Korea, 792쪽).
1965년 한일수교를 앞두고 미국이 제안했던 독도 공유가, 60년 뒤 한일동맹을 앞두고 현실화하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한 예감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윤석열이 미국엔 너무나 굴종적이며 일본에겐 지나치게 아부하기 때문입니다.
암튼 요즘 윤석열 정권의 ‘독도 지우기’를 지켜보며, 제가 20여년 전부터 여기저기 썼던 글을 다시 짜깁기해봅니다. 서글픈 역사 공부랄까요?
1961년 5월 박정희와 쿠데타를 일으키고 군사정권 2인자가 돼, 지금 국정원의 전신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원장을 맡은 김종필이, 1962년 10월 일본에 건너가 오히라 (大平正芳) 외상을 만났습니다. 미국이 강요하던 한일협정을 위한 회담을 가진 거죠.
김종필이 한일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독도를 폭파해버리자고 먼저 제안했답니다. 오히라는 일본 내에서 자신이 공격 받을 것 같다며 거절했고요. 일본땅 독도를 한국이 없애면 안 된다는 말이었겠죠. 많은 한국인들이 거꾸로 알고 있거나 잘 모르는 내용일 텐데, 김종필이 오히라와 협상 후 바로 미국에 건너가 러스크에게 보고하는 바람에 미국 비밀외교문서에 담기게 됐습니다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1-1963, Volume XXII, Northeast Asia, 610-612쪽).
러스크가 김종필에게 독도의 용도에 관해 묻자, 김종필은 “갈매기가 들르는 곳 (a place for sea gull droppings)”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에 독도 폭파를 제안했다는 김종필의 말에, 러스크도 그 해결책을 떠올렸다고 대꾸했고요.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심각해진 재정적자 때문에 한국에 대한 원조를 일본에 떠넘기기 위해 한일수교를 압박했는데, 협상의 걸림돌인 독도를 폭파하거나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였죠.
참고로, 그 무렵 한국이 얼마나 미국에 굴종적이고 일본에 호의적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1965년 11월 워싱턴을 방문한 이동원 외무부장관이 러스크에게 미국을 ‘큰형’으로 삼는 미-일-한 ‘3국 협의 (Tripartite Consultations)’를 제안하면서 건넨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큰형 (the big brother)입니다. 두 동생이 과거엔 서로 다투었습니다. 이젠 두 동생이 가족 분위기 안에서 집안일에 관해 얘기하도록 형님이 이끌어주면 유용할 것입니다”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4-1968, Volume XXIX, Part 1 Korea, 798쪽).
그로부터 40여년 지난 2008년 7월, 이명박이 후쿠다 (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할 때, 후쿠다가 일본 교과서에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겠다고 하자, 이명박은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건 당시 한국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2008년엔 곤란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취지였겠죠?
한편, 2010년대 한일관계 개선에 걸림돌은 독도뿐만 아니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때때로 불거졌거든요.
오바마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펼친 정책이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이었는데, 아시아에서 미국-일본-한국 삼각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과 교과서 왜곡, 위안부, 징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자, 2015년 한국과 일본이 더 이상 위안부 문제로 갈등 빚지 말고 협력하라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위안부협정을 주선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진전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 거죠.
그러나 문재인이 이를 되돌리려 했고, 윤석열은 다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젠 한미일 삼각공조를 넘어 군사동맹으로 치달으면서, 윤석열이 미국과 일본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군요. 독도를 일본과 공유할지, 일본에 아예 넘겨버릴지.....
1945년 8월 해방 직후 친일과 부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업보이지만, 더 늦기 전에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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